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발견조안B. 시울라 지음 · 안재진 옮김다우 발행ㆍ16,000원

[출판] 인간을 지배하는 '일'의 두 얼굴
일의 발견
조안B. 시울라 지음 · 안재진 옮김
다우 발행ㆍ16,000원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 왜, 누구를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일을 해야 하나. 마지막 눈을 감는 순간, 사무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을 후회할 것인가. 직장은 정말로 행복을 가져 다 주고 있는가. 이런 질문에 대해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아니, 할 수 있을 것인가.

일은 어느새 우리 삶의 전부인 것처럼 되어 버렸다. 고통스러운 노동이 신성한 소명으로 탈바꿈하면서,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 말라는 말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일에서 해방되기를 바라면서도 동시에 일을 잃을까 두려워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그토록 열정과 시간을 쏟아 붓고, 매달리고 했지만 왜 일은 항상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던가. 어째서 일은 우리를 배반했는가.

미국 리치먼드대 교수로 노동철학을 강의하고 있는 저자는 왜 일을 해야 하는가, 일이 삶을 지배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를 살피기 위해 우선 일의 진정한 정의, 혹은 의미로부터 시작한다. 저자는 일(work) 노동(labor) 수고(toil) 업무(job) 등과 같은 단어의 뜻을 살펴보는 것이 일의 의미를 탐색하기 위한 좋은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일을 통해 만족과 행복을 얻을 수 있고, 일이 경제적 필요를 채워준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이 일 자체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학자들이 그렇다고 한다. 루소는 게으름이야말로 인간의 자연스러운 상태라고 했다. 우리가 일을 하는 것은 타고난 기질 때문이 아니라 훈련과 도덕적 조건화로 일할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여기에 20세기 수 많은 경영학자와 심리학자들이 정립한 각종 경영이론은 세상을 놀라울 정도로 변화시켰다. 미국은 하나의 거대한 사업장이 되었고, 그곳에서 탄생한 경영이론은 전세계에 무서운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런 것들이 결국 일을 삶의 중심에 가져 다 놓았다는 것이다.

그러면 가정보다 직장이 더 중요해진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의 삶이 얼마나 지나치게 노동과 직장에 의해 지배 받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핵심은 고용주와 고용인 사이의 관계다. 고용주는 고용인에게 무엇을 약속하고 있는가. 직장은 고용인의 믿을만한 삶의 터전인가. 기업들은 그렇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고용인들은 단순한 노동을 넘어 삶의 일부분, 즉 사생활과 정신의 자유까지 팔아치워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한다. 여기에는 20세기 ‘명저’ 라고 알려진 경영서와 처세서들이 만든 신화가 크게 한 몫을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답은 간단하다. 더 많이 소비하는 대신에 더 많이 자유로워지도록 해야 한다. 고용주들이 우리의 노동과 맞바꾼 것은 바로 ‘소비의 쾌락’이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소비하는 기쁨을 주는 대신에 우리에게 노동과 자유, 개인적인 시간을 팔아버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원격 근무와 재택 근무는 기업이 마침내 삶의 터전에까지 쳐들어 왔음을 말한다.

결국 우리는 일터에서의 자유를 시장에서의 자유와 교환했고, 노는 것보다 일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고 느끼게 됐다. 이러한 과정은 역사적으로 매우 정교한 단계를 거쳐 이루어졌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그래서 소비를 포기하고 자유를 택해야 한다. 문제는 실천이다. 자본주의의 소비 패턴으로부터의 탈피는 말은 쉬어도 실행하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어쨌든 선택은 개개인의 몫이지만.

일은 행복의 원천인 동시에 스트레스의 근원이라는 태생적 모순을 안고 있다. 일을 떠나서는 살 수 없고, 일에만 매달려서도 살 수 없다. ‘일과 삶의 행복한 통합’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 이 책은 끝없이 묻고 있다. 원제는 ‘The Working Life’이며, 옮긴 이는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있다.

홍세정 인턴기자


입력시간 : 2005-05-04 14:07


홍세정 인턴기자 magicwelt@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