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겨서 더 맛있는 전라도 대표'탕'

[맛집 멋집] 논현동 <삼호 짱뚱이> 짱뚱어탕
못생겨서 더 맛있는 전라도 대표'탕'

보기 좋은 음식이 먹기도 좋다지만 못생겨도 맛과 영양만큼은 뒤지지 않는 음식이 있다. 짱뚱어라는 녀석이 그렇다. 목포, 영암, 해남, 무안 등지에서만 잡히는 짱뚱어. 전라도 토속 음식으로 알려진 짱뚱어탕을 서울에서도 맛볼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논현동에 자리한 ‘삼호 짱뚱이’는 전라도 출신의 김명훈 사장이 운영하는 남도음식전문점이다. 상호는 짱뚱어로 걸었지만 홍어나 민어, 낙지, 메생이 등도 두루 맛볼 수 있다. 짱뚱이는 짱뚱어의 사투리. 어떻게 불러도 참 생뚱맞게 들린다. 동면 기간이 대략 10월 초에서 이듬해 4월까지로 길어 잠퉁이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망둥어과 물고기로 갯벌에서도 사는 탓에 진흙색이랑 거의 비슷하다. 솔직히 언뜻 보기엔 그다지 맛있어 보이지 않지만 일단 짱뚱어탕 한 그릇을 맛보고 나면 마니아가 되지 않고는 못 배긴다. 뼈째 갈아 된장과 우거지 등 넣고 탕을 끓이거나 통째로 매운탕을 끓이는데 둘 다 영양식으로 그만이다.

짱뚱어는 아가미뿐만 아니라 폐로도 호흡을 해 물이 빠지면 갯벌을 펄펄 누비고 다니며 영양을 섭취한다. 워낙 움직임이 날쌔 손으로 직접 잡기는 무척 어렵다. 일반적으로 훌치기 낚시로 잡고 있는데, 쉽게 말해 자연산일수 밖에 없다는 얘기. 또 청정갯벌에만 사는데다 햇볕을 많이 받고 자라 비린내와 해감내가 없는 것도 특징. 그래서 탕을 끓일 때도 된장과 들깨가루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 없을 정도다.

지난 96년 김사장이 삼호 짱뚱이를 문 열면서 짱뚱어탕이 전라도 토속 음식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짱뚱어가 어촌계로부터 철저한 보호를 받고 있어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고. 동면 후 산란기에 접어드는 5월 초~중순까지는 절대 잡을 수 없고 5월 중순 이후부터 10월 초까지만 생물 짱뚱어를 맛볼 수 있다. 동면에 접어드는 10월 초순 직전이 맛과 영양으로 치면 최고다. 그 외 계절에 먹는 짱뚱어는 모두 냉동으로 보관되는 것들. 잡을 수 있는 시기가 한정되어 있는 것도 문제지만 짱뚱어탕을 파는 집이 늘어나면서 한 해에도 수십만 마리의 짱뚱어를 잡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보존 차원에서는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는 것이 김사장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서 짱뚱어탕을 아예 팔지 않을 수는 없어 다른 대체 메뉴도 많이 내놓았다. 그 중 그가 가장 자신 있는 것이 홍어다. 좋은 재료를 위해 한달에도 수차례씩 목포와 서울을 오가는 김사장의 정성 덕에 손님들은 제대로 된 홍어를 맛볼 수 있다. 물건이 항상 넉넉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빨리 온 사람이 임자인 셈. 홍어를 들여오는 날에는 문자 메시지로 단골들에게 알려주는 배려도 잊지 않는다.

‘흑산도 홍어 15만원’, ‘칠레 홍어 4만원’이라는 메뉴판이 방마다 붙어있다. 주인의 정직한 마음에 손님들도 기분이 좋다. 가격도 개업 이래 지금까지 똑같다. 많은 사람들이 칠레 홍어의 맛을 의심 하지만 한번 냉동되었을 뿐이지 맛은 흑산 홍어에 처지지 않는다는 것이 김사장의 설명. 칠레 홍어도 제대로 삭혀 내놓으면 아무리 까다로운 사람도 깜박 속을 정도라고. 중간 정도로 삭힌 홍어와 편육, 묵은 김치를 한데 싸먹으면 홍어 특유의 알싸함이 코끝을 자극한다. 한쪽 눈을 찔끔거릴 정도로 짜릿하지만 쉽사리 젓가락을 내려놓을 수는 없는 맛이다. 이래서 처음엔 질색하던 사람도 어느새 마니아가 되는 모양이다.

* 메뉴 : 짱뚱어탕 10,000원(1인), 30,000원(소), 55,000원(대), 민어매운탕 25,000원(소)~35,000원(대), 흑산홍어삼합 100,000(소)~150,000원(대), 칠레홍어삼합 40,000원, 홍어찜 50,000원, 산낙지 25,000원, 연포탕 25,000원, 굴비정식 18,000원, 떡갈비백반 15,000원, 메생이탕 10,000원, 생태탕 25,000원~35,000원.

* 찾아가는 길 : 논현동 안세병원 사거리, 신한은행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정면에 삼호 짱뚱이 간판이 보인다.

* 영업시간 :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명절 당일만 휴무. www.samzzang.co.kr 02-547-1416

서태경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5-04-13 14:47


서태경 자유기고가 shiner96@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