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색의 주술에 걸린듯…중남미 토속적 매력 속으로마야에서 멕시코 문명까지, 열정과 힘의 문화공간
[박물관 문화기행] 중남미 문화원 병설박물관 원색의 주술에 걸린듯…중남미 토속적 매력 속으로 마야에서 멕시코 문명까지, 열정과 힘의 문화공간
여름휴가 시즌이 다가오는 요즘, 슬슬 짧은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지리한 일상을 훌렁 벗어 던지고 여행을 떠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조금만 둘러보면 국내에서도 해외 못지 않은 이국적 풍취를 한껏 담은 명소가 곳곳에 숨어있다. 여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정열적인 중남미의 매력을 소개하는 중남미문화원 병설박물관(www.latina.or.kr)으로 1일 여행을 떠나보자.
작지만 옹골찬 중남미 문화의 정수 붉은 파벽돌로 지은 중남미박물관 외관은 성채를 축소시킨 듯 단단한 외관을 자랑한다. 세월의 깊이가 고스란히 담긴 묵직한 문을 열며 박물관 안으로 들어서면, 마치 성전에 온 듯 높은 천장에서 빛이 쏟아져 내린다. 천장 한가운데에는 황금빛 태양신의 얼굴이 관람객들을 자비롭게 내려다보고 있는데, 그 아래 분수대가 자리잡고 있어 시각적으로 시원한 느낌을 준다.
중남미박물관의 주요 전시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마야, 아즈텍, 잉카 문명 등 토착문화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스페인의 멕시코 침략 이후 유입된 가톨릭 문화에 관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멕시코 원주민들의 문화적 다양성을 한껏 맛볼 수 있는 토착문화 유물들은 토기, 석기, 목기, 가면, 공예품의 다섯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전시 중이다. 마야 토기, 쪼로떼가 토기, 올메까 토기, 꼴리마 토기 등의 각종 토기와 더불어, 날개 달린 뱀의 형상을 한 성스러운 상징물 껫살꼬아뜰, 사람 모양을 한 쎄미 도끼, 따이노 족의 의례용 의자인 두호 등을 볼 수 있는데, 토속적 형태 속에 담긴 원형적인 힘이 강한 매력으로 관람자들의 눈을 이끈다.
멕시코 전통문화를 상징하는 가면의 미학 멕시코 원주민이 만든 가면들은 영혼과의 교류를 의미하거나, 혹은 현실을 상징적으로 초월하는 수단으로 도입되어 왔다고 한다. “우리는 생존하는 한 각자의 이름과 가면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우리는 항상 이들과 공존하며, 결국 가면이 곧 우리의 진정한 모습임을 발견하게 된다”는 시인 옥타비오 파스의 말처럼…. 실제로 토토나카 원주민들은 가면을 쓰는 행위가 ‘자신의 영혼으로부터 잠시 해방되어 새로운 영혼과 만나는 것’이라 믿기도 했다고. 이밖에 가톨?문화 유입 이후 새롭게 변화하기 시작한 멕시코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종교예술, 은공예와 생활 식기가 주류를 이룬 구리공예, 클래식한 느낌의 가구들도 관심 있게 지켜볼 만하다.
점심시간을 전후로 방문한다면, 전통 음식 빠에야를 먹어보는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스페인에서 전래된 전통음식 빠에야는 쌀밥에 노란빛이 나는 향신료인 사프론과 각종 고기, 야채를 넣어 큰 프라이팬에 볶은 볶음밥 요리다. 하루 전에 예약하면 샐러드, 빠에야, 소고기, 과일, 와인과 후식까지 겸한 풀코스 식사를 1인당 2만5,000원에 맛볼 수 있다. 가격이 좀 부담스러우면 야외 조각공원 스낵바에서 6~8,000원선에 판매하는 타코를 먹어보자. 일종의 옥수수 전병인 또르띠야에 고기를 잘게 썰어 넣고 양파, 파인애플등과 섞은 속에 매콤한 멕시코 양념을 곁들여 먹는 타코의 맛 또한 일품이다. 빠에야는 주중에, 타코는 일요일만 판매하므로 겸사겸사 중남미 요리를 맛보고 싶은 사람은 해당 요일에 맞춰 방문하는 게 좋다. 중남미박물관만 방문하기에는 아쉬움이 남을 때, 바로 옆 건물에 위치한 중남미문화원 병설 미술관에도 들러보자. 1997년 개관한 미술관에서는 중남미 현대미술작품과 멕시코 원주민의 섬유공예품이 상설 전시되어 있다. 미술관 내에 마련된 아트숍에서는 각종 기념품도 판매한다.
입력시간 : 2005-07-1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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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 객원기자 aponia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