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 향 밴 육즙, 입에서 사르르

[맛집 멋집] <우가촌> 광양숯불고기
참나무 향 밴 육즙, 입에서 사르르

청양고추 같은 매서운 바람이 코끝에 와 닿으며 옷깃을 파고 드는 요즘, 바람의 강도가 드세질수록 따뜻함에 대한 그리움도 덩달아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기에 눈 내리는 저녁, 석쇠 숯불 근처에 둘러싸여 정겹게 술잔을 주고 받으며 추위도 나누고 황량해진 가슴을 뜨거운 국물로 데우는 것은 보통사람들의 특권이리라.

불고기의 유래는 설야멱(雪夜覓) 전설. ‘눈 내리는 겨울 밤에 찾는다’는 뜻으로, 중국의 송나라 태조가 눈내리는 밤에 친구를 찾아가니 숯불에다 고기를 굽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여기엔 참나무 숯의 향이 은은히 배어 있는 고기의 맛이 살려 낸 낭만까지 추가됐음은 불문가지.

그러나 눈이 오는 날 숯불고기를 먹을 낭만을 얻기 힘들어진 것은 어려워진 경제 여건때문만은 아닐 듯. 그 낭만을그리워 하는 이들을 위한 장소가 있다. 지리산에서 직수한 토종 흑돼지 삼겹살과 돼지갈비에다 한우 생고기까지 특수 비법으로 구워 내 로맨티스트의 단골집으로 명성을 높여 가는 우가촌.

우가촌 광양숯불고기의 참 맛을 잊지 못 해, 식사 시간이면 먼 곳에서 사람들이 몰려올 정도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롯데호텔 출신의 김인철(42) 주방장이 스카우트 되면서 한 층 업그레이드 된 10종류의 밑반찬과 육질의 부드러움은 식도락가들의 미각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것. 아무리 많은 고기를 먹어도 거북한 느낌이 들지 않게 하는 비법 또한 유명하다. 한우 생고기를 톡특한 노하우로 숙성시킨 뒤 고기가 타지 않는 스와스(SWAS) 석쇠로 구워내는 까닭이다. 800도의 참숯불 위지만, 냉각수가 불판 사이로 쉼 없이 순환하는 덕에 고기가 타지 않고 육즙이 그대로 보존된다는 게 김 실장의 설명이다.

이 밖에도 한우 쇠꼬리에 쇠꼬리에 인삼, 녹각, 밤, 대추, 생강 등의 각종 한약재와 양파 마늘 등 천연 양념으로 만든 간을 한 꼬리곰탕은 영양에도 안성마춤인 진국이다. 거기에다 한우 사골에다 잡뼈, 반골 등을 넣고 24시간 이상 걸쭉하게 끓여 낸 뒤 다시 양지를 넣고 충분히 끓여 유달리 뽀얀 색깔을 띠는 가마솥 설렁탕은 광양숯불고기에 이어 이곳이 자랑하는 별미다.

이 곳은 5개 방을 포함한 300석의 넓은 공간에도 불구, 식사를 위한 예약 전화가 낯설지 않다. 맛에 대한 명성답게 손님에 대한 서비스도 인기를 유지하는 또 하나의 비결. 넓은 주차장은 먼 길을 온 사람들이나, 모처럼 가족들끼리의 외식을 위해 온 사람들의 흥을 깨지 않는 섬세한 배려중의 하나다.

유명세를 듣고 찾아 왔다는 한 회사 직원은 따뜻한 온돌방에 몸을 녹이며 숯불고기 한 점을 한입에 쏙 넣은 후 말한다. “육질이 입에서 사르르 녹는구나~”앞에서 설렁탕을 후루룩 마시는 사람은 또 어떨까?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어허~ 시원하구만~!” 감탄사 연발이다. 우가촌에서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 메뉴 생등심(25,000원), 왕생갈비(22,000원), 양념 왕갈비(20,000원), 광양 숯불고기(20,000원) 생삼겹살(7,000원), 양념 돼지갈비(7,000원), 접시 수육(17,000원), 설렁탕(5,500원), 우가탕(6,500원), 꼬리곰탕(11,000원)
* 찾아가는 길 지하철 8호선 강동구청 역 3번 출구. 농협 직전
* 영업시간 연중 무휴, 오전 8시부터 밤 10시
* 예약 전화 02-485-0050

홍세정 인턴기자


입력시간 : 2005-01-26 16:50


홍세정 인턴기자 magicwelt@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