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키 높이만큼 쌓이는 눈, 2014 동계올림픽 후보지황태덕장·고원에 펼쳐진 목장 등은 한폭의 풍경화

[주말이 즐겁다] 평창 대관령
어른 키 높이만큼 쌓이는 눈, 2014 동계올림픽 후보지
황태덕장·고원에 펼쳐진 목장 등은 한폭의 풍경화


겨울이 제법 깊었건만 어찌된 일인지 올해는 눈 소식이 뜸하다. 칙칙한 잿빛 도시에서 새하얀 눈(雪)이 쏟아지기를 눈(目) 빠지게 기다리다 설국(雪國)을 찾아 간다. 백두대간에 안겨 있는 강원도 평창은 우리나라에서 눈이 매우 많은 고을로 꼽힌다. 겨울철 동해에서 불어오는 북동풍이 백두대간을 넘어 오면, 이곳 어김 없이 대설주의보가 발령되고 마을은 고요한 적막 속에 잠긴다.

겨울 여행의 낭만 물씬 풍기는 대관령
평창에서도 백두대간의 큰 고개인 대관령은 ‘남한의 지붕 마을’이라 불리운다. 말마따나 한겨울이면 어른 키를 덮을 정도로 많은 눈이 내린다. 30년쯤 전까지만 해도 주민들은 문밖을 출입할 때면 눈에 빠지지 않게 하는 도구인 ‘설피’를 신었고, 소가 끄는 눈 달구지인 ‘발구’를 이용해 땔감 같은 생필품을 운반하였다. 이런 고을이 지난 4년의 노력 끝에 2014년 동계올림픽 후보지로 결정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영동고속도로 횡계 나들목으로 나와 대관령으로 가는 길. 눈꽃마을의 꿈과 낭만이 익어 가는 황태 덕장이 반긴다. 명태라는 바닷고기는 이름도 많다.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리면 명태(明太), 얼리면 동태(凍太), 말리면 북어(北魚)다. 또 반쯤 말리면 코다리, 얼부풀어 마른 북어는 황태(黃太)라 한다. 이들 중에서 살색이 누르스름하고 연하다 하여 ‘노랑태’라고도 불리는 황태는 명태의 여러 종류 중 최상품으로 친다. 횡계 일대에 자리한 20개쯤의 황태 덕장에서는 오늘도 줄줄이 매달린 명태가 대관령 눈보라 속에서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대관령 고갯마루(832m)는 언제나 바람이 거세다. 대관령에서 눈꽃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산행 코스는 대관령 북쪽의 선자령(1,157m). 정상 능선에선 강릉 시내와 동해의 파란 물결을 두 눈에 가득 담을 수 있다. 또 이른 새벽에 오르면 까만 바다를 밝히는 오징어 잡이배의 어화(漁火)와 장엄한 동해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대관령 옛 휴게소에서 기상대 옆길로 해서 국사 성황당을 지나면 산길이 시작된다. 산길이 험하지는 않지만 능선엔 늘 칼바람이 불고 산길은 얼어 있으므로 방한복과 아이젠을 준비하는 게 좋다. 왕복 4시간쯤 걸린다.

선자령과 황병산으로 이어진 산줄기에 형성된 대관령 목장은 다른 계절이라면 소떼와 양떼의 천국이지만 겨울엔 백설이 주인이다. 유럽의 알프스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고원 목장은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의 단골 장소가 된 것은 당연한 일. 드라마로 ‘가을 동화’, ‘선녀와 사기꾼’,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바람의 파이터’ 등을 이 곳에서 촬영했다. 특히 은서와 준서의 집 등 ‘가을 동화’의 촬영지는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해발 850~1,470m의 고원에 자리잡은 대관령 목장은 총 600여만 평에 초지 면적만 450만평. 목장 안에는 총연장 22km쯤의 자동차 순환 도로가 있다. 목장 관리소는 접근이 수월하고 설경이 좋은 도로를 위주로 차량 통행이 가능하도록 제설 작업을 하므로 안심하고 들어서도 되지만 체인은 반드시 준비하는 게 좋다. 또 얼어 붙은 계곡은 썰매장으로 변하고, 완만한 설면은 천연 눈썰매장으로 바뀐다. 목장에서 무료로 대여하는 썰매와 비닐 비료포대 하나만 있으면 아이와 함께 언제든지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다. 투어 스키 장비가 있다면 황병산과 선자령으로 이어진 목장길에서 스키 등반과 활강을 즐길 수 있다. 입장료 일반 5,000원.

1월27일부터 나흘간 펼쳐지는 눈꽃축제
한편, 올해로 13번째를 맞이하는 대관령 눈꽃축제(www.snowfestival.net)가 1월 27일(금)부터 30일(일)까지 나흘간 대관령 주변과 눈꽃 축제장 일원에서 펼쳐진다. 눈 풍년을 기원하는 만설제를 시작으로 눈사람 만들기 대회, 눈꽃백일장 등으로 개막한다. 겨울 전통 놀이인 팽이치기, 얼음 썰매, 설피 등도 체험할 수 있다. 조랑말과 개썰매를 타보는 체험도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이벤트. 마지막 날에 열리는 국제 알몸 마라톤 대회는 상의를 벗고 대관령의 설경을 감상하며 달리는 이색 볼거리다. 여기엔 일반인뿐만 아니라 노약자 및 장애인도 참가하여 자신의 한계에 도전한다.

부모의 손을 잡고 축제장에 들른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이벤트는 단연 소발구 타기. 눈 많은 산간 마을에서 땔감 등 무거운 물건을 나를 때 소를 이용해 끌게 하는 소발구는 30대 후반 이상이라면 누구나 기억해 낼 소달구지와 비슷하다. 사람이 손수 끄는 인발구 역시 가족들이 밤이 이슥하도록 타고 즐기는 놀이 기구다.

눈꽃축제의 수 많은 볼거리와 이벤트 가운데 눈길을 끄는 민속 행사는 횡계 장정들이 멧돼지를 잡던 장면을 재연한 ‘황병산 사냥놀이’. 그러나 아쉽게도 시연자들이 너무 연로해 작년부터 중단된 상태다. 젊은 사람들에게 전수가 제대로 이뤄지는 내년부터 다시 볼 수 있다는 게 평창군 관계자의 설명.

* 숙식 대관령은 황태 요리가 유명하다. 황태에서 우러난 국물은 일산화탄소까지 해독해 줄만큼 효과가 뛰어나 애주가들의 해장용으로 최고로 꼽힌다. 종류는 황태해장국, 황태찜, 황태전골, 황태구이 등 다양하다. 횡계에 황태회관(033-335-5795) 등 잘하는 식당이 많다. 황태국 5,000원, 황태구이정식 8,000원.

해피그린(033-336-1234 www.happygreen.net)에서는 대관령목장 안에 콘도형 숙소를 여럿 마련해놓았다. 15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 숙박료는 4인 가족 기준 10만원 안팎. 횡계에 숙박시설이 매우 많지만 스키시즌 주말엔 방 잡기가 수월치 않다. 승용차로 20~30분쯤 거리의 오대산 월정사 입구, 운두령의 속사 등으로 빠져나가면 숙박할 곳을 구할 수 있다.

* 교통 영동고속도로 횡계IC로 나와 옛 도로인 456번 지방도를 타고 강릉 방향으로 5km쯤 가면 대관령 정상이다. 눈꽃축제장인 용평 돔경기장은 도암면 소재지에서 용평 리조트 쪽으로 2km쯤 가면 된다.

민병준 여행 작가


입력시간 : 2005-01-21 10:00


민병준 여행 작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