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뛰는 낙지가 자장면에 쏘옥

[맛집 멋집] 중식당 <상해> 매운낙지쟁반짜장
펄펄 뛰는 낙지가 자장면에 쏘옥

자장면만큼이나 서민적인 음식도 드물다. 한 끼 식사 비용이 5,000원을 넘나드는 요즘 자장면 가격이라고 그대로일 턱이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싸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 중 하나다. 그렇지만 자장면이라고 유행과 날로 까다로워지는 사람들의 입맛을 비켜갈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고급 중식 레스토랑들이 차례로 문을 열면서 자장면집 앞에서까지 주눅이 들게 되었으니 말이다. 중국집은 중국집인데 자장면이나 짬뽕 한 그릇 시켜 먹기엔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는 얘기. 코스 요리라도 거하게 먹어 줘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부담부터 덜컥 드는 게 우리네 현실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구반포에 자리한 중식당 상해는 겉보기와는 달리 푸근한 정이 넘치는 곳이다. 30년은 족히 넘었을 낡은 상가 1~2층에 둥지를 튼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미 이 근방에서는 맛과 양으로 승부를 낸 지 오래다. 겉모습은 깔끔한 것이 영락없는 고급 레스토랑이다. 그렇지만 안에 들어서면 동네 중국집을 찾은 것처럼 저렴한 가격에 친절한 서비스까지 받으며 맛있게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 임춘수 사장 부부는 10여 년 동안 같은 동네에서 한 식당을 운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번에는 중식당에 도전했다고.

흔히 떠올리는 중국집의 불결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맛과 양에 비해 가격대가 꽤 저렴하다. 자장면은 3,000원, 점심 코스요리는 8가지가 제공되면서 12,000원이다. 그렇다고 싼 게 비지떡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23년 경력의 화교 주방장이 포진하고 있는 덕에 맛 하나는 자신하고 있다.

양 또한 빠질 수 없다. 음식만큼은 먹고 나서 서운하면 안 된다는 것이 임사장의 지론이다. 그래서 작은 사이즈를 주문하면 2~3명이, 중간 사이즈는 4~5명까지 충분히 먹을 수 있게끔 낸다. 코스를 주문하면 1~2가지 요리를 남겨 놓고 손을 내젓기 일쑤다. 양이 모자르다 싶으면 공기밥까지 갖다줄 정도다. 너무 배부르게 먹으면 질리지 않겠냐는 질문에 임사장은 “음식을 먹고 돌아섰을 때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조미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정직하게 장사를 하면 손님들이 먼저 찾아 준다는 것.

상해의 면 요리에는 특이한 메뉴가 있다. 바로 생물 낙지와 생새우 등을 가미한 ‘매운 낙지 쟁반 짜장’. 청양고추를 넣어 약간 매콤하지만 뒷맛은 깔끔하다. 기호에 따라 덜 맵게 또는 더 맵게 주문할 수 있다. 면은 비취면이라고 해서 녹색이 난다. 시금치, 브로콜리, 청경채 등을 넣어 반죽해 보기도 좋고 건강에도 좋게 만들었다.

삼겹살찜은 술안주로 제격이다. 얼리지 않은 통삼겹살을 삶아 춘장을 발라 다시 튀겨낸 뒤 찌는 과정을 밟는다. 고소하고 담백한 정통 중국 요리 중 하나지만 아무데서나 맛볼 수는 없는 메뉴다. 여성 고객들이 좋아하는 요리로는 새우 칠리 소스가 있다. 통통한 생새우에 매콤달콤한 칠리소스가 듬뿍 얹어 나와 깔끔한 맛을 선호하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다.

▲ 메뉴 : 자장면 3,000원, 매운 낙지 쟁반 짜장 (2인) 12,000원, 해물탕면 6,000원, 류산슬밥 6,000원, 해물 잡탕밥 55,000원, 점심 코스 12,000원. 저녁 코스 15,000원~50,000원, 해물 누룽지 27,000원, 새우 칠리 소스 22,000원, 과일탕수육 10,000원, 사천탕수육 12,000원, 삼겹살찜 17,000원.

▲ 찾아 가시는 길 : 신세계백화점 센트럴시티점 맞은편(이수교 방면)에서 버스 또는 택시 이용. 4418, 4425, 5412 등을 타고 구반포에서 하차한다. 세화여고 옆 상가 1층.

▲ 영업시간 : 오전 11시~밤 10시. 명절 당일만 휴무. 02(591)1006 http://www.상해중국집.com

서태경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5-01-12 14:56


서태경 자유기고가 shiner96@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