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체한다면 담석증 의심

[클리닉 탐방] 서울아산병원 <담석센터>
자주체한다면 담석증 의심

잦은 급체 증상으로 집 근처 내과에서 위 내시경 검사를 김모(46ㆍ여)씨는 ‘위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소견이 나오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명치 부위가 30분 정도 쿡쿡 쑤셨다가 다시 멀쩡해지는 증세가 되풀이되고, 고기를 먹은 이튿날 새벽이면 복통이 어김없이 찾아 오자 대학 병원을 찾았다.

‘담석증이 의심된다’는 소화기내과 전문의에 권고에 따라 복부초음파 검사를 받은 김씨는 깜짝 놀랐다. 간과 쓸개를 연결하는 담도란 곳에 1㎝ 크기 담석이 10여개나 발견된 것. 내시경 수술로 이를 모두 빼낸 뒤 퇴원한 김 씨는 지금은 과식을 삼가고 매일 조깅을 하는 등 건강을 적극 돌보고 있다.

과식을 하거나 기름기가 많은 고기 등을 섭취한 다음 속이 불편하고 아랫배가 아프다면 ‘체했다’고 생각하고 소화제를 찾거나 위가 나빠졌다며 내시경 검사를 받기 쉽상이다. 그러나 이런 증상들이 담석 질환자에게도 나타날 수 있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내시경 시술 등에 독보적 권위 자랑
담석은 소화기 질환 중 가장 흔히 발병하는 질환 중 한가지. 말 그대로 담낭(쓸개)에 돌멩이가 생기는 것이다. 우리 몸의 간에서는 매일 큰 맥주병 2병(900㎖) 정도의 답즙이 분비되는데, 이것이 여러 원인에 의해 찌꺼기가 끼고 딱딱하게 굳어져 돌처럼 된 것이 담석이다. 담즙은 지방질 음식의 소화를 돕거나 콜레스테롤 대사, 독성물 배출 등의 역할을 한다. 담석은 쓸개 뿐만 아니라 담도와 간에도 생긴다.

발생 위치에 따라 담낭 담석, 담도 담석으로 부르며, 담도 담석은 다시 간내 담석과 간외 담석(담도담석)으로 구분한다. 화학적 성분에 따라서도 분류하는데, 색소성 담석(흑색석, 갈색석)과 콜레스테롤 담석이 있다.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담석센터(www.amc.seoul.kr/~gb/mainㆍ소장 김명환)는 이 병원의 소화기내과 담도팀, 외과 담도팀, 중재적 방사선팀 전문의들이 협진 시스템을 이뤄, 국내에서 가장 많은 담석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다. 담 및 췌장 질환 분야 최고 권위자로 통하는 김 소장 이외에도 간ㆍ담도 외과수술 권위자 이승규 교수 등 실력자들이 대거 포진, 시술이 어렵기로 소문난 간내 담석 등을 독보적인 내시경 기술로 꼼꼼하게 치료한다. 진단ㆍ검사에서 결과 확인에 이르는 복잡한 과정을 단 하루만에 끝낼 뿐만 아니라, 수술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수술 날짜를 당일 잡아 주어 호응이 높다.

김 소장은 “외과 수술 중 가장 빈번한 것 중 하나가 담낭절세술인 것만 봐도 높은 발병률을 짐작할 수 있다”면서 “담석 환자가 미국의 경우 10명 중 한명 꼴인데, 우리나라도 최근 이에 근접해 있다”고 말한다. 먹고 살기가 풍족해지고 고지방 음식 위주의 서구식 식습관이 보편화하면서 발병률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특히 콜레스테롤 담석은 전체의 50%를 넘어섰을 정도로 증가세가 아주 뚜렷하다.

김 소장에 따르면, 몸무게가 갑자기 늘거나 반대로 줄어도 담석이 발생할 수 있다. 김 소장은 “미국의 경우 다이어트 약품 설명서에 ‘부작용으로 담석이 생길 수 있다’는 경고 문구가 들어 있다”면서 “젊은 여성들 사이에 다이어트 열풍이 일고, 비만 아동이 급증하면서 20~30대 젊은층 환자가 최근 부쩍 늘었다”고 말한다. 김 소장은 “담석 환자가 고지방 음식을 먹거나 과식했을 때 아랫배ㆍ명치 부위 통증을 곧잘 호소하는데, ‘급체했다’ ‘위경련이 났다’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담석에 의한 복통은 통상 한밤이나 새벽에 잦고, 30분에서 한시간 정도 지속되다가 다시 멀쩡해지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담석이 생겼더라도 아무런 증상을 못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김 소장에 따르면, 설문조사 결과 담당 담석 환자의 절반 정도는 검사 받기 전까지는 본인에게 담석이 있는지 몰랐다고 답했다.

복부 초음파 검사로 간단히 발견
하지만 담석 여부를 알아 내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김 소장은 “복부 초음파 검사를 하면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며 “복부 초음파 검사는 건강 보험 적용이 안 돼 종합 건강 검진에서 빠져 있지만, 추가로 받는다면 간ㆍ신장ㆍ췌장 암까지 발견할 수 있다”고 검사를 권한다.

담석을 방치하면 암이 된다거나 또는 담석이 생겼다고 무턱대고 쓸개를 떼내야 할 것으로 생각하면 잘못이다. 김 소장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담석이 생기면 쓸개암이 될까봐 무조건 떼 냈다”면서 “그러나 담석은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암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났다”고 말한다. 임상분석 결과, 담낭 담석과 쓸개암의 인과 관계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술은 담석이 상당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판단이 섰을 때 시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뚜렷한 증상이 없고 담석 수가 1~2개인 담낭 담석은 그냥 놔두면서 추적 관찰한다. 하지만 담도 담석은 증상이 없더라도 떼는 게 원칙이다. 간과 쓸개를 잇는 담도는 좁고 꼬불꼬불한 외길인데, 담석이 이것을 막거나 염증을 일으키거나 또는 주변 췌장(이자)으로 번지면 더 아주 심각한 사태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담석 제거는 발생 위치와 성분에 따라 조금씩 다른 방법을 쓴다. 담낭 담석은 담낭 절제술로 떼어내는 게 가장 흔하면서도 확실한 치료법이다. 예전엔 배를 가르는 개복 수술이었지만 요즘은 배에 작은 구멍을 낸 뒤 이곳에 복강경을 넣어 떼어 낸다. 담석을 녹여 없애는 경구 용해제란 것도 있지만, 크기가 작은 콜레스테롤 담석에만 제한적으로 쓴다. 담도 담석 제거에는 내시경 시술이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간 안에 생긴 담석은 제거하기가 아주 까다롭다. 간 내부 조직이 나뭇가지가 얽힌 것처럼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담석이 간의 주변부에 위치하여 내시경 시술이 쉽지않거나 또는 재발 우려가 있는 경우는 아예 간의 일부를 떼내는 ‘극약 처방’이 근본적인 치료법이 되기도 한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선회를 즐기는 탓으로 간디스토마가 원인인 색소성 담석 환자가 좀체 줄지 않고 있다”면서 “회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1년에 한번 정도 간디스토마 구충약을 먹는 게 좋다”고 권한다. 횟집들이 바다생선 뿐만 아니라 민물고기를 함께 취급하는 경우가 많고, 또 칼이나 도마 등을 통해서 간디스토마균이 전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다음에는 <간질환 치료>편이 소개됩니다.

송강섭 의학전문기자


입력시간 : 2005-02-17 13:47


송강섭 의학전문기자 spe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