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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닉 탐방]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치매 한방 치료>
천국과 지옥의 불행한 동거에서 해방
신약재 '건뇌탕' 개발로 증세 호전에 획기적 성과 거둔 '치매 명의'






30대 초반의 직장인 김모(남)씨 가족은 요즘 짜릿한 일탈을 즐기고 있다. 지난 1년 6개월간 온 식구들을 짓눌러온 아버지의 치매 증상이 서너 달 전부터 눈에 띄게 호전되면서 집안 분위기가 한결 좋아졌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식욕도 늘고, 폭행이나 폭언도 참을 수 있을 정도로 수그러들어 김 씨는 아주 흐뭇하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루 하루가 악몽과도 같았다고 한다. 아버지는 툭하면 투정을 부리고, 듣기 민망한 욕설을 마구 쏟아내고…. 손찌검도 당했다고 한다. 그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불끈불끈 치솟는 감정의 응어리를 꾹꾹 눌러가며 마음을 다잡아 온 김 씨다. 만일 아버지의 증상이 호전을 보이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무슨 일이 터졌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말한다.

노인성·다발성 뇌경색성 치매 치료
당뇨ㆍ고혈압 보다도 더 무서운 병이 치매라고들 한다. 발병 원인이 뭔지 파악할 수 없는 경우도 많고 치료를 받더라도 증상이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없다. 죽을 때까지 치료해야 하는 게 치매다. 환자도 환자지만 가족들은 아주 끔찍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오죽하면 ‘가정 파괴범’이란 꼬리표가 붙었을까. 또 ‘환자는 천국, 가족은 지옥’이라고 비아냥을 할까. “치매는 고치기가 힘든 병입니다. 중기를 넘어서면 치료가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또 치료를 한다고 해도 악화를 막거나 진행을 더디게 하는 정도입니다.” 경희대 한방병원 신경정신과 황의완 교수. 치매 중에서도 고치기가 힘들다는 알츠하이머형 치매, 혈관성 치매 중에서도 뇌동맥의 가느다란 가지가 막히면서 뇌조직의 여기저기가 손상돼 나타나는 ‘다발성 뇌경색성 치매’를 직접 개발한 한약제로 돋보이는 치료 성적을 거두고 있어 ‘치매 명의’로 통하는 인물이다. 그도 실토했 듯, 치매는 명의에게도 결코 호락호락한 병이 아니다.

하지만 황 교수는 일반적인 치료법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긋는다. “저의 목표는 치료입니다. 완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증세를 호전시킴으로써 중기나 말기로 넘어가지 않도록 합니다.” 그가 이렇게 ‘큰소리’를 치는 것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 바로 건뇌탕(健腦湯ㆍ일명 원지석창포산). 지난 2000년 여름부터 꼬박 4년 여에 걸쳐 개발한 신약제다. 한방에서는 치매를 ‘매병’이라고 불러 왔다. ‘바보처럼 말이 없는 상태’라는 뜻이다. 치매는 뇌 세포가 다쳐 생겨난 것이라는 점에서 일시적인 기억 장애 현상인 건망증과 다르다.

치매는 알츠하이머형과 혈관성,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걸려 널리 알려진 알츠하이머형 치매(노인성 치매)는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도 모른다. 노화 현상 탓으로, ‘두뇌를 많이 사용하지 않아 뇌가 쭈글쭈글하게 쪼그라든 상태’가 된 것이라고 믿고 있을 뿐이다. 반면 혈관성 치매는 뇌 속 크고 작은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혔을 때 발병한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이 원인인 뇌졸중 환자들에게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중풍 치매라고도 부른다. 알코올 중독, 비타민 B 결핍 등에 따른 ‘이차성 치매’도 있지만 발병률은 미미하다. 치매는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다. 아주 서서히 진행하기 때문에 가족이 발병했어도 금세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다. 가장 흔한 증상은 기억력 장애다.

발병 초기에는 최근의 것을 기억하지 못하다가, 병이 더 진행하면 오래 전의 일까지 까맣게 잊어 버린다. 또 배우자가 바람을 피운다든지, 남이 자신의 물건을 훔친다든지 하는 망상(妄想)이나 우울증 불면증 등에 사로잡히는 경우도 있다. 치매 중기 환자의 인지 기능은 유치원생 정도. 말기가 되면 세 살배기 수준으로 뚝 떨어져 똥ㆍ오줌조차 가리지 못한다고 한다. “알츠하이머형과 혈관성 증상을 동시에 갖고 있는 환자들이 부쩍 늘었윱求?” 최근의 발병 추세를 설명하면서, 황 교수는 지난 15년간 숱한 환자들을 다뤄 본 결과 알츠하이어형을 치료하는 데는 사상 체질에 따르는 게 옳다고 말한다.

체질에 맞는 처방일 경우에는 중증이 아닐 경우 한 두 달 정도 치료하면 증상이 눈에 띄게 호전됐지만, 그렇지 않았을 때는 상태가 되려 악화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것. “특이하게도 소양인의 경우에는 ‘약발’이 잘 듣지 않더군요.” 황 교수가 알츠하이머형 치매를 다스리는 방법은 조위승청탕(調胃升淸湯)을 처방하는 것. “각종 임상 및 동물 시험 결과 학습 능력과 기억력을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신경 세포의 저항력도 향상시켜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약재의 효능과 안정성을 설명한다.

그가 가진 처방전은 조위승청탕 한 가지만이 아니다. 지난 4년 간 끈질도록 매달린 결과, 얼마 전 건뇌탕이란 신약을 개발해 냈다. 건뇌탕은 조위승청탕에 들어 있는 약재 중 치매 치료 효과가 탁월한 원지(遠志)를 가려 낸 뒤 석창포(石菖蒲)와 신곡 등을 넣어 만든 것. 임상 시험 결과 효능이 아주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약재효능·안정성에 자신감
황 교수가 2000년 8월부터 알츠하이머형 초기 환자 17명에게 건뇌탕을 하루 1포(6g)씩 총 3회를 6개월간 복용시킨 결과, 환자들의 기억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인지 기능의 감퇴를 상당 부분 억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황 교수는 “알츠하이머형 초기인 경우 건뇌탕을 6개월 이상 꾸준하게 복용하면 증상이 뚜렷하게 호전될 것”이라면서 “약값도 싸다”고 덧붙였다. 다발성 뇌경색성 치매의 치료법은 중풍을 다스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황 교수는 “이 경우에도 중풍 환자에게 처방하는 성향정기산이나 우황청심환으로 치료를 하고 있다”면서 “발병 1개월 이내일 경우 석 달 정도 꾸준하게 복용하면 증상이 눈에 띄게 호전되어 일상 생활에 큰 불편함이 없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머리를 다양하게 쓰라.”치매 예방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황 교수는 “특히 동맥경화가 원인인 혈관성 치매는 근본 원인이 되는 고혈압이나 당뇨를 잘 치료하는 게 바로 예방책이 된다”고 일러 준다.

◇다음호에는 <심혈관 질환 치료>편이 소개됩니다.



송강섭 의학전문기자 special@hk.co.kr  


입력시간 : 2005-03-1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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