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만해의 정신세계로 비춰 본 처세술


▲ 한용운의 채근담 강의/ 한용운 지음/ 이성원ㆍ이민섭 현대어 번역/ 필맥 발행/ 16,000원
▲ 만해 한용운의 풀뿌리 이야기/ 한용운 지음/ 림효림 옮김/ 바보새 발행/ 12,000원

‘채근담’이라는 책에 대해서는 정독은 안 했다 하더라도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일종의 자기 수양서로, 정신 수양을 중심으로 하고 유불선(儒 佛仙)의 정수를 선별하여 모은 책이다.

한용운이 1915년에 쓰고 2년 후에 발행한 ‘정선 강의 채근담(精選 講義 菜根潭)’을 요즘 말로 쉽게 옮긴 책이 최근 잇따라 출간됐다. ‘한용운의 채근담 강의’는 원서를 현대어로 번역한 것이고, ‘만해 한용운의 풀뿌리 이야기’는 원문은 생략하고 한용운이 붙여 쓴 글만을 번역했다.

만해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세상에는 분에 넘치는 권력을 얻기 위해 남의 턱짓과 눈짓에 따라 허리를 만번씩 굽히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이들이 있습니다. 또 부정한 이익을 얻기 위해서 남이 한번 찡그리고 한번 웃는 얼굴 빛에 따라 백번이라도 온 몸을 다 바쳐 일을 하고도 만족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호탕함이 지나친 사람들이 있습니다. 몸과 마음을 연기나 구름같이 덧없는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입니다. 방랑을 능사로 삼고, 거칠고 정신이 나간 듯 사는 것을 지덕으로 삼아 세속을 떠나 돌아올 줄 모르고 정신을 놓아버리고 거두지 않습니다. 홍진이 가득한 속세에 살아도 떠도는 구름이나 흐르는 강물에 대한 취미를 잃지 말고, 소슬하고 적막한 곳에서 지내면서도 천하를 구제할 뜻을 품고 지내야 합니다. 자유롭되 방탕하지 않고 포용하되 집착하지 않고 천문과 지리를 살피고 마음을 편안히 가질 수 있다면 가는 곳마다 자유세계니 어느 때인들 마음대로 되지 않을 리 있겠습니까. 이와 같이 되려면 오직 정신을 수양하는 길 밖에 없습니다. 조선 정신계의 수양은 과연 어떤지 물어봅시다. 빈 산에 고개를 돌리니 구름과 나무가 아득합니다. 이에 채근담을 강의합니다.”

채근담을 처음으로 한글로 번역해 출판한 사람이 만해다. 왜 그랬는지를 그는 머리말에서 너무 생생하게 밝히고 있다. 여기에 제목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채근’은 나물 뿌리, ‘담’은 이야기를 뜻한다. 책 제목이 무슨 의미인지 저자 자신은 말하지 않았지만, 나물 뿌리와 같은 조악한 음식을 먹고 지내는 일에 익숙해질 수 있으면 세상에 겁날 것이 없다는 뜻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풀이다.

만해의 머리말은 지금도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을 찌른다. ‘…풀뿌리 이야기’의 옮긴 이 림효림은 일생을 수행하는 승려로서, 그리고 민족 수난기를 살면서 독립지사로 살아온 만해의 삶의 내용과 사상과 철학, 그리고 역경과 고난을 이겨낸 처세술 등이 모두 이 책에 들어있다고 했다.

출판계가 심각한 불황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처세술 또는 자기계발을 다룬 책들은 꾸준히 팔리고 있다. 그런데 이 책들은 주로 서양에서 나온 것들이다.

채근담도 일종의 자기 계발서다. 어떻게 인격을 높이고, 세상에 올바르게 대응해야 하는가 등을 말하고 있다. 처세술에 대한 강의다. 이번 휴가에는 서양식이 아닌, 동양의 지혜가 담긴 처세술에 빠져보는 것이 어떨까. 이 두 책 이외에 조지훈 시인이 번역하고 주석을 붙여 1960년대 현암사에서 나온 또 다른 채근담을 함께 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상호 편집위원


입력시간 : 2005-07-14 16:45


이상호 편집위원 sh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