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 내리는 봄의 수채화 속으로4월의 계룡산은 벚꽃 천지, 기 충만한 능선마루서 보는 풍경 압권

[주말이 즐겁다] 계룡산 벚꽃
꽃비 내리는 봄의 수채화 속으로
4월의 계룡산은 벚꽃 천지, 기 충만한 능선마루서 보는 풍경 압권


백제의 고도(古都)인 공주 남쪽에 솟은 계룡산(鷄龍山)은 주봉인 천황봉(845m)에서 관음봉(816m)을 거쳐 삼불봉(775m)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마치 닭의 볏을 쓴 용을 닮았다는 산이다. 실제로 산태극 수태극을 이루며 굽이도는 능선 마루에 바위 성채가 길게 이어져 있으니 금남정맥의 맹주로서 전혀 부족함이 없는 산세라 할 수 있다.

박정자에서 동학사까지의 3km 벚꽃길 일품
4월 중순의 계룡산은 벚꽃 천지다. 벚꽃 길은 대전서 계룡산으로 넘어가는 대전국립묘지 부근서 동학사까지 4km 이상 이어지는데, 그중 공주와 동학사가 갈리는 박정자마을 삼거리부터 동학사 입구까지 3km에 이르는 벚꽃길이 가장 좋다. 벚꽃철이 되면 계룡산 들어가는 이 아스팔트 길가는 온통 연분홍 벚꽃으로 뒤덮인다.

올해 벚꽃은 예년보다 며칠 늦은 4월 13일(수) 전후에 만개할 것으로 보인다. 벚꽃축제는 4월11일부터 14일까지 나흘간 열린다. 이곳의 벚나무들은 1968년 계룡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무렵에 심었으니 최소 30~40년쯤 되는 것들이다.

박정자마을 삼거리에 있는 조각공원은 유명조각가 20여 명의 작품 25점이 전시되어있는 휴식공간이다. 여기엔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가 일본 도예의 시조가 된 이참평공을 기리는 기념비가 서있다. 여기서 10리쯤 떨어진 상신리는 십여 명의 도예가들이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도예촌이다. 상신리 들머리의 솟대와 장승에서 마을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거니와 온갖 봄꽃들이 다투어 피어나는 상신리 계곡의 봄 풍경도 제법 좋다.

한편, 계룡산 도예촌이 주관하는 '계룡산 분청사기 축제'가 4월 8~12일 사이에 상신리 도예촌에서 열린다. 계룡산 벚꽃과 봄꽃 속에서 ‘봄꽃, 불꽃 그리고 흙꽃’이란 주제로 펼쳐지는 이 축제는 도공 추모제례, 전통 장작 가마 도자기 굽기 시연, 도예 체험마당 등 다채로운 행사로 꾸며진다.

이렇게 산 아래의 봄 풍경을 즐기는 재미도 좋지만, 계룡산에 오르는 맛도 빼놓을 수 없다. 동학사 주차장에서 매표소에 이르는 길도 완전한 벚꽃 터널이다. 산아래 도로의 벚꽃보다 이틀쯤 늦게 핀다. 향긋한 내음 번지는 벚꽃 터널을 지나 평탄하고 너른 길을 걷다보면 동학사 세진정(洗塵亭). 난간에 기대 시원한 계류 소리를 듣다보면 세속의 욕심은 이내 사라지고, 마음속의 티끌조차 다 씻어버리면 곧 동학사(東鶴寺)다.

이 절집은 청도 운문사, 울주 석남사, 양산 내원사, 예산 수덕사의 견성암 등과 함께 우리나라 비구니 수련 도량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동학사가 여느 절집과 다른 건 신라 고려 조선에서 대표적인 충절을 보여준 인물들을 모시고 있다는 점이다.

724년 조그만 초막으로 시작한 동학사는 937년 신라가 망하면서 신라의 시조와 충신 박제상의 초혼제를 지내면서 승려들이 몰려들어 사세가 커지게 되었고 후에 이름을 동학사로 고쳐 불렀다. 그리고 조선 태조 때는 길재가 이곳에서 고려의 왕족과 정몽주를 위하여 기도하였고, 김시습도 이곳에서 단종 김종서 사육신 등의 명복을 빌었다. 이런 연유로 동학사 경내에는 신라의 시조와 충신 박제상의 위패가 안장되어 있는 동계사, 정몽주․길재․이색의 위패가 모셔진 삼은각, 단종 김종서 등의 위패가 안장되어 있는 숙모전을 비롯해 생육신과 사육신을 추배한 동묘와 서묘 등이 세워졌다.

동학사까지 왔다면 남매탑(청량사지 쌍탑)을 보지 않을 수 없다. 천년의 세월을 인내해온 남매탑은 한 처녀가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승려를 따라 평생동안 불도를 닦으며 함께 지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고려 때 세워진 키 큰 7층석탑이 오라비탑이고, 백제석탑 양식인 작은 5층석탑이 누이탑이다. 매표소에서 동학사와 남매탑을 둘러보고 오는 데는 2시간쯤 걸린다.

감탄사 절로 나오는 자연성릉
닭의 볏으로 불리는 능선을 밟으려면 발품을 더 팔아야 한다. 남매탑 샘터에서 목축이고 땀을 한줄금 쏟으면 세 분의 부처를 닮았다는 삼불봉이다. 삼불봉에서 자연성릉을 거쳐 관음봉, 천황봉으로 이어지는 깎아지른 바위 성벽은 자연성릉이라 불리는데, 계룡산이 ‘닭벼슬을 쓴 용’일 수밖에 없음을 알게 해주는 부분이다. 조선시대의 뛰어난 지리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계룡산에 대해 ‘그 내맥이 깊고 골이 깊어 정기를 함축하였다’고 말했던 바, 칼날 같은 암벽을 드리운 능선에 올라본 사람이라면 이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자연성릉의 남동쪽은 자연적인 성을 쌓아놓은 듯 절벽지대로 이루어져 있지만, 위험한 구간마다 철난간과 철다리를 설치해놓았기 때문에 걷는 데 자신만 있다면 그다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매표소~동학사~남매탑~삼불봉~자연성릉~관음봉~은선대피소~동학사~매표소 코스는 쉬는 시간까지 5시간쯤 걸린다. 계룡산관리사무소 전화(042-825-3003).

* 숙식 동학사 입구에 여관과 민박집, 그리고 식당이 밀집해있어 숙식엔 큰 어려움이 없다. 산채비빔밥 등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많다. 동학민박(042-825-2991) 등나무민박(042-825-5086) 밤나무민박(042-825-5000).

* 교통 호남고속도로 유성IC→32번 국도→7km→박정자 삼거리(좌회전)→3km→동학사 입구 주차장. 상신리 도예촌은 박정자 삼거리에서 1번 국도를 타고 공주 방향으로 2km 간 다음, 하신리 앞에서 좌회전해 마을길로 들어간다.

글·사진 민병준 여행작가


입력시간 : 2005-04-13 14:42


글·사진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