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책, 삶의 지혜 가득한 보석상자 열기


▲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
스티브 도나휴 지음

한 스무 살 젊은이가 친구와 함께 사하라 사막 여행을 떠났다. 막막한 사막 한가운데서 그는 길을 잃고, 사막 부족과 만나고, 다른 여행객들을 만나고, 동료가 말라리아에 걸려 쓰러지고, 알제리의 국경 수비대에게 억류될 뻔하기도 한다. 고된 사막 여행에서 그가 깨달은 것은 우리의 삶이 산보다 사막을 더 닮았다는 사실이다. 인생이라는 사막을 건널 때는 산을 오를 때와는 전혀 다른 준비와 방법이 필요하다. .

직장을 구하는 것, 결혼을 하는 것, 아이를 낳는 것은 산을 오르는 것이지만 직업을 완전히 바꾸는 것, 결혼한 배우자와 50년간 행복하게 사는 것, 아이를 키우는 것은 사막을 건너는 것이라고. 모래 사막에서는 지도가 아니라 내면의 나침반을 따라가라, 오아시스를 만날 때마다 쉬어가라, 안전하고 따뜻한 캠프파이어에서 나와 깜깜한 사막의 어둠 속으로 나아가라는 등 여섯 가지 지혜를 선사한다. 김영사 발행. 9,900원

▲ 죽비소리
정민 지음

“처음 위쪽을 오를 때는 한 걸음에서 다시 한 걸음 딛기가 어렵더니, 아래쪽으로 내려올 때는 그저 발만 드는 데도 몸이 절로 흘러 내려 왔다. 선을 좇는 것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고, 악을 따름은 무너져 내림과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대쪽 같은 정신의 소유자였던 남명 조식 선생이 두류산(현재의 지리산)을 기행하고 쓴 ‘유두류록(遊頭流錄)’에 있는 글이다. .

산을 오르면서 선을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뜨리는 것은 한 순간임을 경계한 명문에서 저자는 나른한 정신을 번쩍 깨우는 명징한 죽비소리를 들었다. 그리하여 ‘산을 등반하면서도 한 걸음 한 걸음 뗄 때마다 삶의 자리를 돌아 보았다’고 자신의 삶을 반추한다. 고려 초부터 조선 말기까지 명문장 120편에서는 쾌도난마(快刀亂麻)의 시원한 기세가 우러 나온다. “정신은 쉬 소모되고, 세월은 금세 지나가 버린다. 천지간에 가장 애석한 일은 오직 이 두 가지뿐이다”고 읊조린 이덕무의 문장이 새삼스럽다. 마음산책 발행. 1만2,000원.

▲ 행복의 패러독스
지야드 마라 지음, 강주헌 옮김

2003년에 영국의 BBC 방송이 ‘행복을 위한 공식’을 보도한 적이 있다. 행복의 비밀이 '행복=P+(5xE)+(3xH)'라는 공식으로 풀린다는 것이다. 여기서 P는 ‘개인의 특성(Personal Characteristcs)'로 인생관, 적응성, 회복력 등을 포함한다. E는 ‘존재(Existence)’로 건강, 경제적 안정, 우정 등을 포함한다. 또 H는 ‘고차원의 욕구(Higher Order Needs)’로 자존심, 목표, 꿈, 유머 감각 등이다.

저자는 행복이라는 주제를 천착하여 두 가지 근본적인 의문을 끌어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어떻게 살아야만 하는가?’. 이 두 질문은 하나의 패러독스를 이룬다. 예를 들어 착하게 살고 싶은 욕구를 지닌 사람이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일어나 괴롭다면 그는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어야 옳을까?

저자는 그 행복의 역설을 세밀히 추적한다. 그러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실천적 방법을 제시해 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매순간 행복에 도전하고 풀리지 않는 행복의 역설과 더불어 그 긴장 관계를 즐기며 살아 가라고 조언할 따름이다. 대원사 발행. 1만2,000원.

▲ 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
미즈타니 오사무 지음, 김현희 옮김

“저, 도둑질한 적 있어요”, “저, 원조 교제 했어요”, “저, 친구 괴롭히고 왕따 시킨 적 있어요”, “저, 본드 했어요”, “저, 폭주족이었어요.”

아이들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 살벌하고 몹쓸 얘기들을 들으며 혼내지 않고 때리지도 않고, “괜찮아. 얘들아, 어제까지의 일들은 전부 괜찮단다”라고 말하는 한 교사가 있다. 아이들이 저지른 짓은 아이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모두 어고려 초부터 조선 말기까지 명문장른들의 잘못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3년간 밤 11시만 되면 요코하마의 밤거리로 나섰다. 겁도 없이 무작정 그들에게 말을 걸고 대화를 시도하다가 마약 상인의 칼에 찔리기도 하고, 조직 폭력단에게 끌려가 손가락을 잘린 적도 있다.

‘밤의 선생’이라는 별명을 얻은 미즈타니 오사무(水谷修), 요코하마 야간 고교의 교사다. 명문 진학 고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그는 어는 날 ‘밤거리를 전전하는 녀석들에겐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 없다’는 동료 교사의 한 마디에 충격을 받고 야간 고교로 자진 전근한다. 숱한 노력끝에 자신의 삶을 되찾은 아이들이 5,000명이 넘는다. 한 교사의 절절한 감동 실화가 교육의 참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다. 에이지 21 발행. 9,000원.

▲ 톨스토이의 비밀일기
톨스토이 지음, 이항재 옮김

‘러시아에는 두 개의 권력이 있다. 하나는 차르 정부, 다른 하나는 톨스토이다.’ 란 말이 있었을 정도로 러시아를 비롯한 전세계인의 지극한 사랑과 존경을 받았던 톨스토이. 19세 때부터 일상을 꼼꼼하게 기록하는 습관이 있었던 그는 사후 20여권의 일기를 남겼다. 이 일기는 그의 다른 문학작품만큼이나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이런 보통 일기들 외에 톨스토이에게는 ‘나 혼자만의 일기’가 따로 있었다. 혼자만의 일기에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거나 말하기 어려운 개인적인 고통, 가족이나 친구와의 갈등 같은 지극히 내밀한 얘기들이 담겨 있다. 비밀 일기였기 때문에 축약과 암시가 심하지만 괴로운 마음을 거침없이 쏟아 놓은 대문호의 솔직한 심경 고백이 오히려 인간적이다.

톨스토이가 82세의 나이에 가출을 결행하고 집을 떠난 지 열흘 만에 아스타포보 기차역에서 병사하기까지의 드라마틱한 최후를 담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톨스토이는 말년에 자신의 작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모든 저작권을 포기하려고 한다. 이런 그의 대승적 결단은 가족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치고 ‘민중과 함께, 민중 속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다는 톨스토이의 오랜 결심을 부추기게 된다. 허나 안타깝게도 80대의 노쇠한 육체는 그의 위대한 정신을 더 이상 지탱해 줄 수 없었다. ‘톨스토이의 마지막 10일-가출ㆍ병ㆍ죽음’ 등 톨스토이의 임종을 지켰던 막내딸 알렉산드라가 쓴 아버지의 가출과 죽음에 대한 메모 등이 함께 실려 있다. 인디북 발행. 9,500원.

▲ 틱낫한의 상생
틱낫한 지음, 진우기 옮김

'수행은 싫은 삶에 대한 차별도 좋은 사람에 대한 집착도 놓아 버리고 그저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지혜로운 수행자는 사랑하는 사람 옆에 앉으면 행복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다른 사람 옆에 앉을 수 있도록 자신을 훈련한다. ‘숭고한 이타의 사랑,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기 위해 자신을 훈련하는 것. 인류의 영적 스승으로 불리는 틱낫한 스님이 말하는 수행의 의미다.

이런 수행의 삶을 살며 평화로운 공동체를 일군 곳이 있다. 1982년 프랑스 보르도 지방 부근에 설립한 명상 수련원 ‘자두마을(Plum Village)’가 바로 그 곳이다. 일상 생활의 모든 행(行)이 깨어있음의 수행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나’는 개별적인 존재가 아니라 연결된 존재라는 틱낫한 스님의 참여불교 사상이 자두마을의 바탕에 깔려 있다.

이 책에는 ‘삼각관계’ 방지, ‘제 2의 몸’ 지정, ‘멘토’, ‘등불비추기’, ‘꽃물주기’ 등 자두마을의 공동체 생활과 수행법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담겨있다. 이런 수행은 일차적으로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수행 승려들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책 곳곳에서 언급되듯이 가정과 직장, 회사, 국가, 심지어 국가들의 조직인 유엔까지 평화로운 상생을 바라는 틱낫한 스님의 현기(玄機)가 미친다. 갖가지 조직 운영에 적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들도 제시된다. 청년사 발행. 8,900원.

▲ 성공한 기업은 1원도 아낀다
게리 롱 지음, 홍수원 옮김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도, ‘천리 제방이 개미 구멍 하나 때문에 무너진다’고도 한다. 가계는 짠돌이 소비로, 기업은 짠돌이 경영으로 몸을 잔뜩 낮추고 불황을 대비하고 있다.

18년간 크고 작은 사업체를 운영해 온 경영인이자 마케팅 컨설턴트인 저자가 풍부한 사업경험을 바탕으로 비용 절감 방안을 총정리했다. 10가지 항목으로 분류된 세부 방안들이 260가지나 된다.개중에는 콜라 캔 허리를 잘라 정리함으로 사용하거나 프린터 출력을 줄이라는 등 언뜻 치사해 보이는 것들도 많지만, 이런 것들이 모이고 쌓이면 비용 관리의 허점이 된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곧 폐업할 동종업계의 인재 스카우트로 교육훈련비 절약, 재택근무나 주5일제 근무 활용, 중고품 매장 이용, 재고품 세일이나 폐기 등 저자가 내놓은 갖가지 비용 절감안은 구매, 인사, 교육, 재고, 은행 거래 등 회사 운영 전반에 걸쳐 있다. 새로 사업체를 시작하는 사람, 허술한 비용 관리 체계를 타이트하게 조정하고 싶은 조직관리자나 경영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만하다.

저자의 관점은 단순히 돈을 절약하는 데 있지 않다. 사업장 안의 비능률을 없애고, 구매 자금 활용에 전력을 다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마젤란 발행. 1만1,000원.

이기연 출판전문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5-02-02 13:47


이기연 출판전문 자유기고가 popper@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