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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치혁의 건강백세] 춘곤증


따스한 봄볕과 함께 파릇한 새싹이 돋아 나는 철이다. 거리의 풍경도 무거운 외투를 벗고 산뜻한 봄차림을 한 사람들 일색이다. 겨울의 그늘을 벗어난 느낌이다. 이 때 찾아 오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춘곤증이다.

침울한 겨울색을 벗어나 밝은 연록색을 맞이하면 생활이 더 활기차야 할 것 같은데, 몸의 반응은 어째 거꾸로다. 나른해지고 점심 식사 후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졸음이 쏟아진다. 점심 식사 후의 학교 교실은 며칠 밤을 새며 시험공부를 하고 난 후에 피로가 절정에 달한 것 같은 풍경이다. 책상 앞에서 조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책상에 엎드려 비몽사몽인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회사에서도 졸음과의 전쟁은 마찬가지다. 사무실에서 상사의 눈을 의식하며 잠깐 조는 것은 그래도 양반이다. 회의가 좀 길어지면 주제가 중요해 중역들이 배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꺼풀은 천 근이 되고 목은 시계추가 흔들리듯 앞뒤로 움직여 눈총을 받기도 한다.

중요한 자리에서 조는 실수라도 하고 나면 별 것 아닌 춘곤증이 심각하게 다가 오기도 한다. 춘곤증은 왜 생길까,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개의 춘곤증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춘곤증은 몸이 계절의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이다. 추운 겨울 날씨에 움츠러들었던 몸이 따뜻해지는 변화를 미처 적응하지 못해 나타나는 증상일 뿐이다. 오장육부는 물론이고 피부의 혈관까지도 겨우내 위축되었다가 봄의 온기에 이완되며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하지만 평소 소화기가 좋지 않은 사람들에겐 춘곤증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심한 경우도 있다. 봄기운은 소화기 작용을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한방에선 봄의 기운을 단단한 땅을 뚫고 나오는 나무의 기운으로 본다. 겨울엔 단단한 씨로 응집되는 기운이 강하다면, 봄철엔 씨의 껍질과 땅를 뚫고 나오는 강한 분출력이 천지를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행의 원리로 보면 봄에 왕성한 나무의 기운은 신체중 간에 해당된다. 간의 기운이 성하게 되면 소화기의 기능을 억누르는 것(木克土) 또한 오행의 이치다. 당연히 약해진 소화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 위장에 혈액이 몰리게 되고 그 결과 머리로는 혈액공급이 부족해져 졸음이 쏟아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겨우내 비타민, 미네랄 등의 영양소 섭취가 부족했고 낮이 길어져 활동량이 늘어나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춘곤증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이다. 겨우내 움추리고 있던 몸을 쭉쭉 펴주는 스트레칭도 봄기운과 조화되는 운동이다. 속보나 조깅 등도 춘곤증을 극복하는 좋은 방법이다. 몸을 활발하게 움직이면 당연히 혈액 순환이 활성화된다. 운동 부족으로 탄력을 잃었던 몸의 각 부위와 세포에 운동으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본격적인 운동이 아니라도 좋다. 점심 식사 후에 가까운 공원을 찾아 산보를 해도 도움이 된다. 따스한 봄기운을 느끼는 것은 보너스다.

제철의 자연 야채를 섭취하는 것이 춘곤증을 이겨내는 좋은 방법이다. 비닐하우스 등으로 한겨울에도 야채를 먹을 수 있었지만 음식은 역시 제철 음식이다. 달래, 냉이 등에 식초를 가미해 상큼하게 먹으면 춘곤증을 벗어나는데 도움이 된다. 봄철엔 몸이 늘어지기 쉽다. 이 즈음엔 오행으로 볼 때에 수렴하는 기운이 강한 신맛을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맛이 강한 부추를 먹는 것도 좋다. 영양학적으론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 냉이, 달래, 쑥갓, 씀바귀를 먹는 것도 바람직하다. 비타민B1이 많은 보리, 콩, 팥 등의 잡곡이나 깨소금, 시금치 돼지고기 등도 물론 춘곤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

손바닥으로 가볍게 전신을 툭툭 두드려 전신의 기혈 순환을 자극시키는 방법도 있다. 손의 힘을 완전히 뺀 뒤에 손목의 스냅 만으로 가슴, 팔 안쪽, 팔 바깥쪽의 순서로 두드려 준다. 같은 요령으로 다리 뒤쪽과 안쪽을 자극해 준다. 주먹을 살짝 쥐고 두드려도 되지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손에 힘을 빼고 손가락과 손바닥으로 전신을 자극하는 것이다. 손에 너무 힘을 주면 자극이 너무 강해져 효과는 오히려 반감된다. 졸음이 쏟아질 때는 두피를 자극하는 것도 좋다.

열 손가락으로 이마부터 목 뒤까지 빗어 넘기듯이 자극을 해주면 머리가 시원해지고 졸음도 깬다. 오후에 머리가 무거워지고 눈이 피곤할 때는 눈썹 끝 바로 옆에 오목하게 들어가 있는 부위인 태양혈과 눈썹에 위치한 어요, 사죽공 등의 혈자리를 엄지 손가락으로 지긋하게 눌러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래도 부족하면 뒷목에서 근육과 후두골이 연결되는 부위를 지압해도 된다.

춘곤증이 심해지면 소화 기능에 문제가 없는지를 살펴 보아야 한다. 현기증이 나타나기도 한다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단순히 소화 기능이 약한 정도가 아니라 혈허의 증상도 동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소화 기능만 저하된 정도라면 운동을 통해 소화기를 적절히 자극할 수도 있지만 정도가 심해지면 보중익기탕이나 조중익기탕 등의 한약으로 소화기을 다스려 주는 것이 좋다. 어지러움까지 동반되고 있다면 혈허를 치료하는 당귀, 천궁, 작약 등의 약재를 가미하면 된다.



황&리한의원 원장 sunspapa@hanmail.net


입력시간 : 2005-03-2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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