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리의 일본 리포터] 목욕문화


처음 일본에 왔을 때 가장 놀란 것 중 하나가 목욕문화였다. 도쿄 코토쿠 주택가에 있는 한 허름한 목욕탕에 갔을 때의 일이다. 남탕쪽 문을 열고 들어가 카운터에 돈을 내면서 보니 카운터 너머로 여탕 탈의실 내부가 훤히 보인다. 얼른 눈을 돌렸다. 그러나 자꾸만 눈길이 돌아간다. 옷을 벗으면서 양쪽을 다 내려다볼 수 있는 카운터 아르바이트를 공짜로 하겠다고 할까 하는 엉큼한 생각까지 들었다.

일본인 친구에게 목욕문화에 대한 문화충격을 전하면서 농담삼아 카운터 아르바이트 이야기를 슬쩍 꺼냈더니 불가능하단다. 목욕탕 주인 가족만 카운터에 앉을 수 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또 있다. 갑자기 여자가 남탕에 들어와 정리정돈을 한다. 남자화장실에 아주머니들이 들어와 정리를 하듯 모두들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처음 탕에 온 필자만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하며 얼른 탕 속으로 숨는다.

목욕탕과는 조금 분위기가 다른 일본의 온천. 나름대로 온천문화가 정착돼 있지만 한국인에게는 생소한 게 많다. 우선 남녀 혼탕 문화다. 지금이야 한국에도 잘 알려진 노천 온천탕(로텐브로)을 기웃거려 보면 여탕과 구별되어 있는 곳도 있지만, 남녀 혼탕도 적지 않다. 같은 온천 내에서도 혼탕에 사람이 더 많다. 혼탕을 즐겨 찾는 것은 국경도, 남녀도, 노소도 없는 것 같다.

한국에서 온 사람들은 일본 온천의 남녀혼탕 문화에 신기해 하며 한번 가보자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 실망으로 끝난다. 무엇보다 혼탕에서는 아가씨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40대 이후 아줌마들과 할머니들이 대부분이다. 모두가 수건을 가슴에서 아래까지 둘둘 말고 있다.

오히려 처음 간 한국인들이 눈요기감이 된다. 그냥 눈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몰라 먼 하늘만 쳐다보며 노천탕을 즐기다 나오기 마련이다.

목욕탕이든 온천이든 탕속에서 내다보면 일본 사람들은 모두 은밀한 곳을 대충 씻고 탕안으로 쑥 들어온다. 일본인들의 습관상 매일 샤워를 한다고 하지만 공중탕에 그냥 들어오는 것은 너무 심하다 싶다. 최근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현대적 시설의 건강센터에도 씻지 않고 탕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마찬가지다. 목욕문화로만 보기엔 좀 그렇다.


성우리 해외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5-05-27 15:23


성우리 해외칼럼니스트  sunnyinjp@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