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이 되어 머무는 그 섬에 가고 싶다

[주말이 즐겁다] 군산 선유도
신선이 되어 머무는 그 섬에 가고 싶다


선유도(仙遊島)는 서해의 보물이다. 육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군산 앞바다에 떠있으면서도 자연 풍광은 먼바다에 있는 유명 섬들과 견주어도 빠지지 않을 만큼 빼어나다. 무엇보다 자전거를 타고 섬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하이킹은 여느 섬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큰 재미다.

안개가 걷히면서 드러나는 망주봉
선유도가 주소를 두고 있는 서해의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는 ‘섬의 무리’다. 여기에는 선유도를 비롯해 무녀도, 장자도 같은 유인도와 크고 작은 무인도 등 63개의 섬이 파란 바다에 점점이 흩어져 있다. 원래 이름은 섬들이 많이 모여있어 산 같이 보인다 하여 군산(群山)이었는데, 조선 세종 때 이곳에 있던 수군 진영인 군산진(群山鎭)을 육지로 옮겨가면서 현재의 군산시가 되었고, 이곳엔 ‘옛 고(古)’자를 붙여 ‘고군산’이라 했다. 임진왜란 당시엔 이순신 장군이 울돌목의 명량해전에서 왜군을 무찌른 후 이곳으로 물러나 조정에 보고하기 위한 장계를 작성하기도 했다.

선유도는 고군산군도에서 세 번째로 큰 섬으로, 섬 남단에 솟은 산이 마치 두 신선이 마주 앉아 바둑을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해서 이름이 유래했다. 해무라도 끼는 날이면 선유도는 정말 신선이 사는 듯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선유도는 옛날엔 3개의 섬으로 분리되어 있었으나 파도에 쓸려온 모래가 오랜 세월 쌓여 언덕을 만들면서 지금처럼 하나로 연결되었다. 바로 ‘선유 8경(仙遊八景)’의 하나인 명사십리 해안이다.

선유8경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은 뭐니뭐니 해도 선유낙조(仙遊落照)다. 자그마한 섬 사이로 보이는 수평선으로 붉은 햇덩이가 떨어질 때면 섬과 바다 모두 불타오르는 듯 벌겋게 변한다. 선유낙조는 명사십리 해안에서 감상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욕심을 부린다면 망주봉(望主峰)에 올라가는 것도 괜찮다. 선유도는 물론이고, 주변의 장자도, 대장도, 무녀도 등 주변의 섬들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망주봉 정상에서 보는 노을은 평생 기억에 남을 정도로 아름답다. 만약 굵은 빗줄기가 쏟아진 뒤라면, 망주봉 바위벽 곳곳에서 쏟아져 내리는 7~8개의 폭포수를 볼 수 있다. 역시 선유팔경에 속하는 망주폭포(望主瀑布)다.

선유도는 이웃의 무녀도, 장자도, 대장도와 섬끼리 다리를 놓은 연도교로 이어져 있다. 그런데, 얼마전 선유도 홈페이지에서 네티즌들을 상대로 ‘선유도에서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을 설문 조사한 결과, ‘자전거를 이용한 하이킹’이 ‘해수욕’이나 ‘바다낚시’를 제치고 1등을 차지했다. 실제로 선유도에선 쌍쌍이나 가족끼리 자전거를 타고 섬을 둘러보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자전거 타고 섬을 돌아보는 연인들
자전거로 선유도를 한 바퀴 둘러보고 장자도를 거쳐 대장도까지 다녀오는 데 1시간이면 충분하고, 무녀도를 다녀오는 데도 1시간이면 넉넉하니, 이런저런 구경을 한다 해도 3~4시간이면 여유 있게 4개의 섬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대부분의 민박집과 상점은 대부분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어 대여하기도 수월하다. 대여료는 1인용 1시간에 3,000원, 하루 1만원, 2인용은 1시간에 6,000원, 하루 2만원이다.

무녀도는 풍수로 보면 ‘춤을 추는 무녀’의 형국이라 한다. 1950년대에 널따란 간척지를 일군 덕에 인근 섬들 중에서 가장 많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섬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이 지역에서 행해지던 독특한 장례 풍습인 초분(草墳)의 이해를 돕기 위한 모형과 안내판 등을 설치해 놓았다. 자그마한 장자도는 몽돌 해안과 기암이 어우러진 해안 산책로가 좋다. 소원성취를 시켜준다는 대장도의 할매바위는 고군산군도 전망이 일품이다.

또 선유도에서는 썰물 때 갯벌에서 소금으로 맛조개를 잡을 수 있다. 갯벌의 구멍에 소금을 조금씩 뿌려놓으면 맛조개가 삐죽이 고개를 내민다. 반쯤 올라왔을 때 잽싸게 잡아채면 된다. 이외에도 바지락, 모시조개 등을 캐고 소라를 줍거나 농게, 달랑게를 잡을 수 있다. 조개를 캐려면 호미, 소라를 주우려면 목장갑이 필수다. 선유도 가게에서 1,000원에 빌려준다.

▲ 숙식 선유도 해수욕장 부근엔 중앙민박(063-465-3450), 안정민박(063-465-4742) 등 수십 군데의 민박집이 있다. 2인1실 기준 3만원(휴가철 성수기 5만원). 장자도, 무녀도에도 민박집이 여럿 있다. 선유도에서는 사시사철 싱싱한 자연산 활어회를 비교적 저렴한 값에 맛볼 수 있다. 선착장에서 해수욕장으로 빠지는 길목에 평사낙안 회집(063-465-2620), 중앙횟집(063-465-3450) 등 횟집이 많다. 광어회(1kg) 5만원선, 놀래미ㆍ우럭(1kg) 4만원선.

▲ 교통 △서해안고속도로 동군산IC→21번 국도(전주군산간 산업도로)→연안여객선터미널. 수도권서 3시간 정도 소요. △서울(강남)→군산=매일 15분 간격(05:30~23:10) 운행. 3시간20분 소요. 동서울→군산=매일 10회(07:30~18:30) 운행. 3시간30분 소요. △군산에서 연안여객선터미널은 시내버스를 이용하든지 10~20분쯤 걸으면 된다.

▲ 배편 △군산연안여객터미널(063-472-2712)→선유도=1일 4회(08:00 10:30 13:00 14:30) 운항, 1시간30분 소요, 요금 어른 1만1,700원, 어린이(만 3세 이상) 5,900원. △선유도→군산연안여객선터미널=1일 4회(09:40 12:30  16:30 17:30) 운항. 여름 휴가철 하루 7회 운항. 출항시간 변동이 잦으니 예약 전에 계림해운(063-446-7171)에 문의.


입력시간 : 2005-06-3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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