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자 피카소/ 피에르 덱스 지음ㆍ김남주 옮김/ 한길아트 발행/ 1, 2권 각 15,000원 어느 미술사가의 낭만적인 유럽문화 기행/ 정석범 지음/ 루비박스 발행/ 13,800원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지음ㆍ신성림 편역/ 예담 발행/ 9,800원

[출판] 서양미술의 세계로 떠나는 낭만의 여행
창조자 피카소/ 피에르 덱스 지음ㆍ김남주 옮김/ 한길아트 발행/ 1, 2권 각 15,000원
어느 미술사가의 낭만적인 유럽문화 기행/ 정석범 지음/ 루비박스 발행/ 13,800원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지음ㆍ신성림 편역/ 예담 발행/ 9,800원


완전히 여름이다. 갈수록 무더위가 극성이다. ‘100년만의 무더위’는 아니라 할지라도 덥기는 덥다. 공연히 짜증이 나고, 눈을 붙이려 해도 좀처럼 잠에 빠지기가 힘들다. 이럴 때 서양미술의 세계로 피서를 떠나는 것이 어떨까. 독서의 계절은 가을이 아니라 여름이라고 했다. 충만해지는 독자의 지적 만족감에 더위가 놀라 서둘러 물러갈지도 모를 일이다.

‘창조자 피카소’는 2차 세계대전 후 피카소를 만나 25년 동안 우정을 나눈 저자가 미술사가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쓴 전기다. 저자는 피카소 작품 뿐 아니라 20세기 대부분을 살았던 피카소와 그와 관계한 예술가들의 이야기 및 작품을 함께 다룸으로써 현대 미술을 읽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 피카소를 제시한다. 그래서 전기라기보다 작품에 대한 꼼꼼한 해설서 같다.

피카소는 저자가 1963년 처음 이 책을 쓰겠다고 했을 때 열렬하게 환영했다. 피카소는 종종 여성 편력 등으로 화가로서가 아니라 연예인처럼 세상에 비추어졌다. 그래서 피카소는 분명히 해야 할 것들과 기존에 잘못 알려진 많은 부분들을 바로잡기 위해 적극 협력했다. 이 책이 다른 전기에 비해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피카소는 생전에 작품으로 평가 받기를 바랬고, 실제로 작품이 자신보다 더 강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고,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피카소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자료다. 화가 평전의 대부분은 화가의 인간적인 면을 밝히는데 주력하지만, 피카소는 정반대다. 이미 철저히 발가벗겨졌기 때문에 화가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저자는 이 점에 주력했고, 이 책은 작품으로만 화가를 말하는 새로운 평전이 됐다. 피카소가 고마워해야 할 책이다.

‘어느 미술사가의…’은 서양 미술사를 대표하는 유럽의 여섯 도시, 이탈리아 피렌체와 베니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스페인 톨레도 등을 미술 사학자의 정치 사회 문화사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저자는 각 도시를 방문할 때마다 주제를 정해놓고 그 주제를 중심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램브란트와 반 고흐의 암스테르담을 역사 속의 마약 중독자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통해 ‘무한한 자유의 해방구’로 서술하고, 물의 도시 베니스를 ‘오페라’라는 프리즘을 통해 파악하는 식이다.

이들 도시들을 돌아보면서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진정한 가치는 참다운 아름다움이라는 화해의 정신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인간이 신과의 화해를 통해 정신적 아름다움에 도달할 수 있듯이 하나의 예술작품도 장르간의 화해를 이룰 때 인간의 마음에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인문학과 음악 미술 영화를 넘나들며 이성을 감성으로 풀어내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는 신선함을 전해준다.

‘반 고흐…’는 1999년 6월에 출간된 같은 제목 책의 개정 증보판이다. 동생 테오의 편지를 포함한 40여 통의 편지와 그림들을 추가했다.

고흐는 37년 동안 지독한 가난과 고독, 예술에 대한 끝없는 집착, 정신 발작 등으로 고통스러운 삶을 살면서 강렬한 작품을 남겼다. 지금은 어느 화가 작품보다도 훨씬 비싸지만 생전에는 한 점도 제대로 팔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네 살 아래인 동생 테오는 친구이자 후원자, 동반자였다. 고흐는 일기 쓰듯 테오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무려 668통이나 됐다. 또 어머니, 여동생, 고갱, 베르나르에게도 편지를 썼다.

이 책은 그 중에서 고흐의 삶과 예술을 잘 보여주는 편지를 골라 엮었다. 제 3자 설명이나 자의적 해석 없이 편지 원문 그대로를 모았다는 점에서 다른 관련 서적과 차별된다.


이상호 편집위원


입력시간 : 2005-06-22 16:33


이상호 편집위원 sh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