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조 신부님 外


조 신부님 / 토니 핸드라 지음
‘조 신부님’이라는 제목에다 ‘내 영혼을 구한 사람(The man who saved my soul)’이란 부제까지 붙은 것을 보면 언뜻 고아하고 숭고한 얘기들로 가득할 것 같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이 책은 미국의 인기 있는 풍자 작가 토니 핸드라가 40여년에 걸쳐 자신의 인생에 등대와 반석이 되었던 한 신부와의 만남을 소재로 쓴 자전적 소설이다. 불과 14살 때 동네 유부녀와 벌인 연애 사건을 대뜸 꺼내 놓으며 소설은 시작한다. 여자의 남편에게 발각되어 ‘구원’을 위해 끌려간 수도원에서 만난 조 신부. 볼품없는 외모에 말더듬이인 조 신부는 국적, 인종, 신분은 물론 타인의 결함이나 부도덕함조차도 관대하게 끌어 안는 인물이었다. 원칙에 매몰된 가톨릭의 엄숙주의 대신 자신만의 독특한 사고 체계를 지녔던 그는 ‘인간이 저지르는 단 하나의 죄는 이기주의’라며 일생 타인에 대한 사랑을 강조한다. 저자는 조 신부를 통해 공허한 욕망과 이기심을 버리고 남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운다. 1950년대 엄격한 영국 사회를 엿보게 하는 서두부터 조 신부의 영면 이후 애틋한 회상까지 저자의 이죽대는 유머와 능란하고 생기 넘치는 문장들이 강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랜덤하우스중앙 발행. 1만원.

조영탁의 행복한 경영 이야기 / 조영탁
다나카 전 수상이 대장성 장관으로 임명되었을 때, 관리들의 노골적인 불만이 표출되었다. 다나카는 취임사 한 마디로 우려와 불만을 일거에 해소했다. “여러분은 천하가 알아 주는 수재들이고, 나는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한 사람입니다. 더구나 대장성 일에 대해서는 깜깜합니다. 따라서 대장성 일은 여러분들이 하십시오. 나는 책임만 지겠습니다.”

휴넷 조영탁 대표가 매일 아침 이메일로 보내는 ‘행복한 경영 이야기’ 중 ‘부하직원들의 마음을 휘어잡는 단 한마디의 말’이란 제목의 편지다. ‘행복한 경영 이야기’는 작년 10월부터 발송되기 시작해 현재 약 50만명의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e메일 서비스. 기업이 성장 발전하기 위해서는 종업원, 고객, 주주, 사회 등 모든 이해 관계자의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는 행복 경영의 가치를 바탕에 깔고 있다. 잭 웰치, 빌 게이츠, 피터 드러커, 이건희 등 경영인과 경영학자들의 통찰력 넘치는 한마디, 각종 서적에서 퍼낸 금과옥조 같은 글에 저자의 깔끔한 해석을 곁들인 내용이다. 그 중 200회분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짧은 글들에 담긴 농축된 지혜를 찬찬히 음미해 볼만하다. 조영탁 지음. 휴넷 발행. 1만2,000원.

영한 사전 비판 / 이재호 지음
지금 자신의 책꽂이에 꽂혀 있는 영한 사전을 꺼내 들고 다음 단어를 찾아보자. ‘rafting(래프팅)’은 ‘뗏목타기’, ‘Complications(합병증)’는 ‘여병’, ‘병발증’, ‘social worker(사회복지사)’는 ‘사회사업가’라고 써있지 않은가? 아예 ‘rafting'이란 표제어를 찾을 수 없는 사전도 있을 것이다. 이게 우리나라 영한 사전이 처해있는 현실이다. 영한 사전이 처음 발간된 지 115년이 지났지만 근본적인 오류의 수정이나 질적 개선의 노력이 부족했다. 성균관대 명예 교수인 저자는 1970년부터 영한 사전을 볼 때마다 발견한 오류를 틈틈이 메모해 왔다. 그 30여 년간의 메모 내용을 12가지 항목으로 분류하여 책으로 엮었다. 저자가 지적하는 우리 영한 사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번역어에 순수한 우리말이 빠져있다는 점. ‘king’의 번역어로 ‘왕’ ‘국왕’은 있어도 ‘임금’은 없고, ‘chain smoker’에 ‘골초’란 번역어도 빠져 있다. 이는 국내 영한사전 대부분이 영일사전을 다시 번역하여 출간한 탓이다. 이 밖에 실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번역어가 누락된 경우가 매우 많고 장황한 설명이나 한자로만 이루어진 번역도 수두룩하다. 바른 번역과 다양한 어휘 표현의 제대로 된 영한 사전 편찬이 시급하다. 궁리 발행. 1만원.

입력시간 : 2005-01-2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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