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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산철쭉
봄의 절정 부르는 진분홍빛 꽃세상



성급하게 가고 있는 봄의 한 길목을 잡은 행운을 얻은 듯 했다. 남도의 어느 산자락을 올랐을 때 눈길이 닿은 곳 모두가 온통 진분홍빛으로 피어오른 산철쭉 큰 무리로 뒤덮였으니 말이다.

식물을 조사하기 위해 길을 떠날 땐, 언제나 사람의 행렬을 피해 다니므로 이 땅의 구석 구석을 그리 다녔어도 꽃잔치나 단풍잔치로 유명한 시기를 자주 만나지 못했는데, 이미 한주쯤 지났다는 산철쭉의 향연은 넋을 놓을 만 했다. 이제 산철쭉의 붉은 꽃소식이 남쪽을 떠났으니 아직 북으로 올라와 만날 수 있는 아주 조금의 봄 시간은 남아 있지 않을까 안달이 날만큼 산철쭉이 마음에 확 들어와 버렸다.

산철쭉은 진달래과에 속하는 낙엽 지는 작은키나무다. 혹시 “진달래는 알겠는데 철쭉과 산철쭉은 어떻게 다르지”하는 궁금증이 인다면, 아주 연한 분홍색 꽃이 피며 잎이 둥근 것이 철쭉이고, 꽃이 진달래같은 진한 분홍이면서 잎 끝이 뾰족한 것이 산철쭉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진달래와의 차이점은 꽃이 필 때 잎이 같이 난다는 점이다.

생각보다 산철쭉을 두고 철쭉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집안의 조경수 등 우리 주변에 심어 놓은 다양한 철쭉들도 상당수는 산철쭉의 핏줄을 이어 개량한 종류가 많다. 도로변이나 공원 같은 곳에 심어 놓고 무신경하게 철쭉이라고 부르는 꽃나무들 말이다.

산철쭉은 함경도를 제외한 전국의 산에서 자란다. 하지만 산 정상부분을 온통 뒤덮어 자라며 꽃을 피워내는 모습도 멋지지만, 물가에까지 피어있으면 더욱 운치있다. 진달래나 철쭉군락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풍광이니 더욱 그러하다.

유명한 산철쭉 군락지 가운데 주왕산 계곡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물가에 피어나는 진달래를 닮은 꽃이라 하여 산철쭉을 두고 수달래라고 부르기도 하고, 이 산의 전설에 얽힌 주왕의 피가 계곡을 타고 내려오면 꽃이 되어 피어난다고 해서 수단화(壽斷花)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록이 우거진 눈부신 5월의 하늘아래 맑은 계류에 산철쭉이 비치면 물이 흐르는지 꽃이 흐르는지 꿈결만 같다.

산철쭉은 다 자라면 사람의 키를 조금 넘기도 하지만 보통은 이보다 작다. 잎은 긴타원형으로 마주 달리기도 어긋나게 달리기도 하며, 가장자리는 밋밋하되 대신 털이 있다. 뒷맥에는 갈색 털이 빼곡하고 앞면에도 보송한 털이 있으며, 어린 순이 돋아 나오는 아랫부분 비늘조각엔 끈적한 점액이 묻어 있다.

꽃은 4월부터 피기 시작하는 것도 있고 5월에 절정을 이룬다. 보통 가지 끝에 2-3송이씩 달리는 꽃은 깔때기 모양으로 갈라지고 그 꽃잎 안쪽을 들여다보면 진홍색 반점이 귀엽게 박혀있다.

쓰임새로 치면 단연 관상용이어서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조경수들이 산철쭉에서 탄생하였으며 우리가 고려부터 유래하는 영산홍이라고 하는 종류도 사실 자생지가 없어 그 유래를 궁금히 생각하고 있는데, 유전적인 분석을 하니 산철쭉에 가장 가깝더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진달래와는 달리 먹을 수는 없지만 꽃을 약으로 쓰기도 한다. 마취효과가 있고 부스럼에 사용하기도 하며 혈압을 강하하는 효과가 있다는 기록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독성이 있어서 함부로 먹으면 토하거나 설사를 한다.

산철쭉이 지고 가면 봄도 정말 가버리겠지 하여 여간 마음이 조이지 않는 계절이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


입력시간 : 2005-05-2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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