손발이 따뜻하면 삶이 개운해요여자 몸의 적, 혈액장애로 어혈 생기고 어깨결림·요통 등 유발전신성·국소성에 따라 치려법 달라, 약물·침·온욕요법 병행치료

손발이 따뜻하면 삶이 개운해요
[클리닉탐방] 분당차한방병원 <수족냉증 클리닉>
여자 몸의 적, 혈액장애로 어혈 생기고 어깨결림·요통 등 유발
전신성·국소성에 따라 치려법 달라, 약물·침·온욕요법 병행치료


평소 잔병치레를 모를 정도로 건강한 커리어 우먼 박모(31)씨. 박씨는 수년 전부터 손발이 남들보다 조금 차갑다고 느끼긴 했지만 ‘병이 아닐까’ 고민해 본 적은 없다. 또 불편함마저 느끼지 못해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그냥 놔뒀다. 그런데 2년 전부터 팔 어깨가 쑤시면서 머리가 지끈거리고 아프더니 급기야는 점심을 먹은 뒤 몸이 나른하고 정신이 몽롱해지는 무기력 증세가 나타나 가까운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의사로부터 속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한 박씨는 여성질환에 전문성을 지닌 한방병원의 문을 노크했다.

한방병원에서는 진맥을 살피고 적외선측정기로 체온을 검사한 결과, 수족냉증이란 진단이 나왔다. 이후 손발, 아랫배에 매주 침을 맞고 기(氣)를 돋우는 한약을 복용하는 한편 한의사가 권한 반신욕을 거의 매일 하면서 두어 달을 보낸 결과, 편두통과 나른함이 수그러들더니 여섯 달이 지난 지금은 불편함이 대부분 사라졌다며 박씨는 만족해 한다.

자율신경계 기능이상이 원인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박씨의 경우처럼 손발이 시리거나, 어깨가 결리고 몸이 나른하다는 등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 차가움을 느끼지 못하는 온도에서 손발이 차다고 하거나, 손발의 체표온도가 다른 신체 부위보다 유난히 낮을(1.5~2도 정도) 경우 한방에서는 이를 수족냉증이라 한다.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여름 보다 겨울에 많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에 있는 분당차한방병원(bundanghan.chamc.co.krㆍ원장 최익선)의 수족냉증 클리닉은 1980년대부터 여성관련 질환 연구에 몰두해 온 김상우 교수(42ㆍ한방부인과)가 냉증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곳이다. 매주 평균 20명의 환자가 찾는다. 수족냉증은 왜 생기는 걸까.

한방에서는 인체 자율신경계의 기능 이상으로 체온조절이 잘 안 되는 상태인 ‘자율신경 실조증’ 을 주범(主犯)으로 본다. 정상인의 체온은 36.5도. 이것은 혈액이 몸의 구석구석을 돌면서 열을 배출 또는 억제함으로써 체온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게 때문인데, 혈관을 확장 또는 수축함으로써 체온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생기면 손발 등에 피돌기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냉증이 생긴다는 것이다.

과도한 스트레스, 빈혈, 출산 후유증과 내분비 장애에 따른 호르몬 변화 등도 냉증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수족냉증 환자 중 사춘기ㆍ폐경기 여성들이 유독 많다는 것과, 출산으로 기(氣)ㆍ혈(血)을 탕진한 산모들이 손발 차가움을 많이 호소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출산 후유증을 겪는 여성의 23%가 수족냉증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김 교수는 “증상이 가볍다고 오랫동안 방치하면 혈행(피돌기) 장애가 일어나 혈관 속에 노폐물이 쌓여 피가 더러워지는 어혈(瘀血)이 생긴다”면서 “이것이 내장 활동을 떨어뜨림으로써 어깨 결림, 두통, 요통 등의 증상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말초혈관 장애를 불러와 냉증을 다시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 일종의 수분대사 이상 현상인 ‘수독(水毒)’까지 덮쳐, 습(濕)과 담(痰)이 생겨나 몸의 수분 밸런스를 깨뜨려놓기 때문에 피부가 거칠어지고 여드름 등 각종 피부 트러블을 유발한다. 드물게는 정신 질환이나 부인과 질환과 결합, 우울증ㆍ불임 등 혹독한 대가를 요구하기도 한다.

수족냉증이 의심되면 먼저 체온 측정으로 호르몬 분비 상태를 파악하고 ‘적외선 체표온도 측정기’로 전신의 체온을 샅샅이 살핀 뒤 부위별로 대조해 가면서 이상 유무와 원인을 추적한다. 최근 널리 보급된 적외선 체표온도 측정기는 光섟?방銖求?체온을 미세한 부분까지 정확히 감지해 낸 뒤 그 결과를 컴퓨터 영상으로 곧바로 보여주기 때문에 냉증 부위 온도가 얼마나 낮은지, 변화가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 등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데 아주 유용하다.

한방에서 수족냉증을 다스리는 방법은 열습포법, 냉온요법, 마사지요법, 침과 뜸, 약물요법 등 다양한데, 차한방병원에서는 수족냉증이 전신성이냐 국소성이냐를 먼저 가려낸 뒤 이에 맞춰 약물요법을 위주로 하고 온욕, 침 등 보조요법을 병행한다.

체력저하나 스트레스가 원인인 전신성 수족냉증의 경우 먼저 체력을 보강토록 하는 한편 몸을 따뜻하게 하는 온성약물 처방과 온욕을 이용한 수치료를 병행하여 치료율을 높인다. 온성약물은 오수유 인삼 감초 등을 복합처방한 것이다.

국소성 수족냉증은 손발이나 하복부 등 어느 특정 부위가 차가운 경우를 말하는데, 그 원인은 혈액순환 장애, 운동부족, 영양섭취 불균형 등 다양하다. 이 경우엔 온성약물과 증상을 완화하는 한약물을 함께 복용시키고, 보조요법으로 족부냉증의 대표적인 부위인 삼음교혈, 수부냉증 부위인 합곡과 외관혈, 하복부냉증 부위인 기해와 관원혈에 침과 뜸을 뜬다.

치료기간은 환자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매주 2회 정도 치료 받을 경우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석 달 정도로 걸리는 게 일반적이다. 또 수치료를 응용한 물리치료법 시행과 생활습관 개선을 유도함으로써 환자의 85% 이상 근본적인 치유가 되도록 한다.

걷기·반신욕 등도 증상완화에 도움

하지만 수족냉증은 조금만 노력하면 혼자서도 증상을 완화하거나 고칠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지론이다. “냉증을 몰아내는 데는 찬 부위를 따뜻하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김 교수는 “손발을 자주 비벼주는 습관을 들이거나, 잠자기 전 굵은 소금(정제염은 몸을 차갑게 만들기 때문에 금물) 한 주먹을 욕조에 넣은 뒤 10~15분 정도 반신욕을 하면 효과가 아주 좋다”고 조언했다. 수족냉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운동 부족.

김 교수는 “최근 젊은 여성들의 체온을 재보면 정상 체온인 36.5도에 못 미치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며 “운동 부족으로 근육세포가 감소하거나 근육의 활동성이 떨어져 몸이 열을 만들고 유지하는 능력이 떨어진 탓”이라고 운동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매일 10분간만이라도 빠른 걸음으로 걷는 워킹 습관을 길러두면, 우리 인체에서 가장 큰 근육인 허벅지 대퇴근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체온을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송강섭 의학전문기자

◇ 다음호에는 <뇌혈관 질환 치료>편이 소개됩니다.


입력시간 : 2005-01-0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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