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물의 향연에 초대합니다"

[맛집 멋집] 약선음식전문점 <뉘조>
"봄나물의 향연에 초대합니다"

봄이 기다려지는 것은 무엇보다 먹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겨울 내 먹었던 김장김치보다 갓 담은 겉절이가 더 당기는 것은 사람 입맛이 간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몸은 이미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봄 음식은 역시 나물이다. 긴 겨울을 넘긴 봄나물의 변신은 화려하다. 무침은 기본이고 국을 끓이고, 전을 부치고, 쌈으로까지 맛볼 수 있으니 소박한 생김새치고는 활용도가 꽤 높은 셈이다.

제철 음식이 최고의 건강식이라는 건 상식이지만, 막상 실행하려면 그리 만만치 않다. 하우스 재배 기술 덕에 계절에 관계없이 과일이며 채소를 맛볼 수 있게 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제철 음식인지조차도 구분하기도 어렵게 됐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는 법이다. 아닌 것에는 몸이 먼저 알고 반응한다.

서울 인사동에 자리한 약선음식전문점 ‘뉘조’는 요즘 잘 어울리는 곳이다. 약선음식이란 한약재를 넣어 함께 조리한 전통 영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음식만 제대로 먹어도 어지간한 질병은 치료할 수 있다는 얘기다. 뉘조의 모든 메뉴는 죽부터 후식까지 코스로 제공된다. 평소 접했던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 음식이 새롭다.

모두 제철 나물로, 요즘엔 돼지감자와 인삼을 꿀에 잰 애피타이저가 입맛을 돋운다. 진달래고추장홍어무침이며 돼지고기편육, 버섯전골 같은 음식도 먹음직스럽지만 하이라이트는 시절무침이다. 시절은 제철을 일컫는 다른 이름이다. 여기선 제철에 나는 야생초를 뜻한다.

달맞이잎, 망초, 냉이, 싱아 같은 야생초를 먹기 직전에 매운 개냉이로 무쳐내는데, 매일매일 따온 즉시 사용하기 때문에 비타민과 섬유소 등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매콤한 소스와 어우러진 야생초의 향도 그만이다. 건강을 통째로 먹는 느낌이랄까. 화학조미료 대신 오신채를 사용해 사찰 음식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또 직접 발효시킨 천연효소와 식초 정도만 사용한다. 제철 나물을 기본으로 하되 1년 이상 숙성 시킨 김치나 1년 전에 미리 말려 놓은 나물도 함께 나온다.

나물은 할머니 두 분이 직접 캔다. 시장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각종 재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음식이 그만큼 정직하다는 것이다. 식사는 유기에 정갈하게 담겨 나온다. 잡곡밥에 배추뿌리로 만든 백김치까지 곁들여진다.

* 메뉴 : 우슬초(점심에만 제공) 1인 15,000원, 익모초 25,000원, 구절초 35,000원, 근채 55,000원.
* 찾아가는 길 : 인사동 학고재와 유갤러리 사이, 인사동 3길 끝에서 좌회전.
* 영업 시간 : 정오~ 오후 10시, 명절 당일만 휴무. 02-730-9301

서태경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5-04-21 15:15


서태경 자유기고가 shiner96@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