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치혁의 건강백세] 불임


세상이 바뀌어도 참 많이 바뀌었다. 아들 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며 산아제한 캠페인을 벌이던 게 바로 어제 일 같은데 이젠 셋째 아이를 낳으면 각종 혜택을 준다는 출산 장려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출산과 관련해선 진료실 풍경도 많이 변했다.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인해 중절수술을 받는 것보단 아이가 안 생겨 문제라는 부부들이 많아지고 있다. 첫 아이가 안 생겨서 문제인 경우도 있고, 첫째는 잘 낳았는데 둘째 아이를 갖기가 힘들다는 부부의 고민도 흔히 들을 수 있다. 넷, 다섯을 쑥쑥 잘 낳던 부모세대와는 달리 요즘 젊은 부부들은 두 명도 낳기 힘든 세상이다.

먹고 사는 데는 큰 문제가 없는 세상인데 아이 갖기가 어려워 진다니… 언뜻 보면 참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다. 그런데 현대인의 생활을 보면 불임이 많아질 수 밖에 없는 원인들이 너무나도 많다.

우선 남성들의 정자 수가 급격히 줄어 들고 있는 것이 문제다. 남자들의 정자 수가 매년 20% 가까이 줄고 있다는 조사도 나왔다. 각종 환경호르몬에 노출 되면서 남성들의 정자 생산능력이 저하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환경적인 문제도 생식능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최근엔 휴대폰에서 발생되는 전자파가 정자의 수를 30%이상 감소시킬 수 있다는 보고도 나왔다. 스트레스와 운동부족도 정자생산 능력을 저하시키는 것은 물론이다.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되어 남자의 생식능력을 저하시켜 결국 남성 불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남자들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임상에서 보면 불임의 원인은 여성의 문제가 더 크다. 먼저 비만이 문제가 된다. 비만은 내분비 계통을 교란시켜 배란과정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또 자궁을 압박해 수정란의 착상을 어렵게 하기도 한다.

비만과 반대로 영양의 불균형이 비만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젊은 여성의 경우 지나친 다이어트로 인해 임신이 어려워지는 간접적인 증거도 나타나고 있다. 비타민과 필수아미노산을 충분히 섭취하게 하면 임신능력이 올라간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스트레스가 여성불임의 원인이기도 하다.

몇 일 전 진료한 환자는 스트레스로 인해 임신이 안되던 케이스였다. 남편과 본인이 모두 신학대학을 나온 전도사다. 여러 가지 신경을 쓸 일이 많아서인지 임신이 안 된다는 환자였는데 약 한제 처방을 받곤 소식이 없다가 1년 만에 아이를 안고 나타났다. 보통 1~2달 동안 치료를 해야 하는데 이 환자는 약 한제 12일 치료로 아이가 생긴 것. 함께 온 시어머니는 아이를 낳은 지 두 달이라며, 산후보약을 먹인다는 것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계산해보니 약을 먹은 직후 임신을 한 셈이다.

위에서 설명한 환자는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처방이 속효를 본 케이스다. 스트레스로 인해 간의 기운이 울결되었다고 보고 처방한 가미소요산이 적중한 것이다.

이같이 난관폐색 등의 구조적인 문제가 없는 데도 임신이 잘 안 되는 불임은 한방으로 아주 잘 치료가 되는 영역이다. 현대인의 여러 가지 문제도 고려하지만 체질적으로 나타나는 문제까지 해결하면 임신이 잘 된다. 기혈이 상체로 몰리는 소양인의 경우 스트레스까지 과도하면 임신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위에서 말한 가미소요산 등을 적절히 활용하면 치료가 잘 된다.

소음인들의 불임은 소양인과는 다르다. 평소 기운이 부족한 만큼 자궁의 기능이 허약해서 생기는 불임이 많다. 물론 생리불순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이 청바지 등 꽉 끼는 옷을 입고 겨울철 보온을 신경 쓰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임신에 문제가 생긴다. 심한 경우엔 배꼽아래 부분에 나무판과 같이 딱딱한 냉적이 쌓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선 임신을 해도 쉽게 유산이 된다. 소음인에겐 자궁의 기혈을 활성화하고 기운을 돋궈주는 조경종옥탕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태음인들의 불임은 비만이나 하복의 허냉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아랫배가 많이 차다면 자기 전에 핫팩을 이용해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것도 좋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각탕법을 이용해 하체를 덥혀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태음인의 불임 처방으론 온경탕이 빈용된다. 체질이 뚜렷하게 구별이 되지 않는 경우엔 증상을 잘 고려해서 치료를 한다. 신허형, 습담형, 어혈형, 혈허형 등으로 구분, 이에 적합한 치료를 한다.

한방으로 치료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불임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평소의 건강관리다. 운동도 필요하지만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너무 꽉 끼는 옷을 입지 않고, 찬 음식을 피해야 한다. 별 문제 없이 첫째 아이를 잘 낳고 둘째를 낳지 못하는 환자를 진료해 보면 대개 자궁주위의 혈액순환에 문제가 있다. 자궁주위의 혈액순환이 나쁘면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기 힘들어 진다. 속된 말로 씨는 뿌려졌는데 밭이 비옥하지 않아서 싹이 트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자들은 몸이 따뜻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생활의 지혜가 담긴 말이다.

황&리한의원 원장


입력시간 : 2005-04-21 14:26


황&리한의원 원장 sunspapa@ha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