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염색 매염재로 쓴 노란색 재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노린재나무 전통염색 매염재로 쓴 노란색 재
하지만 식물이름 아는 일이 그리 만만치 않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주 하는 이야기이지만 부러 식물이름을 외우는 일은 거의 부질없는 일이다. 이내 잊고 혼동하기 십상이니까. 하지만 식물이름도 즐거운 마음으로 왜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 알아내고 연관시키고 하면 금방 재미있어진다. 놀이처럼. 그동안 지면을 통해 이야기한 이름이 얼마든지 있다. 올라오는 새순이 노루의 귀를 닮은 노루귀(눈으로 보고), 비비면 생강냄새가 나는 생강나무(냄새로 맡고), 씹으면 몹시 쓴 소태나무(맛으로 느끼고), 오리(五里)마다 이정표 대신 심었던 오리나무(쓰임새로 판단하고) 등등. 그렇다면 노린재나무는 왜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 금세 상상하기 어려운데 이 나무를 태우면 노란색 재가 남아 노린재나무라고 한다. 그렇다면 하필 재의 색깔을? 하고 궁금해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노린재나무는 전통염색을 할 때 그 잿물을 매염재로 긴요하게 썼으므로 사람들의 마음에 노란빛이 도는 재로 남아 붙여진 이름이다. 노린재나무는 작은 키 나무다. 하지만 아주 덤불처럼은 아니고 주 줄기를 만들기도 하고 많지 않은 곁줄기들을 만들기도 한다. 우선 잎 모양은 평범한 타원형인데 다른 나뭇잎에 비해 약간 두껍다는 느낌을 준다. 꽃은 5월에 피는데 아주 좋다. 꽃이 피어나면 작은 꽃송이들이 몽실하니 모여 뭉게뭉게 구름을 만들 듯 환하고 아름답다. 작은 꽃송이 하나를 들여다 보아도, 곱고, 미처 꽃송이가 터지기 전 구슬처럼 둥근 꽃봉오리도 어여쁘다. 게다가 퍼져 나오는 향기도 일품이며, 흰꽃송이들이 점차 연노란빛으로 바뀌어가는 변화도 오묘하다. 꽃이 지고 난 뒤 동그랗게 맺힌 열매는 가을이 오면 벽자색으로 익어간다. 어느 맑고 깊은 바다 빛도 이리 푸르고 신비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노린재나무는 숲 속에 나무들 틈이 끼어 자라는 탓에 누구에게나 대수롭지 않은 잡목 취급을 당해왔지만 알면 알수록, 보면 볼수록 값진 나무라는 생각이 든다. 지방에 따라서 백화단(白花丹), 우비목(牛鼻木), 명노린재, 제낭 등으로 불리운다. 이 나무의 아름다움에 대해 열심히 말했으니 앞으로 관상수로서의 가치는 두번 언급하지 않아도 좋을 터이고, 줄기는 굵지 않지만 재질이 치밀하고 트거나 갈라지지 않아 지팡이 같은 것으로 많이 이용되었다고 한다. 잎, 뿌리, 열매 등은 약으로 쓰기도 했다. 가까이 키우고 싶다면 이도 그리 어렵지 않다. 햇빛이 적당히 드는 숲에서 잘 자란다. 심지어 소나무 숲에서도 볼 수 있다. 춥거나 건조한 곳과 그늘 등 어디에든 잘 견디는 편이니 습하지 않은 땅에만 심는다면 쉽게 키울 수 있다. 노린재나무 열매가 푸르게 익을 즈음이면 여름도 갈 터이다. 입력시간 : 2005-07-06 18:48
|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