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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닉 탐방] 강북삼성병원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
댁의 아이가 정서불안 같다고요?
뇌 호르몬 분비 이상으로 집중력 저하 충동적 행동 보이는 증상
꾸준한 투약과 부모의 적극적인 도움 땐 80% 이상 완치


“얼마 전 한 부부가 초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상담을 왔더군요. 아이가 예닐곱 살 때 하도 말썽을 피우고 극성스러워 무척 때렸대요. 엄마한테 물었죠. ‘애가 혹시 아빠를 빼 닮지 않았나요’ ‘맞아요’ 아빠가 불쑥 묻더군요. ‘선생님, 애가 먹는 약 제가 먹어도 될까요’ 얼마 후 다시 왔을 때 아빠가 말하더군요. 요즘 회의에 들어가도 얘기가 술술 잘 나오고, 업무 정돈도 잘 된다구요.”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노경선(64) 교수가 들려준 ‘주의력 결핍ㆍ과잉행동 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Syndromeㆍ이하 ADHD)의 실체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일화다.

ADHD는 애들에게 많은 ‘어린이 병’이다. 병명에서도 알 수 있듯, 이 병에 걸리면 집중을 잘 못하고, 자기통제를 못해 천방지축 날뛰거나, 욱하면서 충동적이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일삼는 경우가 많다. 또는 이와 반대로 우울증에 쉽게 빠지고, 의기소침해 하기도 한다.

간과하기 쉬운 정신과 질환
정신과 질환이 흔히 그렇듯, 증상이 딱 부러지지 않다 보니 ADHD의 발병 여부를 알아차리기가 결코 쉽지 않다. ‘성격 탓이거니’하고 무심코 넘기거나 또는 병인 줄 알았더라도 ‘뾰족한 수 있겠나’ 혹은 ‘좀 더 크면 저절로 낫겠지’ 하면서 간과하기 쉽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발병률이 좀체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유병률 조사결과 소아가 5~10%, 성인이 그 절반 정도인 2~3%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ADHD에 걸린 걸 어떻게 아느냐구요. 척 보면 압니다. 병원 오는 초등학생들에게 ‘너희 반에서 까부는 애들 몇 명이나 되니’하고 물으면 10% 정도 라고 답해요. ‘너도 그 중 하나지’라고 하면 ‘그렇다’고 해요.” ADHD의 판별 기준이 막연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노 교수는 손사래를 친다. “한 명을 놓고보면 판단이 어려울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여럿 놓고 비교하면 금방 눈에 띕니다. 아마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훤할 걸요.”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부산을 떨거나 하는 등의 증상이 정상 범위를 넘어서면 남들이 도와주고 고쳐줘야 하는 병이 ADHD다. 이 점을 특히 강조하는 노 교수는 미국 컬럼비아대, 일리노이주립대 등에서 20여 년간 소아청소년 정신과 교수로 활동하다가 1997년 귀국, 국내 소아청소년 정신과 분야를 개척한 이 분야 최고 권위자다.

“형광등에 전류가 제대로 흐르지 않으면 껌뻑껌뻑 하잖아요. ADHD도 마찬가지에요. 아이들이 집중을 하고 공부를 해야 하는데, 이게 자꾸 끊기는 거죠. 다른 아이들이 2시간 공부할 때 이 아이들이 1시간 공부했다면, 그게 50%가 아닌 것이죠. 집중력이 중간중간 끊긴 때문이지요.”

환자의 상태를 전류가 제대로 흐르지 않는 형광등에 빗댄 노 교수의 설명처럼 ADHD의 원인은 뇌의 신경전달호르몬인 도파민 분비에 이상이 생긴 탓이다. 우리 뇌가 종합사령탑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는 도파민이 제대로 분비 안 되어 집중력 저하나 충동적인 행동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또 다른 신경전달물질인 노어아드레날린도 원인이 된다.

“ADHD는 선천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30% 정도가 가족력이 있습니다”라는 노 교수는 그러나 “약을 먹고, 부모가 도와준다면 80% 정도는 완치가 된다”고 강조한다.

원인이 뇌 호르몬 분비 이상인 만큼 호르몬 분비를 원활하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치료법이다. 치료는 약물처방이 기본이 된다. 메칠페니데이트(상품명 리탈린) 등 약물을 하루 세 번씩, 보통 1년 정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증세가 심하면 5~6년 정도 장기간 될 수도 있다. 약은 큰 부작용이 없지만, 간혹 머리나 배가 아프거나 입맛이 없을 경우가 있는데 이 때에는 약을 1주일 정도 끊는 게 좋다.

행동치료 병행 땐 치료효과 높아
치료는 약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행동치료 등을 병행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더욱 높여야 한다. 각종 증상에 관한 설문조사 등을 통해 병세를 진단한 뒤 또래 환자 수 명 정도를 모아놓고 문제점을 토론하거나 역할극을 하는 등의 그룹 치료 프로그램이 일반적이다. 최소 두 달 정도 진행하는데 잘못된 행동이나 사고방식을 스스로 고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이가 계속 꼼지락거리고 펄쩍펄쩍 뛰니까, 부모들은 화가 나죠. 그러다 목소리가 높이지고, 때리고, 대개가 이런 시나리오예요. 하지만 정작 아이는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왜 맞아야 하는지 몰라요. 그렇게 1년, 2년이 지나가 부모가 ‘이게 잘못된 거구나’ 고 깨닫게 될 때쯤이면, 아이는 이미 마음의 상처를 받을 대로 받은 상태죠.”

“병원을 찾는 부모들 중 상당수가 이런 죄책감에 시달리고 또 마음 아파한다”고 말하는 노 교수는 “아이들이 사춘기에 이르러 자칫 큰 사고를 치기 전, 그러니까 취학 전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때 고치는 게 좋다”고 조기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이들의 이상 행동을 누구보다 잘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ADHD 치료의 목적은 아이가 올바로 행동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약만으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습니다. 약은 필요조건일 뿐입니다. 결국 부모 도움이 절대 필요합니다.”

◇ 다음 호에는 <인공관절 시술>편이 소개됩니다.



송강섭 의학전문기자 special@hk.co.kr  


입력시간 : 2005-05-1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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