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아주 특별한, 조금은 독특한 세상 순례기
유럽 음악축제 순례기/ 박종호 글ㆍ사진/ 한길아트 발행/ 18,000원
/ 민병준 지음/ 가림출판사 발행/ 12,000원
엄마와 딸의 조금은 특별한 여행/ 최승은ㆍ김보희 지음/ 예담 발행/ 10,000원

여름이다. 길을 떠나자. 그냥 나서보자. 시간도 돈도 없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방콕(방에 콕 틀어박혀 있음을 의미하는 우스갯소리)’도 여행이다. 집에 들어 앉아 다른 사람들이 쓴 여행기를 읽으면서 상상의 날개를 맘껏 펴는 것도 좋은 피서법이다. 책에서 읽은 곳을 직접 찾아 가 볼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정신과 의사인 박종호 씨는 좀 특이하다. 병원 일보다는 딴 분야에 관심이 더 많다. 그는 고전음악 애호가다. ‘애호’보다는 ‘광(狂)’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수 있다. 아주 땅 값이 비싼 서울 강남에 클래식 음반 전문 매장인 ‘풍월당’을 냈다. 그런 그가 이번에 책을 펴냈다.

12년 동안 유럽의 음악 축제를 찾아 다니며 보고 들은 것들이다. 저자는 오스트리아 독일 스위스 체코 프랑스 이탈리아 등 6개국의 18개 음악 축제를 소개한다. 관광명소에서 여름 휴가철에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은 많은 감동을 준다. 최고의 유적과 풍광이 있는 곳에서 유럽의 고급 문화를 입체적으로 한꺼번에 접할 수 있다.

공식 시즌 중에는 보기 힘들거나 드문드문 있던 프로그램도 페스티벌 기간에는 단기간에 많은 공연을 소화할 수 있고 여러 예술가들이 한꺼번에 모이기 때문에 이방인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다.

여름하면 또 떠오르는 것 중의 하나가 강이다. 강은 우리 삶의 역사와 함께 해 왔다. 옛말에 “물은 사람을 모으고 산은 사람을 가른다”고 했다. 강은 인류가 모여 살면서 남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통시적인 공간이다. 여행 작가 민병준 씨가 쓴 ‘강’은 전국의 수계를 따져 관심을 끌만한 15개의 강을 소개하고 있다.

가평천, 내린천, 두물머리(양수리) 등 잘 알려진 곳도 있지만 명호강, 증암천 등 낯선 곳도 있다. 발원지와 역사 등 강을 둘러싼 이야기 뿐만 아니라 주변의 볼거리, 먹거리, 교통편, 묵을 곳 등 여행 정보도 풍성하다. 결국 이 책은 저자의 말대로 ‘물길 따라 엮어본 문화사’ 라고 보면 될 것이다.

‘엄마와 딸의…’은 모녀가 함께 캄보디아의 고대 유적지 앙코르로 여행을 떠나면서 보고 느끼고 대화한 내용을 각자의 입장에서 쓴 글을 모은 것이다. 어머니는 사춘기 딸에게 이렇게 말한다.

“딸아, 엄마는 말이지, 중년에 들어섰단다. 너도 지금 사춘기를 아프게 겪고 있지만 엄마 또한 나이 듦의 진통을 겪고 있거든. 일상에서도, 이번 여행 중에도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니? 네 도움이 필요하구나.” 딸은 말한다. “엄마 손을 잡는다. 기분이 이상하다. 지난 학기 동안 어긋나기만 했는데 여행을 시작한 후 어릴 때처럼 정다워진 거다.” 여행은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상호 편집위원


입력시간 : 2005-07-06 17:50


이상호 편집위원 sh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