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김종화의 대사증후군 바로알기] 항아리형 몸매의 적신호


평범한 가정주부 이선주 씨(48세)는 최근 ‘내당능장애’라는 당뇨병 전단계 판정을 받았다. 아침에 잠에서 깰 때 상쾌하지 않고 만성피로에 시달려 건강검진을 받아본 결과 공복 혈당, 즉 혈액 내 포도당 수치가 당뇨병이 의심될 정도로 높게 측정됐던 것.

아직까지 다음(多飮), 다뇨(多尿), 다식(多食), 체중감소 등 당뇨병의 전형적인 증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었지만 현재 어머니가 당뇨병을 앓고 있어 유전적인 위험은 어느 정도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혈압 등 다른 검사결과는 대부분 정상이었지만 중성지방 수치가 높았고 몸에 이로운 고밀도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았다.

이 씨는 공복혈당이상 외에 고-중성지방, 저-고밀도콜레스테롤 등 3가지의 복합적인 대사이상요소를 갖고 있어 대사증후군에 속하는데, 이 같은 문제들은 복부 비만이 결정적인 원인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 씨는 키 158cm에 체중 70kg로 체질량지수는 28kg/m2 이었으며 허리둘레는 90cm로 전형적인 항아리형 몸매였다. 체질량지수란 체중(kg)을 키의 제곱(m2)으로 나눈 것을 말하는데, 25kg/m2 이상이면 비만에 속한다.

복부비만은 동양여성의 경우 허리둘레가 80cm, 남성은 90cm 이상인 경우에 해당한다. 이 환자의 경우, 체질량지수로 보면 심각한 비만은 아니었지만, 허리둘레는 90cm로 동양 남성의 복부비만 기준에 포함될 만큼 심각했다.

비만은 몸에 지방이 증가한 것이다. 섭취한 열량보다 소비가 적어서 남은 열량이 지방으로 전환돼 축적되고, 이 지방이 인슐린 작용을 방해하는 물질을 분비한다. 인슐린 작용이 방해되면 포도당이 근육내로 들어갈 수 없어 소비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몸은 인슐린 작용이 안 되는 것을 인슐린이 부족한 것으로 여기고 대량의 인슐린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데 이런 상태를 인슐린저항성이라고 한다.

이렇게 계속해서 많은 양의 인슐린을 만들어내다 보면 몸도 지치게 돼 인슐린을 생산할 수 없는 순간이 오고, 결국 적절한 혈당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 당뇨병이 오는 순간이다. 또 지질대사에 이상이 생겨 좋은 콜레스테롤은 낮아지고 나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은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소비되지 않는 포도당이 혈액을 끈적끈적하게 만들어 혈관을 망가뜨린다. 혈압도 높아져 혈관의 약한 부위가 터지거나 막히게 되는데, 이러한 증상이 심장의 혈관에서 생기면 관상동맥질환이나 기타 심장병이 되고 뇌에서 생기면 뇌졸중이 된다. 대사증후군이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이유다.

지방은 식량이 풍부하지 않던 시대에 여분의 에너지를 지방으로 축적,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 고마운 영양소다. 하지만 먹을 것이 풍부한 현대사회에서는 지방이 비만과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등 대사증후군을 발생시키는 문제아가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모든 지방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지방이 어디에 쌓여 있느냐에 따라 다른 문제인 것이다. 한 예로 스모선수는 지방이 매우 많지만 대사증후군 환자는 적다. 한 순간에 많은 힘을 사용하는 스모선수의 지방은 대부분이 피부 바로 밑에 있는 피하지방이다. 대사증후군의 원인이 되는 지방은 이와는 다르다. 복부지방, 특히 내장지방이 문제가 돼 대사증후군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내장비만은 장기 내부나 장기와 장기 사이의 빈 공간에 축척되는 지방이다. 내장비만인 경우 대부분 배가 볼록하게 나오는데 몸이 마른 사람도 내장비만일 수 있다. 내장비만은 서구화된 식생활, 편해진 근무환경으로 인한 운동부족, 폭식, 유전적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다음에는 내장비만을 치료할 수 있는 생활습관 조절방법과 약물요법에 대해 알아본다.


세종병원 내분비내과 과장


입력시간 : 2005-07-13 16:28


세종병원 내분비내과 과장 drangel@sejong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