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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닉 탐방] 삼성 서울병원 <간 이식>
1년 후 생존율 95%… 생명의 메스
국내 간이식 수술 선도, "간암·간경변 악화 전 조기이식 중요"






“2주 넘기기가 힘듭니다 …. 지난해 9월 초 어느날. 내 희망은 산산조각이 났다. 며칠 전부턴가 유난히 눈치를 살피고 머뭇댄다 싶었더니 담당 의사가 기어이 ‘사망 선고’를 내렸다. 순간 망치로 세게 맞은 듯, 멍하다. 아득함 속에서도 중학교 2학년, 3학년짜리 아이들 얼굴과 수 년간의 병수발 때문에 지칠대로 지친 마누라의 수척한 모습이 오버랩된다. 오, 하느님! ”

간경변과 간암 합병증으로 수 년간 숱한 고생을 한 끝에 죽음의 문턱 직전에서 뇌사자의 간을 이식 받는 행운을 잡아 기적처럼 회생한 배모(48ㆍ남)씨의 사연 중 일부다. 배 씨는 뇌사자의 장기 기증을 학수 고대하면서 입원 치료를 받던 도중, 간암 증상이 악화돼 의사로부터 ‘2주 시한’을 통보를 받고는 ‘이제 죽는구나’라고 생각해 유언을 전하기 위해 부인을 급히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의사의 예상이 빗나가고, 두 달 뒤인 11월 초 뇌사자 장기를 받는 천우신조가 겹치면서 간 이식 수술을 받고 퇴원한 배 씨는 지금은 한 달 후면 회사에 복직한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간 이식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시술 후 생존율도 치솟으면서 말기 간경변 환자 등을 대상으로 한 시술이 최근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장기 이식을 종합 관리하는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의 집계 결과, 2000년 286건(생체 이식 246건, 뇌사자 간 이식 42건)에 불과하던 간이식 시술이 지난해 644건(생체 이식 580ㆍ뇌사자 간 이식 64)에 달해, 4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술 결과도 아주 좋다. 이식 성공 여부의 기준이 되는 ‘1년 후 생존율’도 85~95% 선으로 높아졌다.

이식은 물론 사후관리까지 '완벽 케어'
국내 간 이식 분야 실력자로 꼽히는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 조재원 교수는 “불과 7~8년 전까지만 해도 간 이식을 한다고 하면 부랴부랴 유서를 쓸 정도로 두려움에 떨었다”며 하지만 “최근 ‘1년 후 생존율’이 95% 수준에 이르렀는데, 이것은 전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치”라고 국내 기술의 우수성을 설명한다.

조 교수가 속해 있는 이 병원 장기이식센터는 2002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무수혈 간이식’에 성공했다. 발족 8년만인 지난 해에는 간 이식 시술 누계가 400여 건을 헤아리고, 1년 후 생존율이 95%를 돌파하는 등 돋보이는 실적을 거두면서 국내 간이식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다양한 임상 경험을 쌓은 전문의 6명과 24시간 간이식 상담을 하는 전문 코디네이터 등이 탄탄한 팀워크를 구축하고 이식은 물론 사후 관리까지 꼼꼼하게 챙겨준다.

조 교수에 따르면, 말기 간경변증이거나 간암이면서도 절제 수술이 불가능할 경우 간이식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조 교수는 “간암이나 간경변 증상이 악화하면 콩팥 폐 혈관 등 온갖 장기가 다 망가진다”며 “증상이 나쁘면 나쁠수록 이식 결과도 따라서 안 좋다”고 조기 이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간 이식은 개념적으론 아주 단순하다. 환자의 간을 완전히 떼어낸 뒤 다른 사람이나 뇌사자의 간을 옮겨 심는 것이다.

국내 간 이식의 90%는 부모나 형제 등 혈연끼리 간 일부를 주고받는 부분 간 이식(또는 생체 간 이식)이다. 부분간 이식 때는 통상 전체 간 면적의 60%를 차지하는 우엽을 떼 낸다. 이식 시술은 환자의 배를 가르고, 떼낸 간을 옮겨 심은 뒤 필요한 혈관과 담도 등을 잇는 과정이다. 간 일부를 떼어 내거나, 일부만 갖고도 살 수 있는 것은 간의 재생력이 아주 왕성하기 때문. 건강한 사람의 간은 30%만 남아있더라도 필요한 기능을 다 하며, 원래 크기의 90%까지 다시 자란다. 뇌사자 간은 굳이 일부만 떼 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간 전체를 이식하는 전간 이식으로 이뤄진다.

간이식 시술 과정은 그러나 아주 복잡하다. 한 건을 시술하는데 10시간 정도가 걸린다. 수술이 끝났다고 치료가 완료된 것도 아니다. 후유증이나 합병증이 심하면 최악의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식 이후에도 긴장의 고삐를 조금도 늦출 수가 없다. 이와 관련, 조 교수는 “술기(術技)를 다듬고 부작용 발생을 줄인 면역 억제제가 나오면서 합병증 발병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아직도 발병을 완전히 막지는 못한다” 고 어려움을 실토한다.

이식에 따른 기술적인 합병증으로는 이은 혈관과 담도가 막히거나 터지는 경우가 가장 많다. 간혹 신체 대사에 이상이 생겨, 혼수 상태가 지속되거나 심장 기능이 나빠지기도 한다. 또 타인의 장기 이식에 따른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 환자들은 면역 억제제를 맞는데, 저항력이 갑자기 떨어진 상태에서 병원균에 감염되면 무방비로 당할 수도 있다. 이런 우려가 있는 경우 면역 강화제를 맞거나 바이러스 증식 억제제를 투약해야 한다.

후유증·합병증 크게 감소
하지만 후유증이나 합병증 발병은 예전보다 크게 감소했다. 면역 억제제 등 신약이 잇따라 개발되고, 새로운 기술과 장비가 속속 도입되면서 수술의 정확도가 한결 높아진 까닭이다. 피를 많이 흘리고 미세한 혈관과 담도를 잇는 간이식은 정교함이 생명인데, 최근 미세한 봉합사와 봉합 바늘이 나오고 현미경을 이용하는 새로운 시술법이 추가되면서 보다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게 됐다. 방사선 중재술이란 최신 기술도 합병증을 줄이는데 아주 유용하게 쓰이는 중이다.

혈관이 좁아진 부위에는 스텐트를 삽입하여 혈관을 넓혀주고, 담도 협착 부위라면 풍선을 넣어 부풀려 준다. 한달 평균 30여건의 간 이식 수술과 간암 절제 수술을 시술하는 ‘간 수술 전문가’ 조 교수는 요즘 남모를 고민에 빠져있다. 간 이식과 절제 수술이 모두 가능한 경우, 어떤 것이 환자에게 이로운 지를 규명하는 연구에 관심을 쏟고 있다. 조 교수는 ‘복수 혈전 황달 혼수 등 간경변의 합병증이 나타나기 시작하거나, 간암이면서도 절제 수술을 못할 정도라면 늦기 전에 간 이식을 받는 게 좋다”며 “이식을 결정했다면 세계적 수준의 국내 이식 기술과 전문의를 믿고 용기를 내라”고 당부한다.

◇ 다음호에는 <우울증 치료>편이 소개됩니다.송강섭 의학전문 기자 special@hk.co.kr

입력시간 : 2005-03-0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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