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시선의 모험 外


▲ 시선의 모험 / 장-루이 페리에 지음
얀 반 에이크가 그린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은 결혼 서약 장면인데도 분위기가 묘하다. 신랑은 야비해 보이고 신부는 부루퉁하다. 알고 보니 60대 신랑은 당대의 권력자이며 겁탈당한 어린 신부는 이제 막 세 번째 아내가 될 참이다. 정밀하게 그려진 배경 실내에는 거울과 촛불, 묵주 등 화가가 안배한 상징들이 숨어있다. 신으로부터 벗어나 세계를 보는 시각이 바뀌던 르네상스 시대, 화가들은 시각적 실험과 상징으로 캔버스를 채웠다.

미술사학자 장-루이 페리에가 미술사와 양식, 해석을 두루 섭렵하며 작품을 구석구석 음미하게 해 준다. 지식과 감상을 절묘하게 결합하여 미술사를 좇은 저자가 30점의 명화를 골라 작품 안팎을 낱낱이 들여 보았다. 인간과 풍경을 그리기 시작한 르네상스 회화는 ‘보이는 세계의 발명’, 마네, 쿠르베 등 실제의 심상 표현에 충실한 시민 사회 시대 회화는 ‘재현의 수단인 회화’, 그림을 그림 자체로 세운 현대 추상회화는 ‘시선의 해방’으로 분류한 것이 독특하다. 미술 양식이나 미술사에 작품을 매몰시키지 않고 그림을 ‘보게’ 하는 저자의 의도가 탁월하다. 한길아트 발행. 2만원.

▲ 스웨덴 기자 아손, 100년 전 한국을 거다 / 아손 그렙스트 지음
을사조약 체결을 앞두고 한반도가 긴박한 정세에 휩싸여 있던 1904년 12월 24일, 영국인 무역상으로 위장한 스웨덴 기자가 부산항을 통해 입국한다. 영한 사전 하나 달랑 들고 밀입국한 이 배짱 두둑한 기자의 이름은 아손 그렙스트. 일본의 감시망에 걸려 제물포항에서 강제 출국 당하기까지 약 한달 간 그는 한반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대한제국의 모습을 눈과 귀에 담는다. 이 책은 스웨덴으로 돌아간 그가 1912년에 출판한 한국 여행기다.

그는 스웨덴 장군이라 속이고 고종을 알현하는가 하면 독립문 앞 정치 집회를 구경하는 등 최대한 많은 것을 접하기 위해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불과 한달 남짓 동안 그는 황제부터 양반, 기생, 지게꾼, 광대, 촌로 등 수 많은 사람을 만나고 궁궐, 시장, 뒷골목, 감옥 등 곳곳을 비집고 다닌다. 기자 특유의 관찰력으로 세밀하게 기록한 갖가지 풍속도와 국가 정세에 대한 객관적 시각은 그가 직접 찍은 140여점의 사진과 어우러져 당시 한반도의 사회상을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서구 이방인의 눈에 맺힌 상은 종종 왜곡되어 당시 생활상이 실제보다 낙후하고 우매하게 그려진 감이 있다. 허나 한반도에 대한 저자의 호감도 곳곳에서 느껴진다. 책과함께 발행. 1만4,800원.

▲ 당신의 물통은 얼마나 채워져 있습니까? / 도널드 클리프턴, 톰 래스 지음
갤럽에서 세계 각국의 부모를 대상으로 자녀의 성적표에서 성적이 가장 좋은 과목과 가장 나쁜 과목에 대한 관심도를 조사했다. 가장 성적이 나쁜 과목에 더 많은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대답한 부모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허나 그것이 과연 옳을까?

갤럽회장이었던 도널드 클리프턴은 긍정심리학의 대가다. 베스트셀러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을 통해 긍정적인 사고의 힘을 증명한 바 있다. 이 책은 암투병 중에 펴낸 그의 마지막 저서로 외손자인 톰 래스와 공동 저술했다.

타인과의 긍정적인 상호 작용이 개인의 능률과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며 행복한 공동체 생활을 영위하게 해 준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 모든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물통이 있어서 긍정적인 말과 행동 등으로 타인의 물통에 물을 채워줄 때마다 자신의 물통에도 물이 채워진다는 ‘물통과 국자 이론’을 내세웠다. 좋아하지 않는 상사와 일하면 생산성도 떨어진다, 칭찬과 질책의 최적 비율은 5대 1이다, 다른 사람의 물통을 채우는 방법은 개인의 성향에 맞춰서 개별화해야 한다, 예상치 않았을 때 선물을 주라 등 물통 채우기의 중요성과 방법을 역설한다. 해냄 발행. 9,000원.

입력시간 : 2005-01-26 17:05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