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코스모스 外


▲ 코스모스 /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이제 대중 과학서의 전설적인 고전 ‘코스모스’를 찾아 헌책방이나 도서관을 찾아 다니지 않아도 된다. 1981년 이후 국내에서 절판되었던 칼 세이건의 명저가 새로운 세대의 독자들을 위해 재발간됐다. 이전 판에서 빠지거나 흑백으로 실렸던 250여 컷의 사진과 일러스트가 원색 도판으로 되살아나 일단 눈이 즐겁다. 우아하고 문학적인 저자의 문체를 최대한 살린 서울대 천문학과 홍승수 교수의 깔끔한 번역도 돋보인다.

전문적이고 딱딱할 수밖에 없는 천문 과학 지식을 580여 쪽에 풀어 놓으며 일반인들에게 술술 읽히게끔 당의를 입힌 입담 좋은 저자의 해박함은 역시 걸작이다. 인간 생명이 탄생한 지구에서 출발해 태양계와 은하수를 거쳐 망망한 우주를 누비다가 다시 지구로 돌아와 인간을 들여다보는 ‘코스모스’의 여정은 놀라운 흡인력으로 독자를 몰입시킨다. 미신과 종교가 뒤섞여 태동한 고대 천문학부터 외계 생명체의 존재와 우주 여행의 가능성을 점치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코스모스를 향한 인류의 끝없는 갈망은 인간의 근원에 대한 호기심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모두 코스모스에 속한 존재이며 인류의 미래는 코스모스에 대한 이해에 달려 있다는 저자의 말이 쉬이 잊혀지지 않는다. 사이언스북스 발행. 3만9,000원.

▲ 남극 일기 / 로버트 팔콘 스콧 지음, 박미경 옮김

1911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노르웨이 탐험대와 영국 탐험대가 남극에 깃발을 꽂기 위해 출발했다. 노르웨이팀이 남극점에 먼저 도착하면서 아문센의 이름은 최초의 남극 정보자로 역사에 새겨졌다. 그러나 한달 늦게 남극에 발을 디딘 영국팀은 귀환 도중 악천후을 만나 전원 사망하고 8개월이 지나서야 수색대에 발견된다. 남극 정복 2등, 대원 전원 사망의 비극으로 막을 내린 실패한 탐험대의 이야기는 그렇게 잊혀지는 듯 했다. 그러나 탐험대 대장이었던 로버트 팔콘 스콧의 일기가 사체와 함께 발견되면서 이들의 탐험 정신과 용기, 의연한 죽음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탐험대 출발부터 최후의 순간까지 써 내려간 스콧 대장의 일기는 남극의 극심한 추위 속에서 벌인 이들의 초인적인 사투와 공동체 정신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남극 정복만을 목표로 한 아문센과 달리 과학적 탐사와 탐험 장비 실험 등 다각적인 탐험 정신을 발휘했던 이들은 죽는 순간까지 채집한 표본을 포기하지 않는 집념을 보여 줬다. 아름다운 실패, 위대한 인간 정신에 대한 기록이다. 세상을 여는 창 발행. 1만2,000원.

▲ 나는 독신을 꿈꾸지 않았다 / 천영식 지음

‘박근혜의 53년 인생 이야기’란 부제에서 짐작되듯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삶을 유년기부터 현재까지 좇았다. 문화일보 정치부 천영식 기자가 한나라당을 출입하면서 지켜 본 박근혜 대표의 모습에 여러 가지 자료와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종합한 결과물이다. 박정희 전대통령을 둘러싼 재건 사업과 비판 여론이 뜨겁게 공존하고 향후 대선 구도에 대한 관심이 고개를 드는 요즘, 박근혜 평전을 표방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중학생 시절부터 27살까지 청와대에서 살며 퍼스트 레이디의 역할까지 수행했던 화려한 15년, 10ㆍ26사건 이후 18년간의 은둔 생활, 그리고 1997년 한나라당 입당으로 시작한 정치 인생 등 박근혜란 인물은 싫든 좋든 여러모로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박근혜의 잊혀진 18년을 뒤쫓기도 하고 그의 성격과 종교, 형제들과의 관계 등 사적인 생활을 들여다보는 전반부는 대중들의 관심을 채워줄 수도 있겠다. 2부에서는 정치 입문 이후 활동을, 3부에서는 박근혜의 리더십과 2007년 대선 지형도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북포스 발행. 1만원.

입력시간 : 2005-02-2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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