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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솜나물
봄이 아쉬워 가을에 또 꽃을 피우네



가는 봄볕의 순간 순간이 너무 아깝다. 오래 기다렸던 눈부신 봄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듯 싶어 환한 봄볕이 비추일 때마다, 그 볕 아래서 피어나는 봄꽃들을 만날 때마다, 피었다가 이내 져버리는 봄의 낙화를 만날 때마다 조급증이 나곤 한다. 양지바른 산자락에서 다소곳이 피어있던 솜나물의 퇴락을 보는 마음은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식물이름에는 ‘솜’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식물이 여럿 있다. 솜나물이 아니더라도 에델바이스로 유명한 솜다리, 봄에 피는 노란꽃이 고운 삐죽한 솜방망이, 솜대, 솜분취, 솜양지꽃…. 이렇게 이름 앞에 솜을 달고 있는 식물들의 공통점은 식물체에 흰털 혹은 긴 섬유질 같은 것들이 붙어 있어 전체적으로 희게 보인다는 것이다. 솜다리도 물론 그러하다. 줄기는 물론 잎 뒷면에도 흰 섬유질이 거미줄처럼 덮여 있다. 물자가 귀한 옛날 이야기이긴 하지만 솜이 귀한 시절에는 이 풀의 잎을 말려서 부싯깃솜으로 썼다고 한다. 그래서 어른들 가운데는 솜나물을 아예 부싯깃나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 어렵게 어찌 살았나 싶다가도, 솜나물이 지천으로 있었을 그 시절, 우리의 산야는 얼마나 평화롭고 아름다웠을까 부럽기도 하다.

솜나물은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봄철 산에 갔다가 산소 같이 볕이 아주 잘 드는 초지를 만났을 때 눈여겨보면 솜나물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처음 본 느낌은 키는 물론 꽃의 모양도 민들레 같은데, 꽃색과 잎모양이 좀 다르고 식물 전체에서 털로 인한 흰 빛이 돌면 영락없는 솜나물이다. 꽃은 주로 흰색이지만 연한 분홍빛이 돌기도 하고, 어린 봉우리 때는 분홍빛이 진했다가 점차 옅어 지기도 한다. 잎은 긴 삼각형모양으로 가장자리가 구겨진 듯 우글쭈글 굴곡이 보인다. 잎 아랫부분은 흘러 잎자루까지 이어진다. 꽃이 피고 나면 키가 쑥 자란다.

국화과에 속하는 식물들은 대부분 가을에 피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솜나물이나 솜방망이는 대표적인 봄꽃의 반열에 든다. 그런데 정말 재미난 것은 가을에 대한 이 국화과 집안의 핏줄(?)때문인지 솜나물은 지금과 같은 봄이 아니어도 가을에 또 한번의 꽃을 피운다. 말하자면 두 번 꽃을 피우며 사람들이 식물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을 벗겨준다. 요즈음 보았던 봄꽃들은 키가 한뼘 정도지만, 가을에 피는 꽃들은 키고 무릎 높이정도 자랄 만큼 크고, 잎 가장자리는 아주 크게 갈라졌으며, 어떠한 방법을 써서라도 꽃가루받이에 성공하여 열매를 맺을 욕심에서인지 꽃이 벌어지지 않고 스스로 결실하는 폐쇄화를 갖는다.

쓰임새를 보면 역시 이름에서 모든 것을 말해주듯 나물로 이용한다. 약으로 쓰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대정초(大丁草)라는 이름으로 사용하는데 보통 식물체를 말렸다가 물에 다리거나 술에 담가 먹기도 하고 찧어서 상처에 바르기도 한다. 습한 기운을 없에거나 해독, 마비등 여러 증상에 쓴다.



요즈음에는 심어 가꾸기도 하는데 작은 분에 담아 키워도 좋고 봄 화단 맨 앞줄을 차지하도록 심어도 좋다. .

연구실 앞에 작은 화단에도 솜나물이 몇 포기 있다. 하나씩 하나씩 꽃을 펼쳐 피어나더니 주말을 지내고 난 후 이내 져버렸다. 식물로 보면 가장 의미있는 결실의 순간이겠으나 내게는 퇴락해가는 이 짧은 봄인 듯 마음을 아프게 한다.

입력시간 : 2005-05-1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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