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행복한 실천 外


▲ 행복한 실천
/ 서화숙 지음
이 책의 제목부터 생각해 보자. ‘행복한 실천’은 과연 무엇일까. 사람들마다 행복의 정의는 다를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돈이나 힘이, 또 어떤 이에게는 자신과 가족의 평화가 곧 행복이다. 아니, 이 모든 이기적 욕망들의 집합을 행복으로 여기는 욕심쟁이도 많을 터이다. 실천은 무엇인가. 그 같이 규정된 행복을 더욱 더 많이 쌓아 올리는 영악한 행위에 다름 아니다.

한국일보 대기자인 저자는 현대 산업사회의 뒤틀리고 강퍅한 세태를 역류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꼼꼼히 관찰해 독자들 앞에 풀어 놓았다. 이를 통해 제시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대한 대안적 모습이다. 또한 당대인들이 추구하는 행복의 실천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기도 하다.

저자가 찾아간 공동체들은 하나같이 사회의 부조리를 뿌리부터 인식하고 이를 고쳐 나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자 생활 연대이다. 그래서 그들은 거꾸로 산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게 당연시 되는 서울 도심 한가운데서 그 옛날 고향 마을의 어우러져 사는 풍습을 되살린 ‘마포두레생활협동조합’은 쉽사리 와 닿는 사례다. 대전의 ‘한밭레츠’는 또 어떤가. 이곳 사람들은 돈이 돈을 낳고 돈이 사람을 부리는 자본주의를 한껏 조롱하며 산다. 이 공동체에서는 ‘두루’라는 대안 화폐 단위가 진짜 돈처럼 통용된다. 돈이 없는 사람도 시간과 노동을 제공한다면 필요한 물건과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다. 이자 같은 게 붙지 않고 교환 가치만 지닌다는 점에서 두루는 ‘자본’과는 엄연히 다른 화폐다.

책에서는 또 건강 주권을 지키기 위해 주민들이 직접 만든 동네 병원도 볼 수 있고, 분만과 출생 과정의 인권을 고취시키는 ‘폭력 없는 탄생’ 같은 모임도 만날 수 있다. 소개된 10개의 대안 사회 공동체의 공통점은 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닌 이웃과 다음 세대를 위한 더 나은 세상의 건설을 지향한다는 데 있다. 저자의 소박한 바람도 물론 그 속에 함께 한다.

이 책은 2003년 9월부터 2004년 2월까지 한국일보에 연재된 기획 시리즈 ‘어떻게 살까-한국의 대안 운동’을 바탕으로 세상에 나왔다.

우리교육 발행. 9,000원

▲ 사랑이 흐르는 곳, 그곳이 나의 조국
/ 정사섭 지음, 김우선ㆍ김여초ㆍ고영희ㆍ장정렬 옮김

프랑스 파리에 유학 중이던 1938년 한국인 최초로 에스페란토어 시집을 냈던 정사섭(1910~1944) 시인의 원작 시집 ‘자유시인(La Liberpoeto)’이 발표된 후 67년 만에 우리말로 완역됐다. 1999년 시집의 일부가 번역ㆍ출간된 데 이어 마침내 시인의 시세계를 오롯이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일제 시대 교토제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 도쿄제대 불문과를 거쳐 프랑스로 건너갔던 시인은 그 시대를 대표할 만한 지식인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귀국 후 34세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탓인지 에스페란토 시인으로서의 그 존재는 1973년에 이르러서야 겨우 국내에 알려졌다. 이후 원작 시집의 복사본이 소수 관계자들 사이에 돌려 읽혀지기도 했으나, 한국에스페란토협회 등의 노력에 의해 2004년 원본이 입수되면서 비로소 시인과 그의 작품은 올곧게 부활했다.

‘한국에스페란토운동사’의 저자인 김삼수 박사는 시인을 가리켜 “가장 청순하게 전 생명과 전 사상을 걸어 제국주의, 자본주의, 배금주의를 부정한 저항사상 시인”으로 평가한 바 있다. 시집의 첫 장을 여는 ‘문’의 서두에는 시인의 그 같은 시세계가 응축돼 있는 듯하다. “이 시의 문을 열려는 이여/ 이성적인 사람이 이 집에 사나니/ 묵은 세상의 규범을 버려라// 이 시의 문을 열려는 이여/ 저항하는 사람이 이 집에 사나니/ 틀에 박힌 삶의 사슬을 모두 버려라…”

문민 발행

입력시간 : 2005-05-25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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