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항생제 요법으로 자연 치유력 높인다6세 이전 어린이에게 흔한 질환, 소아 청력장애 유발 원인뇌수막염 등 합병증 우려땐 '환기튜브 삽입술' 시술

[클리닉 탐방] 소리이비인후과 <중이염 치료>
최소 항생제 요법으로 자연 치유력 높인다
6세 이전 어린이에게 흔한 질환, 소아 청력장애 유발 원인
뇌수막염 등 합병증 우려땐 '환기튜브 삽입술' 시술


청담동에 위치한 소리이비인휴과 전영명 원장이 어린이 중이염 환자의 귀 상태를 보고 있다. 임재범 기자

“성호가 처음 중이염 진단을 받던 날, 항생제가 가득 든 약 봉투를 움켜쥐고 약국 문을 나설 때에는 ‘까짓 거, 금새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넉 달쯤 뒤 아이가 감기에 걸려 콧물을 질질 흘리고 콜록거리더니 밤만 되면 고열이 나고 귀가 아프다며 밤새 칭얼거렸다. 감기에 걸릴 때마다 같은 증세를 되풀이하기를 벌써 2년째다. 얼마 전에는 ‘귓속 달팽이관의 모양새가 어째 좀 엉성하다’는 동네 내과의사의 권유로 아예 수술을 할 작정을 하고 대학병원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진료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병세가 호전돼 중도 포기했다. 그렇지만 중이염은 여전하다.”

여섯 살 난 외아들이 감기에 걸리기만 하면 중이염 증상이 되풀이되어 매번 애간장을 태우는 주부 오모(37)씨의 사연이다. 오씨의 경우처럼, 아이가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갔다가 중이염 진단을 받았다거나, 중이염에 걸린 아이가 고열과 귀 통증 증상으로 칭얼대는 바람에 밤새 한숨도 못 자고 애간장을 태웠다고 하소연하는 부모들이 주변에 의외로 많다.

항생제 남용으로 면역기능 저하
중이염(中耳炎)은 말 그대로 귀 고막 안쪽에서 달팽이관으로 이어지는 중이(中耳) 점막에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해 염증이 생긴 질환이다. 소아 중이염은 특히 감기 후에 잘 발병한다. 귀의 각 기관이 완전히 발달하는 6세 이전 어린이 10명 중 9명은 최소 한번 이상 앓는다.

중이염은 발병해도 90% 이상은 저절로 낫는다. 따라서 지나친 걱정은 금물이다. 하지만 소아 청력 장애를 유발하는 으뜸 원인이 중이염이고, 어릴 적 제대로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성인이 되어 진주종성 중이염 등 ‘악성’으로 재발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와 예방이 필요하다.

“감염성 질환은 세계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습니다. 하지만 중이염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발병 원인이 단순한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 탓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면역기능이 자꾸 떨어진 데다가 항생제 남용으로 내성이 강해진 탓입니다.”

서울 청담동에 있는 귀 전문병원 ‘소리 이비인후과(박홍준ㆍ이승철ㆍ전영명 공동 원장, www.soreeclinic.com)’의 전 원장은 “중이염의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은 재발성 중이염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고막 속 환기 기능을 담당하는 이관(耳管)의 기능 저하가 주요 발병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일반적인 중이염은 급성 중이염과 삼출성 중이염으로 나뉜다. 급성은 38도 이상의 고열과 귀 통증을 동반하며 더 심해지면 고름이 생겨 고막을 뚫고 나오기도 한다. 고름이나 물이 중이 내에 빠지지않고 남아 있는 것이 삼출성 중이염이다. 삼출액(渗出液ㆍ고름)은 오래도록 놔두면 청력 장애를 유발하는 것은 물론 고막의 구조를 완전히 망가뜨리기도 한다. 소아에게는 급성 중이염이 되풀이 발병하는 재발성 급성 중이염이 문제다. 항생제 복용량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합병증 발생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중이염은 일반적으로 항생제로 치료한다. 항생제가 원인균을 없앨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국내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수 주 혹은 3개월 정도 항생제를 투여한 뒤 그래도 안될 경우 환기튜브 삽입술을 시술하고 있다.

“중이염은 항생제를 가장 많이 쓰는 소아 질환입니다. 고름이 생겼다고 당장 큰 일이 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중이염 치료제인 페니실린 내성률이 90%가 넘어섰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중이염 치료의 목적은 건강한 귀를 갖는 것이지, 물을 빼내는 게 아닙니다. 이제라?약으로 치료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중이염은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는 병입니다.”

소리이비인후과 전영명 원장

전 원장은 유일한 치료제인 항생제를 과감히 내던졌다. 수년 전 ‘최소 항생제 요법’을 국내 처음으로 도입해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최소 항생제 요법이란 항생제를 아예 쓰지 않거나 꼭 필요할 경우 1주일 이내로 사용을 제한하는 치료법이다. 예를 들어 급성 중이염이 발병 초기이거나 그 원인이 세균 감염일 경우, 감염 정도가 아주 심할 때, 환자가 면역력이 약한 2세 이하인 경우에는 항생제를 쓴다.

하지만 급성 증상이 사라지면 항생제의 투여는 5~7일 이내로 엄격하게 제한한 뒤 정기적인 관찰 치료로 전환한다. 증상 재발 여부, 청력 정도, 고막의 변성 여부, 합병증 발병 가능성 등을 살펴 가면서 치료 방법을 결정한다. 만일 6개월에 3회 혹은 1년에 4회 이상 급성 증상이 재발하거나, 고막이 심하게 얇아지거나 함몰돼 있는 경우에는 즉시 환기튜브 삽입술을 시술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엔 6개월에서 1년 정도 장기적인 관찰 치료에 들어간다.

부모들 지나친 염려 안 해도 돼
2세 전후 유아기에 발병하거나 청력장애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에는 언어ㆍ발음 장애 등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수술을 한다. 뇌수막염 등 합병증 발병 우려가 있거나 고막이 심하게 망가진 때에도 마찬가지다. 소아 중이염은 대부분 환기가 잘 안 되기 때문에 귀 바깥쪽으로부터 튜브를 고막에 끼어주는 환기튜브 삽입술을 시술한다.

최소 항생제 치료법과 관련, 전 원장은 “이 치료법을 실제 임상치료에 도입한 결과 항생제 사용량이 10년 전에 비해 20% 정도 줄었다”면서 “뿐만 아니라 아주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한다. 전 원장이 지난해 급성 중이염 환자 48명과 삼출성 중이염 환자 52명 등 총 1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완치율이 77%에 달한 것으로 나타나 항생제를 3개월 이상 장기 투약한 경우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았다.

전 원장은 “감기 후 자주 발생하는 소아 중이염은 넓게 보면 일종의 감기”라며 “귀는 자연 치유력이 아주 뛰어나기 때문에 발병하더라도 지나치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 다음호에는 <갑상선 치료>편이 소개됩니다.

송강섭 의학전문기자


입력시간 : 2005-04-21 14:29


송강섭 의학전문기자 spe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