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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회화나무
거품과 상서로움을 지닌 행복수

날을 건너가며 비가 자꾸 내린다. 그 끝에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이렇게 여름은 가는 건지…. 비가 한바탕 쏟아 붓고 나면 길가에 녹백색 고운 꽃잎들이 가득 떨어져 있다. 회화나무 꽃들이다.

예전에는 만나기 쉽지 않은 귀한 나무였는데, 이젠 제법 여러 곳에 가로수로 심어져 나에게도 매일 출근길에 처음 만나는 나무가 되었다. 잔잔한 꽃들이 모여 큰 꽃송이들을 만들고 다시 나무 전체에 달려 거리를 환하게 만들지만 그 꽃빛이 유백색에 녹색을 아주 조금 섞은 듯한 은은한 빛깔이어서 밝아도 기품 있는 나무가 되어 버렸다.

회화나무는 콩과에 속하는 낙엽지는 큰키나무다. 지금 한창인 꽃이 지고 나면 그 자리엔 잘록잘록 마디가 귀엽고 손가락 길이쯤 길쭉하게 열매가 달리는데, 그 모습을 보면 콩꼬투리와 유사하여 이렇게 큼직하게 자라는 나무가 왜 콩과에 속하는지 금새 이해하게 된다.



회화나무를 불러보면, 이름도 귀에 익고, 나무를 보아도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과 자연스럽게 어울어져, 우리 땅 깊은 어느 골짜기쯤에 자라고 있을 자생나무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이 나무의 엄격한 고향은 중국이다. 물론 오래 전에 이땅에 들어와 우리와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살아가고 있으니 크게 보면 우리나무임엔 틀림없지만 말이다.

중국에서는 회화나무를 학자수, 출세수, 행복수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이 나무를 심으면 집안에 학자가 나거나 큰 인물이 나오며 집안에 행복을 부른다고 하여 붙여진 별명이란다, 나아가 옛 중국에서는 회화나무에는 진실을 가려주는 힘이 있다고 하여 재판관이 송사를 진행할 때 반드시 회화나무 가지를 들고 재판에 임했다고 하는 이야기까지 전해지고 있을 정도이니 이 나무에 대한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지사.

그래서 우리의 선조들도 이 나무를 최고의 실하고 상서로운 나무로 취급하였다고 한다. 집안에 이 나무를 심으면 가정이 번성하고 큰 인물이 나고 나쁜 기운이 접근하지 못한다는 믿음 때문에 회화나무는 아무데나 심지 않고 궁궐이나 사찰 혹은 서원같은 곳에만 심게 했다고 한다.

현재 창경궁같은 궁에 가도 큰 회화나무를 만날 수 있고, 현재 오래되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들 가운데는 서원이나 정자목으로 보전되어 이어진 나무들이 여럿 있다. 재미난 것은 이러한 생각들은 지금까지 이어져 압구정동이 부자동네가 된 것이 이곳 가로수가 회화나무이기 때문이라며 회화나무만 심으면 부자가 될 듯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집 앞 가로수도 회화나무인 것을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듯. 북경의 가로수도 회화나무가 많다.

회화나무는 이렇게 상서롭게 심는 나무일뿐 아니라 여러 가지 용도도 많았다. 가지, 열매, 꽃등 나무 전 부위를 모두 쓰지만 특히 꽃을 말려 혈압을 낮추는 등 여러 증상에 처방한다 하고, 열매는 흰머리카락을 검게 한다 하니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지.

꽃에 들어 있는 색소는 아주 좋은 황색염료가 되고 이를 염색한 닥종이를 괴황지라하여 여러 민속 제품에 사용되는 등 회화나무는 그 나무자체의 의미 혹은 쓰임새들에 대한 수많은 기록들이 남아 있다.

회화나무의 진정한 가치야 이 나무를 알아온 지난 세월보다도 더 깊고 무궁하겠지만 난 오늘 빗줄기에 함께 떨어져 땅 위에 흩어진 그 꽃송이들만을 바라보며 마음에 담는 일 만으로도 충분히 정화되어 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오늘 이 나무가 내겐 행복수(幸福樹)이다.

입력시간 : 2005-08-1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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