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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닉 탐방] 강한피부과 <백반증 치료>
돌아온 피부색 "얼굴을 들어요"
피부 속 멜라닌 색소 파괴로 얼굴 등에 하얀 반점, 심한 스트레스로 고통
주변조직 손상 최소화한 엑시머레이저 시술로 완치에 근접, 꾸준한 치료 필요




강한 피부과 강진수 원장이 여성 백반증 환자에게 엑시머레이저 시술을 하고 있다. 임재범 기자



“백반증은 ‘눈에 안 보이는 에이즈’에요. 지난 8년간 치료를 거른 적이 단 하루도 없습니다.”

왼쪽 볼과 귀 사이에 하얗게 피어 오른 반점 때문에 오랫동안 속앓이를 해온 손모(47ㆍ여)씨는 백반증의 고통을 에이즈에 견준다. 손 씨는 백반증을 없애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고까지 말한다. 소리쟁이란 풀을 짓이겨 붙여 봤고, 먹물과 소금물을 바르기도 했다. ‘명의’라는 이들에게서 수십 만원짜리 약을 지어다 먹었지만 별 효험이 없었다.

백반증은 피부 속 색소세포(멜라닌 색소)가 죽어 피부가 하얗게 되는 것이다. 백납이라고도 부른다. 얼굴, 팔, 몸통 등 여기저기에 갖가지 크기와 모양으로 생겨나는 것으로, 신체적 고통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피부 미관을 크게 해치고 대인관계에 심각한 불편함을 초래하기도 한다.

최근 백반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것을 감쪽같이 없애는 치료법은 아직 없다. 백반증이 왜 생기는지 정확한 발생 원인조차 밝혀내지 못 하고 있다. 면역세포가 고장 나 엉뚱하게도 자기 몸을 공격한다는 자가면역설, 신경세포가 내뿜는 독소 탓이라는 신경체액설, 색소세포가 스스로 파괴되는 것이라는 자가파괴설 등 몇 가지 가설들이 돌고 있을 뿐이다. 이런 이유로 연고제에서부터 최신 엑시머레이저 시술까지 다양한 치료법이 나와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지금도 민간요법을 흘끔거리고 있는 것이다.

환경파괴 등으로 환자 급증
“백납 환자가 5년 전보다 3배나 늘어났습니다. 기후 온난화의 영향으로 자외선 발생량이 많아지는 데다가 산업화가 가속화하면서 우리 몸을 해치는 각종 독성물질이 넘쳐 나는 것이 원인인 것 같습니다.”

지난 20여년간 백반증 치료를 담당해온 강한 피부과(서울 신림동) 강진수(53) 원장은 “병원을 찾는 백반증 환자가 올들어 월 평균 400명을 넘어섰다”면서 “환경파괴 여파와 외모를 중시하는 풍조가 맞물리면서 환자 수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본다.

백반증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얼굴에 생겨난 경우지만, 몸통ㆍ목 등 온몸 어디에서든 나타날 수 있다. 처음에는 조그맣다가 점점 주변으로 퍼지는 진행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트레스가 많아져 면역력이 떨어졌거나 교통사고 등으로 수술을 한 경우, 갑상선 질환이 있을 때 상태가 악화했다는 보고가 많다.

백반증이 생겼다고 해서 신체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색소세포 없거나 부족한 백반증 환자들은 햇빛에 갑자기 노출되면 자칫 화상을 입을 우려가 있다”고 강 원장은 경고한다.

백반증은 위치가 손 끝이나 코 끝 등 신체 끄트머리인 경우 치료가 더 어렵다. “혈액순환이 잘 안 되다 보니 색소세포 증식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백반증 치료는 발병원인과 치료법이 아직까지 명확하게 정립돼 있지 않은 까닭에 의사의 시술경험이 중요하다. 크기나 모양, 환자의 나이 등을 고려하여 약물이나 자외선, 레이저요법 등 다양한 방법을 쓰는 것이 보통이다.

"백반증은 불치병이 아니다"고 말하는 강한 피부과 강진수 원장은 20년이 넘도록 백반증 치료를 담당해온 베테랑이다.

백반증의 크기가 작거나 혹은 갑자기 주변으로 막 번져가는 경우, 어린 환자에게는 스테로이드 성분의 약을 먹거나 바르게 하는 약물요법을 먼저 쓴다. 약을 장기간 쓰면 피부위축 등 부작용 우려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 단기 치료에 그친다. 이와 반대로 백반증이 몸 여기저기에 광범위하게 생겨난 경우에는 자외선요법을 쓰는 것이 돈도 적게 들고 치료효과도 좋다. 자외선요법이란 특수약물을 먹거나 바른 뒤 자외선을 쬠으로써 피부 속 색소세포를 자극하는 것이다.

다양한 시술경험이 치료의 첩경
자외선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치료 효과를 3~4배 높인 것이 엑시머레이저다. 단일 파장의 레이저를 간단한 장치(핸드 피스)를 통해 백반증 부위에 정확하게 내리 쬐도록 한 엑시머레이저 시술은 최신 의료기술로 인정돼 올해 7월부터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된 치료법이다. 엑시머레이저에 대해 강 원장은 “주변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치료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 좋다”면서 “하지만 백반증이 온몸에 넓게 퍼진 경우는 적당하지 않고 신체 특정 부위인 때 주로 쓴다”고 설명한다.

드물기는 하지만 표피이식이란 것도 있다. 환자의 정상적인 피부 조직 중 표피층과 색소세포 일부를 떼어낸 뒤 이식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인 피부이식과 달리 마취나 입원이 필요 없는 비교적 간단한 시술이다.

백반증 환자 중에는 약을 제대로 먹지 않는 등 치료를 게을리 하면서도 효과가 없다고 이곳 저곳을 떠도는 사람들이 많다. 강 원장은 “백반증은 치료가 되는 병”이라며 “믿음을 갖고 6개월에서 1년 정도 꾸준히 노력하라”고 강조한다.

전문의-강진수 원장
"잘못된 민간요법이 피부 다 망칩니다"

“백납이란 게 워낙 오래 가다 보니까 환자들은 별 고민을 다 합니다. 병원에 올 때 쯤이면 ‘제 정신’이 아닙니다.”

인상으로 보나 성격으로 보나, 강한 피부과 강진수 원장은 영락없는 ‘이웃집 아저씨’다. 꼼꼼한 구석은 어느 구석을 살펴봐도 없다. 이런 그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상식 다 버리세요”라면서 병원을 처음 찾는 환자들의 손에 꼭 쥐어주는 것이 메모 쪽지다. 환자들이 실천해야 할 것들을 따로 적어놓은 것이다. 병원 홈페이지에 각종 피부병에 대해 꼼꼼하게 정리해 놓기도 했다.

강 원장은 병원 지하층에 엑시머레이저와 자외선 장비를 갖춘 레이저클리닉을 별도로 설치해 놓고 있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가슴앓이를 하는 백반증 환자들이 곧장 들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자외선장비는 돈 되는 거 아닙니다. 공간만 많이 차지할 뿐더러 사람도 더 써야 합니다. 자외선장비를 갖췄던 곳들도 하나 둘 철거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치료효과는 좋은데도 말입니다.”

자외선치료 장비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하는 강 원장은 이어 “민간요법을 삼가라”라고 강조한다. “약제를 잘못 썼다가 피부조직 손상으로 화상을 입는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색소세포가 일단 죽어버리면 더 이상 손을 쓰기도 힘들어요.”


◇ 다음 호에는 <외국인 클리닉> 편이 소개됩니다.


송강섭 의학전문기자 special@hk.co.kr  
사진=임재범 기자


입력시간 : 2005-07-2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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