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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둥글레
맛 만큼 구수하고 소박한 매력



사람도 그렇지만 우리 꽃 중에도 한 번을 보아도 금새 반하여 좋아지는 꽃이 있는 반면, 평상시에는 특별하게 눈여겨 보지 않다가 한번 그 매력을 알게 되면 새록새록 좋아지는 그런 꽃들이 있다. 둥굴레는 후자에 속하는 꽃인 듯 하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조금 숲이 우거진 곳에 그리 흔하지도 그리 귀하지도 않게 자라오던 우리 꽃. 꽃색이 화려하지 않고 크기도 작아, 오며 가며 얼른 눈에 들어오지는 않지만 자세히 살펴 보면 가녀린 자태에 앙증스런 꽃송이들이 우리의 정서에 꼭 맞도록 소박하고도 고운 모양을 지닌 꽃이 바로 둥굴레이다.

그런데 이처럼 그저 평범하고 다정했던 둥글레가 제법 유명해졌다. 둥굴레차가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꽃은 몰라도 이름은 아는 이가 많다. 사실 차로 다려 마실 수 있는 야생의 식물이야 삼지구엽초 등 수없이 많지만 인삼이나 녹차처럼 티백으로까지 나와 널리 통용되는 예는 거의 없었는데 말이다.

둥글레는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우리나라 전국에 자라며 이웃한 일본이나 중국에도 있다. 지하에서는 황백색의 땅속 줄기가 구불구불 옆으로 기고 그 주변에 가는 수염뿌리가 난다. 한쪽으로 기울며 가늘게 올라가는 줄기는 높이가 20~30cm정도 된다.

줄기에는 이를 조금씩 감싸고 잎이 달리는데 둥굴게 굽은 나란히 맥이 잘 발달해 있다, 잎 길이는 손가락 두 마디쯤 되며 자루 없이 줄기에 어긋나게 달린다. 꽃은 아주 늦은 봄 혹은 아주 이른 여름에 잎과 줄기 사이에서 꽃자루가 나와 한 두개씩 매어 달린다. 은방울꽃을 닮았지만 이보다 길쭉한 유백색의 꽃이 하나 둘씩 조롱조롱 매어 달려 보기 좋다. 구슬처럼 둥근 열매는 장과로 검게 익는다.

둥굴레라는 고운 우리 이름은 어떻게 붙었을까? 잎끝에서 둥글게 모아지는 잎맥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잎이 아름다워 옥죽(玉竹) 등으로 불리우기도 한다. 그밖에 한자로 황정(黃精), 소필관엽(小筆管葉), 위유(萎蕤), 산에서 신선이 먹는 음식이라하여 선인반(仙人飯) 등으로 표기하기도 하고 지역에 따라서는 죽네풀, 괴불꽃 이라고도 부른다.

요즈음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야생 식물이 낯설지만 자연을 벗삼아 살아 오던 우리의 선조들에게는 둥굴레가 가까운 식물이었다고 한다. 굵은 뿌리(정확히 말하면 땅속 줄기 포함)는 전분이 많고 영양가가 있으며 더욱이 뿌리가 땅속 깊이 박히지 않아 캐기 수월하고 비교적 널리 분포하고 있던 까닭에 굶주림이 심할 경우에 식량을 대신하여 먹을 정도였다고. 뿌리를 씹어 보면 약간은 질긴 듯도 하지만 단 맛이 우러나 먹기도 좋으며 밥에 찌든지 구워 먹으면 밤보다 맛있다는 이도 있다.

뿌리는 장아찌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어린 순은 나물이나 튀김, 샐러드에 등 여러 요리에 응용이 가능하며 꽃을 살짝 데쳐 음식에 넣기도 한다. 민간에서는 뿌리를 소주에 담궈 놓고 정기적으로 마시면 노화 방지, 성기능 강화 등에 효능이 있다고 전해지고 이 밖에 민간 처방이 30여 종류에 달한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둥굴레를 보다 본격적으로 이용한다. 둥글레속 유사 식물들을 모두 합하여 옥죽이라며 사용한다. 둥굴레는 관상 자원으로도 가치가 있는데 특히 일본에서 만들어 낸, 잎에 연노랑색의 무늬가 들어 있는 품종은 명자백합(鳴子百合)이라하여 인기가 있다. 관상용으로는 절화, 부화, 분경, 화단 식재 등 다양하게 이용하는데 화분에 여러 포기 심어 관리하면 작고 아름다운 대나무 숲을 보는 듯 하다고 하여 많은 이들이 좋아한다.

둥글레 역시 봄 숲이 주는 소박한 선물의 하나인 듯 싶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원 ymlee99@foa.go.kr


입력시간 : 2005-03-2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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