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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치혁의 건강백세] 여름철 음식


“엄마 그것 봐요. 보리밥이 내겐 좋지 않다고 하시잖아요.”

딸이 그 동안 먹기 싫은 보리밥을 열심히 먹인 엄마를 보며 원망을 했다. 가뜩이나 변리사 시험 막바지여서 체력이 저하된 판에 몸을 더 나쁘게 만드는 음식을 먹였다는 불만이었다. 어머니는 열이 많은 태음인. 서늘한 성질의 보리를 많이 섞은 밥을 먹으면 속이 편했다. 하지만 몸이 찬 딸에겐 보리가 문제를 일으켰다.

하루 13시간 이상 공부를 하는 강행군에 체력이 바닥났고 설사까지 하고 있는 고시생에게 깡보리밥은 건강을 더욱 악화시키는 음식이었다. 어머니는 나름대로 신경을 써서 몸에 좋다는 음식을 해 먹였지만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 것.

반대로 열이 많은 자녀에게 따뜻한 약재를 써서 컨디션을 최악으로 만드는 분들도 있다. 최근 한의원을 방문한 학생은 평소 더위를 많이 타고 땀이 많았는데 올 여름은 유난히 더 힘들다고 호소했다. 가슴이 답답한 것은 물론이고 전에 없던 두통까지도 생겼다는 것. 맥을 봐도 문진을 해도 열이 머리 끝까지 가득 찬 상황이었다.

체질을 보니 열이 많은 태음인. 식생활은 큰 문제가 없었지만 홍삼을 꾸준히 먹였고, 최근 땀이 많아서 황기를 다려 먹였다는 어머니의 설명을 들으니 건강이 나빠진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황기는 땀을 멈추는 약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작용기전을 잘 살펴보면 함부로 쓸 수 없는 약이다. 피부를 통해 기운이 빠져 나가지 않도록 단단히 막아주는 작용을 하므로 기운이 부족해 땀이 줄줄 흐르는 사람에겐 도움이 되지만 체내에 과도한 열을 발산시키기 위해 땀이 많아지는 사람에겐 독이 될 수 있다.

이 학생의 경우 평소에 열이 많은데다 홍삼으로 몸에 열이 더 많아진 상태. 지나치게 열이 많아져 땀으로 열을 배출시켜야 하는데 반대로 황기로 피부를 꽉 막으니 속이 갑갑해지고 두통이 나타난 것이었다.

여름철엔 이런 일들이 많이 나타난다. 여름철 대표적인 보양식인 보신탕이나 삼계탕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속이 냉한 태음인이나 소음인에겐 좋은 음식이지만 소양인에겐 바람직하지 않다. 가뜩이나 몸에 열이 많은데다 날씨까지 더워 견디기 힘든데 열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어떻게 될까. 한마디로 불 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다.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심하면 머리도 아플 수 있다.

보리밥이나 냉콩국수 등은 정반대의 문제를 일으킨다. 속이 찬 이들이 이런 음식을 먹게 되면 소화기에 탈이 날 가능성이 많다. 소음인이 보리밥에 삼겹살, 상추쌈을 곁들여 먹고, 후식으로 참외까지 먹은 후 설사를 안 하면 이상한 일이다.

여름철에 배탈이 많은 이유도 체질에 적합하지 않은 음식을 과도하게 먹기 때문이다. 물론 세균성 질환도 여름철 복통을 일으키는 주 원인이지만 속이 찬 사람들이 찬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배탈이 난다. 더위 때문에 입에서는 찬 음료수를 원하지만 차가운 음료수를 너무 많이 마시면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하루에 아이스크림을 5개나 먹고 나니 뱃속이 찌르듯이 아프다는 환자도 있고, 참외 수박을 많이 먹고 배를 덮지 않고 잤더니 설사가 났다는 환자도 있다. 모두 속을 차게 만들어서 생긴 병이다.

여름철 건강을 유지하려면 자기에게 좋은 음식과 부담되는 음식을 알고 가려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먼저 소음인은 찹쌀이나 현미밥이 좋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개고기나 닭고기가 체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덥다고 찬 음료를 마시는 것보단 생강차, 인삼차, 계피차 등 따뜻한 차로 이열치열의 효과를 노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선회나 오이 등도 찬 성질이 강하므로 소화가 잘 안될 때는 피해야 할 음식이다. 잘 때에 배를 잘 덮고 자야 소화기의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반대로 소양인에겐 보리밥, 돼지고기, 오이, 참외, 상추, 케일, 양배추 등이 몸의 열을 식혀줄 수 있는 식품들이다. 차를 마신다면 냉녹차나 시원한 보리차 등이 좋다. 수박이나 참외 등의 여름 과일들을 마음껏 먹어도 별 탈이 없는 체질이다.

태음인들은 율무차나 결명자차 등이 이롭고 고기는 소음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미자를 찬 물에 하룻밤 정도 담가 우려낸 오미자 차를 마시는 것도 바람직하다. 무, 당근, 양파, 파, 마늘, 연근, 콩나물, 도라지, 우엉 등을 먹는 것도 좋다.

자기의 체질을 잘 몰라도 큰 문제는 없다. 평소 몸에 열이 좀 있는지, 추위를 잘 타고 배가 냉한지를 구별해서 음식을 먹으면 된다. 몸이 차다면 소음인의 음식, 열이 있다면 소양인의 음식들을 위주로 먹는 것이 좋다. 자기 몸에 좋은 것만 골라 먹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적당히 먹는 지燻?발휘해야 한다.

모두 삼계탕을 먹으러 가는 분위기라면 소양인이라도 삼계탕을 먹을 수 있다. 한 차례의 식사로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적당히 먹고 냉녹차로 열을 적당히 배출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황&리한의원 원장 sunspapa@hanmail.net


입력시간 : 2005-08-0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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