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성포 굴비의 자존심을 상에 올린다

[맛집 멋집] 전남 영광 <일번지> 굴비한정식
법성포 굴비의 자존심을 상에 올린다

‘굴비를 먹지 않고서야 어떻게 영광을 가보았다고 얘기할 수 있는가.’

이제는 하나의 브랜드가 된 ‘영광굴비’. 그 시원은 고려 태조 왕건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왕건은 현재의 법성항에 조세를 담당했던 부용창을 설립했다. 아마도 이때부터 굴비가 조세물품에 포함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굴비가 왕의 수라상에 올려졌다는 기록은 고려 예종 때 처음 나온다. 그러니까 법성포의 굴비는 왕실의 음식 족보에 오르면서 귀한 물품이 됐고 그 역사가 천년은 족히 넘었다는 얘기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영광굴비’는 엄밀하게 따지면 ‘법성포굴비’다. 굴비의 역사를 떠나서 현재 법성포가 영광군에 속해 있으니 넓게 보면 영광굴비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영광굴비 대부분이 법성포구로 집결돼 가공 보관되기 때문에 법성포굴비가 맞다. 또 영광군에서 영광읍은 그냥 시내고 법성포는 바다를 안고 있기 때문에 법성포굴비라 해야 제격이다.

그렇다면 법성포에서 굴비한정식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굴비한정식을 맞볼 수 있는 곳은 영광읍내에도 있지만 통통배들이 드나들거나 정박해있고, 그 위로 갈매기 나는 포구의 풍경이 있어 굴비 맛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굴비한정식 집이 포구를 따라 주욱 늘어서 있는 게 굴비 맛의 전통과 관록을 말해주고 있다.

법성포 굴비한정식 집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곳으로 ‘일번지’ 식당이 있다.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단연 굴비 맛일 수밖에 없다. 굴비를 대표주자로 내세운 한정식 집에서 굴비 맛이 떨어지면 장사 다 한 거나 다름없지 않겠는가. 10년째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이 굴비 맛에 변함이 없다는 증거다. 이 집 사장 말에 따르면 손님상에 오르는 굴비는 법성포 굴비에 영광 천일염전에서 나는 소금을 쓴다고. 여기에 건조와 가공, 냉동보관 등의 기술이 발달하면서 변함없는 맛을 유지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굴비와 함께 나오는 여러 가지 반찬에 있다. 병어찜, 홍어무침, 갈치튀김, 가오리, 장대 등의 생선 맛은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다. 여기에 맛깔스런 젓갈 등 밑반찬과 마른반찬, 김치류가 어울린다. 남도음식 명가답게 반찬 맛의 수준도 모두 합격점이다. 아쉬운 게 있다면 매운탕이다. 바닥까지 긁어가며 한 냄비를 비우기에는 맛이 약하다는 것.

세 번째 이유는 서비스에 있다. 400명이 한꺼번에 앉을 수 있는 규모와 때를 가리지 않고 드나드는 손님들을 감안한다면 종업원들의 서비스에 문제가 있을 법도 하지만 일번지 직원들의 얼굴에선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게다가 먹고 남은 음식은 싸가지고 갈 수 있도록 비닐팩을 준비해놓고 있어 손님들은 기분 좋게 자신이 먹던 음식을 가져갈 수 있다.

‘일번지’ 메뉴는 단 하나 굴비정식이다. 60,000원 정식과 45,000원 정식 둘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 6만원 정식은 굴비에 회, 새우 등 다양한 요리가 나와 4인 이상이 한상에 앉는다면 6만원 정식을 추천할 만하다. 그러나 4인 이하면 45,000원 정식으로도 충분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에 충실하자면 영광 법성포항 ‘일번지’굴비정식을 먹고 나서 법성포 항의 정겨운 모습을 보며 산책하는 포만의 여유를 즐길만하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여행지를 둘러보는 게 좋다. 주변여행지는 백수해안도로를 추천한다. 19㎞의 해안도로에는 해당화가 피었다. 해안도로를 따라 가슴 시원한 바다가 펼쳐져 있고, 바다와 사람이 어우러져 사는 포구와 해수욕장, 갯벌 등에서 아름다운 한 때를 보낼 수 있다.

▲ 메뉴 : 굴비한정식 45,000원~60,000원

▲ 찾아 가는 길 : 영광인터체인지를 나오면 법성포 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를 따라 가다가 법성포 사거리가 나오면 거기서 400m 직진하면 된다.(인터체인지를 나와서 좌회전 하다 조금 가다보면 검문소가 나오는데 거기서 영광 여행 지도를 구할 수도 있다)

▲ 영업시간 : 오전 11시30분~오후 8시30분


서태경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5-06-30 15:10


서태경 자유기고가 shiner96@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