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공간·관람자를 한데 묶다세계 유명골프장 배경에 인물 배치한 입체적 구성, 현대 미술의 새 지평

[문화가 산책] 러시아 작가 사민스키의 예술세계
작품·공간·관람자를 한데 묶다
세계 유명골프장 배경에 인물 배치한 입체적 구성, 현대 미술의 새 지평


미술 애호가들에게 현대 미술의 새로운 장르를 만끽할 수 있는 전시회가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일보 갤러리에서 국내 처음 선보이는 사민스키(IRENA SARMINSKY)의 골프화전이다.

세계 유명 골프장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로 일견 평범해 보이나 입체적 구성과 오브제(작품, 사물성)-공간-관람자의 색다른 만남은 새로운 차원의 예술적 사유와 전율을 경험하게 한다.

사민스키는 러시아에서 태어나 독창적인 작품생활을 해오다 이스라엘로 이주한 후 예술과 과학을 접목, 실물의 풍경세계를 ‘3차원의 인지과학 예술세계’로 창조했다. 그에게는 21세기 컴퓨터와 인터넷을 근간으로 한 지식정보화사회에서 과학과 예술의 패러다임 전환에 선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이 뒤따른다.

그의 작품에 표현하는 인지과학은 절대적 척도가 없는 순수회화 개념을 도입하여 ‘정형화된 예술세계’로 대중에게 쉽게 다가서고 있다. 또한 그의 작업은 보는 관점에 따라 관람자에게 일련의 상상력을 제공한다.

사민스키의 예술세계에서는 감상하는 상황 안에서 일어나는 ‘인지(보는 것과 물체 사이, 칼라와 구성주의, 양각(陽刻))를 통한 실재 경험’이 중요하다. 그에게서 ‘보는 의미’는 관람자가 작품과 거리를 기억하는 동안 이미 오브제(작품, 사물성)가 아니라 우리들의 인지과정이라는 것이다. 즉, 작품은 관람자의 인식과정 안에서 ‘새로운 사물’이 된다. 그것은 공간의 단순한 미학형식이 아닌 관객의 민감한 주시의 과정이자 묵상의 공간이며 관람자가 작품과 대화하는 또다른 공간의 창출인 것이다.

그의 작품에서는 칼라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관람자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하는 색이 사민스키가 추구하는 근본적인 칼라로 언제나 변화하는 점과 정지 사이의 두 칼라, 두 음영 사이, 두 시각 사이의 거리에 존재하는 칼라는 결코 홀로 쓰이지 않고 상호 결합을 통해 관객에게 새로운 ‘창조’를 가져온다.

사민스키의 작품은 전시의 공간, 빛, 그림과 물체 사이의 변화를 통해 개별적인 동시에 총체적인 인지를 통해 우리가 생각하면서도 의식하지 못했던 예술철학을 제공한다.

그는 한국에서 전시회를 열면서 “첨단기술과 접목한 새 예술세계 체험 기대, 통신인터넷 등 기술 덕분에 한국이 새로운 예술을 키우는 산실이 될 수 있다”며 “예술과 과학을 접목하는 분야에서 한국 예술의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말했다. 또한 “예술에서 새로운 장르는 새로운 생각을 요구한다”면서 “한국이 획일적인 문화에서 벗어나 전통은 지키면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게 예술의 올바른 정신”이라고 밝혔다.

현대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컴퓨터비디오음악 등 예술 장르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민스키의 예술세계는 특히 한국 예술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의 첫 국내 전시회에 많은 관람이 기대된다. 전시회는 6월30일까지.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5-06-22 16:36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