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치혁의 건강백세] 수험생 집중력 높이기


“집중력을 좋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나요?”

“총명탕을 복용하면 머리가 좋아지나요?”

수험생을 진료할 때 심심치 않게 듣는 말이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과열된 입시경쟁을 치르는 우리나라이다 보니, 이런 질문을 하는 부모님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하루종일 나름대로 공부를 하는 것 같기는 한데 정작 성적은 오르지 않는 자녀를 보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의학엔 머리가 좋아지게 만든다는 처방이 많다. 장기 복용하면 건망증을 없애고 하루에 천 마디 말을 외울 수 있을 정도로 명석하게 만든다는 장원환,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총명탕은 물론이고 주자독서환 공자대성침중방 등 공자 주자까지 거론한 거창한 처방까지 있다.

처방의 구성을 살펴보면 과도한 두뇌사용으로 인해서 기능이 저하되기 쉬운 소화기를 강화시키기도 하고, 청뇌작용을 하는 약재를 사용하기도 한다. 골수를 충만하게 하면 머리가 좋아지게 한다는 뜻을 내포한 처방도 있다. 옛날의 과거급제 경쟁이 지금의 입시처럼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다.

시대와 상황은 다르지만 이 처방들을 구성하고 있는 약재들을 개인에 맞게 재구성하면 수험생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수험생에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처방은 소화기를 강화시키며 머리를 맑게 하는 것. ‘생각이 과도하면 소화기를 상하게 한다’는 한의학 이론을 적용하면 수험생들은 소화기가 나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수험생들에게 많이 쓰인다. 특히 소음인이나 운동부족이 심각한 여학생들에게 다용되는 처방이다.

부모님들은 학원선택에 신경을 많이 쓰면서도 의외로 자녀의 건강에 무신경한 경우가 많다. 평소 소화기가 나쁜 학생들이나 갑자기 소화가 잘 안 되는 자녀를 보면서도 별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

소화기가 나빠져 영양흡수에 문제가 생기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체력이 저하되면 집중력이 나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공부시간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 때는 학원이 문제가 아니라 건강을 바로 세워야 성적이 향상된다. 소화기를 보강시키며 막힌 기혈을 뚫어 머리를 맑게 해주면 학습효율이 향상될 수 있다.

그 다음으론 과도한 스트레스로 열이 오르고 쉽게 흥분하는 학생들을 위한 처방이 많이 쓰인다. 옛날 의서에는 자세히 소개되어 있지는 않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현대의 수험생들에게 효과가 아주 좋다. 요즘 학생들의 환경을 살펴보면 기혈이 머리 쪽으로 지나치게 몰릴 수 밖에 없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받은 공부스트레스도 기운을 상체로 쏠리게 하고, 맵고 짠 음식, 인스턴트 음식, 강한 비트에 빠른 템포의 음악 등도 기혈을 인체 상부로 집중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게다가 체질적으로 열이 많은 학생이라면 공부를 하기 힘들다.

상체로 몰리는 열을 분산시키고 빼주었더니 반에서 중간하던 성적이 6개월 만에 전교 1등이 된 케이스도 있다. “5분도 앉아 있기 힘들었는데 이젠 2시간 이상 앉아 있는 게 그다지 힘들지 않다”는 이 학생은 “겨울에도 창문을 열고 있을 정도로 몸이 더웠을 때는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이 그렇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열이 많아 잘 흥분하는 학생들은 차분하게 앉아서 공부를 하지 못한다. 시험에서 덤벙대며 실수도 많이 한다. 간과 심장 등의 열을 내리고 흥분을 가라 앉히면 공부의 효율이 높아진다.

공부를 많이 하는 학생들에겐 기본처방이 보약이다. 하루에 10시간 이상 집중해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체력소모는 생각보다 크다. 전교 1등을 하는 학생 100명에게 물어보니 82명이 하루에 6시간 이상 자야 그나마 견딜 수 있었다고 대답했다. 이들에겐 체력이 실력이란 얘기다.

보약 계통의 처방이 가장 위력을 발휘하는 학생군은 첫째가 과학고등학교 입시생. 그 다음이 상위권 고3들이다. 고3의 경우 5시간 이하로 자는 학생들이 별로 없지만 과학고 입시생들은 4시간 이하로 자는 학생들도 많다.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이고 성장에도 문제가 아주 많아 성장과 피로회복을 위한 보약을 많이 쓰게 된다.

고등학생들도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등 수면시간이 줄어드는 기간에는 체질에 적합한 약을 쓰는 것이 좋다. 진료실에선 농담으로 ‘중간고사탕’ ‘기말고사탕’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처방의 뜻은 역시 체력보강과 집중력 강화다.

학생들의 집중력과 기억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 해 ‘몸 짱, 공부 짱’이란 책을 쓰면서 남녀고등학교 학생 1,08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공부에 가장 장애가 되는 질환이 비염과 축농증 등의 코질환이었다.

그 다음으?두통과 만성피로감, 요통, 감기 등이 공부를 힘들게 하는 질환으로 지목되었다. 이 같은 질환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병을 치료해야 성적이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다.


황&리한의원 원장


입력시간 : 2005-08-29 15:20


황&리한의원 원장 sunspap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