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동해에 발 담그고 백두대간을 올려다 보라바다·산·계곡이 어우러진 강원도 7번 국도의 최절경지

[주말이 즐겁다] 울진 해안
푸르른 동해에 발 담그고 백두대간을 올려다 보라
바다·산·계곡이 어우러진 강원도 7번 국도의 최절경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7번 국도. 그 중간쯤에 자리한 울진은 바다와 산, 그리고 계곡이 극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고을이다. 쭉쭉 뻗은 금강송이 빽빽하게 자라고 있는 낙동정맥의 깊은 산도 좋고, 불영계곡이나 왕피천 같은 비경의 물줄기도 길손을 유혹하지만, 역시 울진에서는 7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 만나게 되는 푸른 바다를 빼놓을 수 없다.

실개천으로 도가 나뉘는 고포마을
울진 최북단은 고포마을이다. 1968년 울진ㆍ삼척 지역으로 침투했던 무장공비들이 상륙 포인트로 삼았을 정도로 호젓한 이 바닷가 마을은 돌미역의 생산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고포미역은 부산의 기장미역과 함께 조선시대에 왕실에 진상됐던 명품이다. 마을 주민들은 “조선시대에 왕자가 태어나면 고포미역을, 공주가 태어나면 기장미역을 썼다”고 자랑한다.

또 고포마을은 한 마을 2도(道)의 독특한 마을로도 잘 알려져 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작은 실개천을 사이에 두고 강원도와 경상북도로 나뉜다. 마을엔 총 36세대가 살고 있는데 우연히도 경북이 18가구, 강원도가 18가구다. 북쪽은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월천2리 땅이요, 남쪽은 경북 울진군 북면 나곡6리 땅이다. 그래서 좁은 골목길 북쪽에 주차되어 있는 승용차의 번호판은 ‘강원’으로 시작하고 남쪽은 ‘경북’ 번호판을 달고 있다. 물론 전화 지역번호도 033과 054로 나뉜다. 허나 고포마을 주민들은 자그마한 항구도 같이 쓰고, 노인정과 어민복지회관도 같이 이용하면서 내남을 가르지 않고 화목하게 지낸다.

고포마을을 나와 7번 국도를 타고 한참 내달리다보면 죽변항. 동해의 풍부한 수산자원을 배경으로 오래 전에 기본시설이 완비된 동해안의 주요어항 중 하나로 높이가 15.6m인 울진등대가 서있다. 천연기념물 제158호로 지정된 죽변항의 향나무가 이곳의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죽변항과 인접한 남쪽은 봉평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 앞마을에는 1988년 논에서 객토 작업을 하던 중에 발견한 봉평신라비(국보 제242호)가 있다. 신라가 울진을 포함한 동북방면으로 진출하면서 건립한 비석이다. 학자들은 524년(법흥왕 11)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신라 사회 전반에 걸치는 여러 면들을 새롭게 검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역사적 자료로 꼽힌다.

불영천 하류는 은어낚시가 한창
불영천 하류는 은어낚시가 한창이다. 봄부터 늦가을까지 은어가 서식하는 왕피천은 금어기가 풀리는 6~7월의 은어 낚시 대상지로 이름이 높다. 왕피천과 불영계곡이 만나는 수산교 상류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은어 포인트다. 성류굴 위쪽의 수곡초등학교 근처 상수곡 마을 앞의 잠수교 주위도 강태공들에게는 은어 포인트로 소문난 곳이다.

망양정 옛터.

왕피천이 동해로 빠져드는 하구 언덕엔 망양정(望洋亭)이 서있다. 예로부터 망양정은 우리나라 최고의 팔경이라는 관동팔경에서도 으뜸으로 꼽혔다. 일찍이 관동팔경의 그림을 본 조선 숙종은 팔경 중 망양정이 가장 낫다고 하여 ‘관동제일루(關東第一樓)’라는 글씨를 써보내 정자에 걸도록 했고, 송강 정철도 우리말의 묘미를 한껏 살린 가사 ‘관동별곡’의 마무리를 이곳에서 장식했다. 또한 진경산수의 선구자인 겸재 정선도 정자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남겼던 절경으로 수많은 시인묵객들의 손때가 묻은 곳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곳의 망양정은 옛 시인묵객들이 감탄으로 다녀갔던 그곳이 아니다. 지금의 자리?‘너른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라는 망양정이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빼곡한 소나무에 가로막혀 바다 전망이 좋지 않다. 수면에서 직접 떠오르는 장엄한 일출 광경을 보는 것도 어렵다.

옛 망양정은 현재 위치에서 남쪽으로 10여km 떨어진 기성면 망양동 해안에 있었다. 비록 정자는 사라지고 옛 영화를 그리워하는 듯한 늙은 소나무 서너 그루만이 그 터를 지키고 있지만, 옛터에 올라서면 한눈에 모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광활한 바다를 만날 수 있다. 주민들에 의하면 예전엔 파도가 언덕 아랫도리를 적셔서 정자가 있던 언덕에서 낚시도 했다고 한다.

옛 망양정터를 내려와 신라 때의 네 화랑(영ㆍ술ㆍ남석ㆍ안상)이 울창한 솔밭에서 달을 즐기며 노닐던 정자인 월송정(月松亭) 솔밭을 즐기면, 울진의 남단에 위치한 항구가 손짓한다. 이른 아침에 항구에 들르면 고깃배에서 각종 어패류가 부려지는 어시장 풍경을 구경하면서 싱싱한 횟감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후포항 야트막한 언덕에는 배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후포 등대가 서있다. 이곳은 후포항과 동해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도 한다.

* 교통 수도권에서 접근할 수 있는 코스는 두 군데. 우선 가장 일반적인 영동고속도로와 동해고속도로를 이용해 동해나들목→7번 국도→동해→삼척→울진 코스가 있다. 또 몇 년 전에 개통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영주 나들목→36번 국도→영주→봉화→불영계곡→7번 국도→울진으로 들어오는 길도 많이 이용한다. 남부지방에서는 중앙고속도로나 7번 국도를 타고 접근하면 된다. △동서울→울진(무정차)=1일 6회(08:15 10:50 12:00 13:05 16:35 18:57), 5시간 30분 소요. △동대구→울진(무정차)=수시운행(04:30~22:25) 3시간30분 소요.

* 숙식 울진은 해안을 따라 숙박시설이 많다. 나곡ㆍ후정ㆍ봉평ㆍ양정ㆍ망양ㆍ기성망양ㆍ구산해수욕장 등에 민박집이 많고, 덕구온천과 백암온천 지구에도 숙박시설이 있다. 잠자리만큼은 산속이 좋다면 덕구온천 근처의 구수곡자연휴양림(054-783-2241)이나 불영계곡 안쪽의 통고산자연휴양림(054-782-9007)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글·사진 민병준 여행작가


입력시간 : 2005-06-15 17:20


글·사진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