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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풀 우리나무] 만병초
약이 되고 독이 되는 진초록 잎



한동안 눈 소식이 많았다. 강원도나 제주도나 호남 지방에는 눈으로 고생하신 분들이 많을 터이지만 그래도 서울을 중심으로 보면, 올 겨울 백설로 뒤 덮힌 세상을 보지 못 하고 계절을 보내는 듯 싶어 여간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이 아니다.2월 말의 느닷없는 폭설이 마음을 달래주긴 했지만.

이 즈음 산에 가면, 유독 눈에 뜨이는 나무들이 있다. 많은 상록수들이 그러하고 특히 나뭇가지에 기생하는 겨우살이처럼 다른 식물들과 섞여 살 때에는 잘 보이지 않다가 나뭇잎이 다 떨어진 바로 이 계절 가장 잘 만나지는 식물들이 있는데, 만병초도 그런 식물의 하나이다. 특히 중부 지방에선 상록성인 넓은 잎 나무가 흔치 않으므로 한 겨울, 눈밭에서도 진초록의 반질거리는 잎을 펼쳐 내고 살아 가는 강건한 만병초를 만나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더욱이 만명초는 자생지가 높고 깊은 산에 한정적으로 자라고 있으며 그나마 여러 사람들에게 남채되는 수난 많은 식물이어서 더욱 보기 어려워지고 있으니 그 반가움이 더 크다.

만병초가 수난을 당하는 이유는 바로 이름 때문이다.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만 가지 병을 낫게 해 주는 그야말로 만병 통치약처럼 생각이 들게끔 이름이 붙었으니 당연한지도 모른다. 실제로 만병초는 한방에서 중요한 약용 식물이다. 만병초는 물론 노랑만병초와 홍만병초 모두 잎을 쓰는데 생약명은 만병초, 석남엽 또는 풍엽이라하며 내상음위를 고치고 강장 효과를 비롯하여 아주 여러 증상에 처방된다.

그러나 이 만병초 잎에는 안드로메도톡신이라는 유독 성분이 있어 함부로 사용하면 크게 위험에 빠질 염려가 있다. 이 성분은 호흡 중추를 마비시켜서 잘못 복용하면 식도가 타 들어 가는 듯 하고 설사와 구토가 나는데 이것을 모르고 만병초라는 이름만을 믿고 무작정 잎을 따서 다려 마시고는 크게 고통을 당하거나 어린 자식에게까지 먹여 실신까지 시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심한 경우에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한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잘 먹으면 좋은 약이지만 함부로 먹으면 만병의 치료가 아닌 만병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만병초는 진달래과에 속하는 상록성의 넓은 잎을 가진 관목이다. 진달래과에 속하는 식물 가운데는 진달래나 철쭉처럼 낙엽성인 나무와 만병초나 월귤처럼 상록성인 나무로 나뉘어 진다. 겨우내 푸르던 잎새들은 봄이 오면서 뒤로 말렸던 잎들이 펴지면 가지 끝에 5~7개씩 새 잎이 모여 달린다. 그리고 정작 꽃은 한 여름이 되어야 핀다. 깔때기 모양을 한 백색의 예쁜 꽃들이 열 송이 이상 한자리에 모여 달리고 그 밑에 잎이 받쳐 주니 그야말로 하나의 꽃다발을 보는 듯 하다.

우리나라에는 만병초 이외에도 울릉도에 자라는 꽃이 붉은 홍만병초와 노란색 꽃이 피는 노랑만명초가 있다.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홍반명초는 붉은 만병초라고도 부르는데, 연분홍이나 조금 진한 분홍빛의 꽃색이 아름다워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지만 지금은 멸종되기 직전에 놓여 있다. 노랑만병초는 북부 지방에 자라는 종류이다. 꽃색이 연한 황색이어서 아주 곱고 이 나무는 북한의 낭림산 노봉, 백두선의 정상 부근 등 자주 높고 깊은 산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서 군락을 이루며 자란다. 조금 낮은 곳에서는 1m씩 크기도 하지만 대게는 수목 한계선을 너머 올라가 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바닥에 엎드려 온 대지를 덮으면 퍼져 나간다. 백두산에 아직 여름이 오기 전, 땅을 뒤덮어 초록빛 융단위에 노란색 꽃수를 놓은 듯한 노랑만병초의 군락은 장관이 아닐 수 없다.

만병초만 생각해도 이 땅 곳곳에 자라는 식물들의 이러 저러한 풍광들이 마음속에 펼쳐진다. 빨리 봄이 왔으면….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foa.go.kr


입력시간 : 2005-03-02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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