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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즐겁다] 밀양 만어사
마음을 열고 돌의 울림을 들어라
삼랑진 만어산 기슭, '종석'으로 둘러싸인 도량






저녁 햇살을 받아 황금 빛으로 일렁이는 파도에 1만 마리 물고기가 수면을 박차고 뛰어오른다. 바다가 아니다. 삼랑진 만어산(670.4m) 정상 가까이에 있는 만어사(萬魚寺)의 해질녘 풍광이다. 46년 김수로왕이 창건했다는 이 도량은 불교의 남방 전래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떻게 산꼭대기의 절집에 물고기가 1만 마리나 있을 수 있을까.

돌로 변한 동해의 물고기들
“옛날 동해 용왕의 아들이 자신의 수명이 다한 것을 알고 낙동강 건너 무척산의 스님을 찾아가 새로 살 곳을 마련해 줄 것을 부탁했다. 용왕의 아들은 스님이 일러준 대로 길을 떠나자 동해의 수많은 고기 떼가 그의 뒤를 따랐다. 나중에 그는 큰 미륵돌로 변하고 고기들도 크고 작은 돌로 변했으며, 그 자리에 만어사가 생겼다.”

이 전설에서 보듯 만어사는 절 둘레에 있는 너덜(돌이 많이 깔린 비탈)의 돌들이 물고기를 닮았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설화에 나오는 미륵돌은 현재 미륵전 안에 모셔놓았는데, 보는 각도에 따라 부처님, 사천왕상, 큰스님 등 여러 모습으로 보인다.

만어사와 돌에 대한 유래는 <삼국유사> 탑상(塔像)편 어산불영(魚山佛影)조에 자세히 나와있다.

‘<고기(古記)>에 이런 기록이 있다. 만어산은 옛날의 자성산(慈成山), 또는 아야사산(阿耶斯山)인데, 그 옆에 가라국(呵羅國)이 있었다. 옛날 하늘에서 알이 바닷가로 내려와 사람이 되어 나라를 다스렸으니, 곧 수로왕이다. 이때 그 영토 안에 옥지(玉池)가 있었는데, 그 못 안에 독룡이 살고 있었다.

만어산에 다섯 나찰녀(羅刹女)가 있어 그 독룡과 서로 오가며 사귀었다. 그러므로 때때로 뇌우를 내려 4년 동안 오곡이 결실을 맺지 못했다. 왕은 주술로써 이 일을 금하려 해도 할 수 없으므로 머리를 숙이고 부처를 청하여 설법했더니 그제야 나찰녀가 오계(五戒)를 받았는데 그 후로는 재해가 없었다. 그 때문에 동해의 고기와 용이 마침내 골짜기 속에 가득 찬 돌로 변하여 각기 쇠북과 경쇠의 소리가 난다.’

만어산 너덜의 돌에서는 진짜로 종소리가 난다. 그래서 ‘종석((鐘石)너덜’이라 불린다. 일연은 이 너덜 가운데 3분의2가 금옥의 소리를 낸다고 했는데, 직접 두드려보면 적어도 서너 개 가운데 하나는 신기하게도 종소리가 울린다.

용왕의 아들이 변했다는 전설이 전하는 미륵암.

이곳 스님의 말로는 전체로는 20개 중 하나는 맑은 종소리를 낸다고 한다. 그래서 세종대왕 때는 편경(돌을 깎아 만든 조각들을 매달아 두드려 소리를 내는 악기)을 만들 때 이곳의 돌을 가져다가 썼다고 한다. 어쨌든 굵은 장대비라도 쏟아진다면 만어사 주변은 온통 뗑그렁거리는 종소리에 파묻힐지도 모르겠다.

돌의 크기는 주춧돌 만한 것에서부터 승용차만한 바위까지 다양하다. 지질학적으로는 이 돌들은 2억년 이전의 고생대말 중생대 초의 녹암층이라는 퇴적암인 청석(靑石)이라 한다. 학자들은 “해저에서 퇴적된 지층이 바닷물의 영향을 받는 해침과 해퇴가 반복되면서 풍화를 받고, 그것이 빙하기를 몇 차례 거치는 동안 기계적 풍화작용이 가속되면서 지금의 거무튀튀하고 집채만한 크기의 암괴들이 벌판을 이루게 되었을 것”이라 추론하고 있다.

1만 마리의 돌 물고기ꡑ를 살려 온 생명수
미륵전 옆에는 신비한 석간수가 있는데, 밀물과 썰물에 의해 동해 수면이 변할 때 이 샘물의 높낮이도 달라진다고 하여 회간수(回看水)라 한다. 또 1만 마리의 물고기떼 속에 신기한 샘물이 보물처럼 숨어서 솟고 있으니 바로 정신수(精神水)다.

통신수(通神水)라고도 하는데, 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신령스런 기운이 샘솟거나 신과 영적 교류가 가능한 샘물이다. 원래 너덜지대에는 물이 쉽게 고일 수가 없는데도 정신수는 항상 마르지 않고 흐른다. 실제로 병을 치료하는 데 효험?있어 경남과 부산 일원의 많은 환자들이 이 물을 길어다 마신 후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하지만 모두 어슷비슷한 돌들만 있는 너덜지대라 샘을 찾기란 쉽지 않다. 찾았다 하더라도 샘 입구는 사람 하나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좁다.

한편, 고려 중기 작품인 만어사 3층석탑(보물 제466호)은 지금의 법당과는 떨어져 있으나 석탑의 뒤편에 건물터로 보이는 널찍한 대지가 있어 전문가들은 이곳을 본래의 법당터로 보고 있다.

* 숙식 삼랑진농협 앞 장터에서 열리는 5일장(4, 9일)에 들르면 훈훈한 시골장의 정취를 만날 수 있다. 낙동강에서 잡은 민물고기를 파는 곳이 많다. 삼랑진 읍내에 낙동장(055-351-0904), 금성장(055-353-8274)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읍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유선그린산장(055-355-9300)은 오리와 닭요리 전문 식당이다.

* 교통 중부내륙고속도로 영산 나들목→79번 국도→부곡온천→1008번 지방도→초동→하남→1022번 지방도→삼랑진→만어사. 또는 경부고속도로 양산ㆍ물금나들목→물금→1022번 지방도→원동→삼랑진→만어사. 서울역에서 삼랑진역은 무궁화호 열차가 매일 9회(06:23~21:35) 운행. 4시간50분 소요. 삼랑진에서 만어사는 마을버스를 이용해 우곡리에서 하차한 다음 30~40분쯤 걸어 올라야 한다. 만어사 종무소 전화(055-356-2010).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


입력시간 : 2005-05-18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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