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멋집] 남도한정식 전문점

김치 명인이 빚어내는 맛의 예술

‘남도에선 아무 식당을 들어가도 90%이상은 성공’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지방 음식이 맛깔스러운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작은 나라에 지방색이 짙으면 얼마나 짙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호남지방 음식 중에는 유난히 밥도둑들이 많다. 다른 지방 사람들 사이에서 남도음식을 최고로 쳐주는 게 억지가 아니다. 그런 만큼 곳곳에 ‘전라도 한정식’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영업을 하는 곳들이 많아졌는데, 기대와는 다른 맛과 서비스에 실망할 때가 많다.

하지만 압구정동에 자리한 ‘향촌’은 그간의 오해와 불신을 한번에 불식시켜 줄 남도음식 전문점이다. 감히 전문점이라는 말을 붙여도 좋을 만큼 모든 음식이 입에 착착 달라붙고 지방색이 짙다. 이지수 사장이 광주에서 운영하던 한정식집을 정리하고 서울에서 문을 연 두 번째 작품이다. 역삼동에 자리한 향촌 1호 점은 직장인들을 상대로 해 정통 남도정식은 선보이기 어려운 처지다. 그에 반해 압구정점은 저렴한 가격에 정통 남도정식을 맛볼 수 있도록 꾸몄다. 별실이 여러 개 마련되어 있어 모임이나 상견례 등을 하기 좋다.

이지수 사장은 1999년 광주김치대축제에서 1등을 수상한 실력가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의 손맛은 친정 어머니를 꼭 닮았다고 한다. 김치 맛있게 담그는 사람으로 소문난 뒤 직접 김치를 담가 주변에 판매하기도 했고 점차 식당 경영에까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이사장의 음식에 대한 고집은 대단하다. 수시로 광주, 목포 등을 오가며 현지에서 나물이며 갖가지 채소를 사오는 정성을 보인다. 그때그때 장만하지 못하면 일년 내내 먹지 못하는 재료가 있기 때문에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 것. 직접 사오지 못하는 재료는 모두 직송으로 받아 상에 낸다. 무안 낙지, 흑산 홍어, 영광 보리굴비는 기본이다.

압구정동이라는 위치 때문에 일단 가격에서 부담을 가질지 모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손님이 미안할 정도로 정성스럽고 야박하지 않다. 1인에 1만2,000원 하는 점심 특선과 2만 원하는 굴비 정식엔 10가지 이상의 요리를 제하고도 반찬이 10가지 정도나 더 나온다. 반찬 가짓수만 많은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가질지 모르지만 어느 것 하나 처지는 것이 없다.

점심 시간에 특별한 손님을 모시고 싶다면 20,000원 정식도 꽤 괜찮다. 깨죽, 영광굴비와 새우, 오이선, 단호박찜, 문어 등이 나와 코스 요리가 부럽지 않다. 요리를 제하고도 멍게젓이나 묵은 김치도 맛있다. 전라도가 고향인 사람도 이런 게 다 있었냐며 놀랄 정도다.

특히 김치 명인답게 홍어김치, 갈치김치 등 다양한 재료로 담근 김치가 일품이다. 요즘 선보이는 조기김치는 3년이나 묵혔는데도 전혀 무르지 않고 칼칼한 맛이 일품이다.

조기 한 마리가 먹기 좋게 잘라 나오는데, 신기한 점은 조기 뼈는 삭아 없어졌는데, 생선살의 찰진 맛은 그대로인 것. 솔직히 다른 반찬이 없어도 이 조기김치 하나면 밥 한 두 그릇은 문제도 아닐 것 같다.

메뉴 : 토속정식 3만8,000원(계절죽, 궁중보쌈, 삼합, 사시미, 육회, 생선구이 등), 향촌정식 5만5,000원(도가니, 약오리, 용봉과 전복(4인 주문) 등 추가), 수라정식 8만8,000원(흑산홍어, 전복, 신선로, 수삼 등 추가), 점심특선 1만2,000원/2만 원, 굴비정식(2인 이상) 2만 원.

찾아가는 길 : 압구정동 성수대교 남단, LG패션 옆, 2번째 건물 2층.

영업 시간 : 오전 11시 30분부터 마지막 손님까지. 02-3446-9266

서태경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5-08-17 1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