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품는 우리꽃, 나라꽃

[문화가 산책] '다시 피는 무궁화' 특별전
가슴에 품는 우리꽃, 나라꽃

김상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너무 친숙하면 오히려 소홀해진다고 했던가. 흔히 접할 수 없어도, 언제나 옆에 있겠지 라는 생각에 평소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 것들이 있다. 무궁화도 그런 범주에 속한다.

‘우리 꽃’‘민족의 꽃’ 이라는 등의 화려한 수식어가 어쩌면 무궁화의 제대로 된 자리 매김을 방해하거나 지연시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30년이 넘는 일제 통치는 무궁화를 역사적으로 훼손했다.

그래도 무궁화는 무궁화다. 시인 김춘수가 ‘이름을 불러주기 전’부터 우리 민족의 꽃이었다. 그런 무궁화가 모처럼 만에 한 자리에 모였다.

광복 60년, 을사늑약 100년을 맞아 한국일보가 한국고유문화콘텐츠진흥회(이사장 김광림)와 공동으로 한국일보 갤러리에서 개최하고 있는 ‘다시 피는 무궁화' 특별전시회가 그것이다. '무궁화 사랑, 나라 사랑‘을 주제로, 중견 미술작가 30명이 참여하고 있다.

우선 무궁화 본래의 의미와 상징을 다양하게 표출한 게 두드러진다. 작가는 그것들을 연작(Series)으로 표현했다. 전항섭의 ‘대작(對酌)’ 시리즈를 비롯해 이인애의 ‘나무이야기’, 조재연의 ‘바람’, 안광수의 ‘얼굴’, 이상은의 ‘움직임’, 김익성의 ‘인체’ 등이 그러하다.

김인순 신승균 김정연 이광호 등의 순수한 ‘무궁화’ 작품과 김상일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은 “아, 무궁화”라는 친근한 동질감으로 다가온다. 무궁화의 꽃과 잎을 오각형과 겹층으로 형상화한 이수홍의 ‘안과 밖’ 조각에서는 무한한 힘이 느껴진다.

그렇게 새롭게 태어난 무궁화는 김익성의 ‘인체 속으로 무궁화’, 김상철의 ‘빛’, 이군우의 ‘대화’, 조은영의 ‘뱀 나들이 Ⅰ’, 김수진의 ‘Feeling’ 에서 생명력, 희망(기원), 시간의 무게를 지니며 한층 뚜렷하게 ‘우리꽃’으로 각인된다.

이인애의 ‘나무이야기’는 인간을 닮은 나무(무궁화)를 통해 일체감과 고향 같은 푸근함을 던져주고, 10년 동안 ‘변용과 가늠’전을 통해 한국적 성(性)에 천착해온 전항섭의 ‘대작’은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최일의 ‘자리매김’은 현실과 의식에서 사라져 가고 있는 무궁화를 온전히 찾아내 가슴에 담아두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제 무궁화는 개인적 차원에 머물지 않고 민족과 역사로 확장된다. 전시관 입구에 걸려 있는 오경명의 ‘무궁나라-1’은 칼과 창으로 상징되는 남북 대치 상황이 사라지고 무궁화로 하나되는 통일, 화합, 평화를 염원하고 있다. 권석봉의 ‘함성 그리고 60년’과 김승환의 ‘손-염원’ , 추인엽의 ‘천지를 품은 무궁화’ 등도 남북 분단을 넘어 통일과 평화를 기원하고 있다.

무궁화는 오천년 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 해 온 말 그대로 '민족의 꽃'이자 '민중의 꽃' 이다. 일제가 무궁화의 이미지를 왜곡시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고, 알게 모르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자리 매김으로 무궁화를 민족의 꽃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이것이 이 시대, 우리 모두의 소명이다. 이번 전시회의 의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전시 수익금은 모두 무궁화 사랑 운동 기금으로 조성된다. 14일까지. 무료. 02-724-2114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5-07-14 15:44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