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의 신화와 기상을 만난다

[문화가 산책] 순수 한국뮤지컬 <수천>
고구려의 신화와 기상을 만난다

신화를 간직한 민족은 위대한 생명력을 지닌다. 우리 굴곡의 역사에서 고구려는 신화의 한 축을 당당히 떠받치고 있다. 하지만 망각과 객기, 값싼 울분에 채이면서 고구려 신화는 생명력을 잃어왔다.

신화다운 신화가 사라진 요즘 대륙의 바람과 고구려 사내들의 열정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오는 7일부터 17일까지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수천’이다.

‘뮤지컬 수천’은 고구려시대부터 일제 강점기까지 고구려의 기상을 지키는 두 고구려인의 이야기를 다룬 서사극이다. 광개토왕(호태왕)의 호위무사였던 장하독(張下督)과 그 아내 수천(守天)이 주인공. 장하독은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발견된 호위무사의 별칭으로 ‘땅을 경계하는 자’란 뜻. 수천은 중원고구려비에 새겨진 글자로 고구려가 하늘의 자손이며 다른 어떤 세력과도 균등하다는 대륙정신을 담고 있다.

이들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환생, 고구려인의 정신을 계승한다. 고구려시대에는 남편과 아내로서, 고려시대에는 아버지와 딸로서, 일제시대에는 어머니와 아들로서 고구려인의 정신, ‘대륙의 꿈’을 품고 살아간다.

‘뮤지컬 수천’은 중국의 현지 답사를 비롯한 꾸준한 무대와 작업을 거쳐 2003년 1월(문예진흥원 예술극장)과 5월(예술의전당 토월극장) 앵콜 공연으로 그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당시와 크게 달라진 것은 희곡적인 요소를 줄이고 음악을 강화해 뮤지컬로 탈바꿈시킨 것.

극단수천의 임용택 팀장은 “2003년에는 고구려의 웅장한 기상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다 보니 대중적인 공감 부분이 약화되고 완성도가 떨어진 측면이 있는데 2년 동안 그러한 부분을 보완하고 뮤지컬로 전환해 관객이 쉽게 가슴으로 고구려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한다. 무대도 코러스의 울림을 제대로 전할 수 있게 불필요한 설치를 배제했고, 일반 단역 배우들을 줄이는 대신 전문 무용수 10여 명을 기용해 공간을 채울 수 있게 연출했다.

무엇보다 뮤지컬에 맞춰 음악적인 부분을 강화한 게 두드러진다. 1ㆍ2차 공연 때의 송순규(장하독 역)을 제외하고 주역들이 대거 교체, 보강됐다. 특히 수천 역을 맡은 김선호는 뮤지컬 ‘빠담 빠담 빠담’에서 비운의 가수 에디뜨 삐야프로 분해 호평을 받은 바 있고, 광개토왕 역의 손광업은 ‘오페라의 유령’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등에 출연해 폭발적인 가창력과 함께 강렬한 카리스마를 인정 받았다.

이밖에 가극 ‘금강’의 평양 공연에서 북한 관객들의 찬사를 받은 김영, 2004년 대학가요제 대상을 수상한 정미란 등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배우들이 뮤지컬의 핵심은 음악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새 무대를 위해 10여 곡을 새롭게 만들었고 공연 때 탈북자 300여명과 우리 역사와 문화를 배우러 온 외국인 100여명을 초청, 고구려의 정신을 전할 예정이다.

‘뮤지컬 수천’은 대규모 자본의 해외 상업 뮤지컬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현실에서 결코 그들이 느끼고 표현할 수 없는 우리만의 예술적 상상력과 독특한 표현양식을 통해 색다른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 공연시간 평일 7시30분, 토ㆍ일요일 3시, 6시. 입장료 R석 5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중ㆍ고생 1만5,000원. 단체 20인 이상 20% 할인, 만 7세 이상 관람가. (02)335-1749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5-07-06 17:30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