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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철학적 사유로 읽어낸 과학의 오늘과 내일
과학과 종교 사이에서
김용준 지음
돌베게 발행ㆍ18,000원




배아 복제니 뭐니 하며 최첨단 테크놀러지가 과학의 무궁무진한 승리를 찬미하는 바로 지금, 그 반대편에서는 영성(靈性)의 회복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아 간다. 그것은 객관성과 주관성 사이의 해묵은 대립을 재현하는 것일까? 독자 여러분은 과학과 종교의 차이를 말할 수 있나? 그러나 이 시대, 물과 기름처럼 도저히 융화할 수 없는 두 가지가 21세기에 들어 더 더욱 친화력을 키워 가고 있다.

그렇다면 원로 과학자 김용준(78) 선생이 다다른 결론은 어느 쪽일까. 그가 보기에 인류의 궁극은 과연 다음 둘 가운데 어느 편에 기대고 있을까? 종교인가, 과학인가? 종교의 얼굴을 한 과학인가, 과학의 외피를 입은 종교인가? 공학이 생명과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 가는 21세기, 저 질문은 결국 인류의 머잖은 미래를 겨냥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과 종교 사이에서’라는 책의 제목은 대단히 합당한 것으로 보인다.

인간과 과학, 과학과 기독교, 몸과 마음 등 세 개의 거대한 주제를 독자에게 제시하는 그의 태도는 거장들의 논법이 그러하듯 결코 독자를 채근하지 않는다. 지금껏 자신이 축적해 온 학문의 곳간에서 꼭 필요한 자양분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신뢰를 구축해 간다. 과학이란 신비나 기적의 사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더욱 인간적인 언어로 이해하기 위해 정진하는 과학자들 덕에 자양분을 공급 받아 왔다는 것이다.

대미는 과학과 종교의 통합, 즉 ‘진화 신학’이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서 유신론이 종언을 고한 것은 다윈의 후예들이 과학적 유산을 활용해 신에 대한 관념을 풍부하게 전개하지 못 한 까닭이라는 주장이다. 진화학이 현세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극적으로 바꿔 놓았다는 객관적 사실을 받아 들여, 세계를 창조하고 돌보는 신에 대한 태도를 완전히 새롭게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결국 이성을 부정하고 계시만을 주장하는 한국의 보수적 기독교에 대한 비판이다. 그 비판이 뼈아픈 것은 저자가 곧 신실한 기독교도라는 사실 때문이다. 서문은 이렇게 매듭지워져 있다. “나를 이 세상에 있게 하시고 또 기독교인으로 키워 주신 어머니, 작년 이맘때 돌아 가신 어머님께 이 책을 바친다.”

그가 걸어 온 생의 총량은 사유의 분량과 맞먹는 것일 지도 모른다. 혹독한 시대를 만난 정신에게 부과된 대가이기도 했다. 고려대 교수로 있던 1975년 그는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해직됐다. 기독자교수협의회 회장직을 맡게 되면서 사건의 중심에 사게 됐다. 이어 신군부가 세상을 잡은 뒤인 1980년엔 구국 선언에 서명했다는 대가로 연루돼 학교에서 ‘잘렸다’. 결국 무려 8년에 달하는 해직 교수 생활 덕에 그는 유기화학자의 생활에서 웅혼한 사유의 길로 초대된 것이고, 그 부름에 성실히 답했다. 그것은 곧 과학과, 종교와, 인간에 대한 읽고 쓰기였다.

그의 동생은 스타 철학자 도올 김용옥이다. 세상은 아우에게 많은 분량을 요구했다. 전공은 물론 한의학, 영화, 심지어 재즈까지 격물치지(格物致知)의 기세로 일갈하길 서슴지 않는 도올에게 수요가 따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렇다면 도올은 형에 대해 뭐라 말할까? “우리 형이야말로 20세기 한국 역사에서 과학을 과학으로만 보지 않고 철학과 과학의 다리를 놓은, 한국 최초의 사상가”라 했다. 이번의 책을 가리켜 “호랑이 꼬리를 붙잡고 꼼짝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심정으로 쫓기면서 쓴 미완의 글”이라 표현한 저자는 그러나 “여든을 눈앞에 둔 나의 한계를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계속 집필하겠다는 마음에는 변함없다”고 다짐하길 마다 않는다.

그의 얼개가 집약된 책이다. 비인간적인 것(과학)과 인간적인 것(철학)이 합일돼 가는 장관을 펼쳐 보이는 이 책은 어쩌면 21세기가 가장 필요로 하는 포스트모던적 사유의 형태를 매우 구체적인 형태로 제시하고 있다고도 해야 할 것이다. 400쪽에 이르는 방대한 저작은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는 요한복음의 첫 구절을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적 지식을 총동원해 규명한 것이라 해도 좋다. 부제가 말하듯 이 책은 ‘과학인 김용준의 연구 노트’이므로.



장병욱 차장 aje@hk.co.kr  


입력시간 : 2005-04-0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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