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도자기로 엿보는 유럽의 역사와 문화

[박물관 문화기행] 유럽자기박물관
명품 도자기로 엿보는 유럽의 역사와 문화

18세기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유럽 자기의 역사를 아우르는 명품 도자작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어떨까. 유서 깊고 화려한 테이블 웨어, 아기자기한 도자기 인형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러볼 만한 곳, 부천 유럽자기박물관을 찾아가 본다.

2003년 5월 부천 종합운동장 1층에 개관한 유럽자기박물관은 복전영자(福田英子) 관장이 1998년 11월 서울 평창동에 개관했던 셀라뮤즈 자기박물관을 모태로 삼아 부천에 150평 규모로 이전 개관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18~20세기 유럽 도자사 담은 아름다운 그릇

유럽자기박물관에는 18세기부터 시작되어 세계 도자사에 한 획을 그은 독일의 마이센 자기, 화려한 문양을 자랑하는 프랑스의 세브르 자기, 영국 왕실로부터 그 품격을 인정받았다는 표시로 ‘로열’이라는 칭호를 얻은 로열 우스터와 로열 덜톤, 은은한 파스텔톤 채색과 섬세한 형상의 도자 인형으로 유명한 스페인의 야드로, 덴마크 왕실도 인정했던 로열 코펜하겐 등 세계 각국의 도자 명품이 한 자리에 전시되어 있다.

약 900점에 달하는 이들 작품은 복전 관장이 선친으로부터 물려받거나 영국 크리스티 경매 등에서 구해온 것으로, 테이블 웨어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름을 들어보았을 명품 브랜드가 고루 망라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잰걸음으로 박물관 내부를 한 바퀴 돌면 30분 안팎에 관람이 끝날 만큼 내부 규모는 여타 박물관에 비해 작은 편이지만, 국가별, 도자 브랜드 별로 마련된 상세 설명을 읽으면서 꼼꼼히 감상하다 보면 처음 박물관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예상했던 것보다 긴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단순히 도자로 만든 그릇만 진열해 놓은 것이 아니라, 세계에서 8개밖에 없다는 나폴레옹 황제의 술잔을 비롯해 도자기 인형, 촛대, 벽걸이 부조, 꽃 장식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다양해 도자예술의 다양한 응용력을 실감할 수 있다. 특히 세계 각국 도자 브랜드의 유래와 함께 실제 작품이 함께 전시되어 있어, 유럽 도자사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유용하다.

도자기를 둘러싼 유럽 각국의 암투

예컨대 18세기 유럽 자기의 시원으로 평가되는 마이센 자기의 유래를 살펴보면, 과거 유럽 사회에서 도자기가 얼마나 파란만장한 과정을 거쳐 발달했는지 그 흥미진진한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18세기 이전 유럽에서는 중국에서 생산된 자기의 가치가 금은보화에 버금갈 만큼 귀했는데, 1709년 독일 마이센 가마의 도공 뵈트거가 유럽 최초로 중국식 백색 자기를 만들어내면서 바야흐로 유럽 자기가 본격적으로 발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연금술사’로까지 불렸던 도공 뵈트거는 제작 비법의 보안 유지를 위해 성에 갇혀 살다시피 해야만 했다. 한 개인으로서는 시대적 희생양이 된 셈이지만, 덕분에 비법은 오늘날까지도 유출되지 않고 고스란히 전해져 마이센 자기의 우수성을 독점할 수 있었다 한다.

앤티크 가구 속에 진열된 마이센 자기들을 감상하며 상세한 설명을 더불어 읽다 보면, 오늘날에는 흔한 듯 보이지만 과거에는 그토록 귀히 여겨졌던 도자기를 둘러싼 각 나라의 암투가 눈에 그려지는 듯하다.

이밖에도 독일 베를린 궁중자기공장(K.P.M)에서 제작된 도자 그림들을 눈여겨볼 만하다. 사실적옳珏》?부드럽게 그려진 인물들은 마치 그림 속에서 금방이라도 걸어 나올 듯 생생하게 묘사되었고, 화려한 금박 장식과 섬세한 문양으로 장식되어 그 아름다움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릇 자체만으로도 아름답지만, 이들이 화려한 금박 액자 속에 장식되어 한 폭의 회화 작품을 연상시킨다.

유럽 풍속사 보여주는 인형들도 이채로워

로열 우스터 ‘과일그림 금 커피세트’, 19세기 영국.

인형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전시관 말미의 진열장을 주의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점토를 얇게 밀고 미세한 구멍을 뚫어 마치 레이스처럼 만든 후 발레리나의 치맛단을 묘사한 인형부터 일본 전통 인형, 여신상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세계 각국의 도자 인형들이 만국박람회를 여는 것처럼 한 자리에 모여 장관을 이룬다.

특히 18~19세기 자기 인형들은 당시 유행했던 유한계급의 나들이 풍경, 귀족과 서민들의 연애 풍습 등을 한눈에 보여주는 생생한 풍속사적 사료가 된다.

한편 영상실에서는 유럽 자기의 기원부터 시작해 각국의 명품 브랜드에 대한 설명, 박물관에 소장된 대표적 유물들에 대한 세부 설명을 보고 들을 수 있다. 전시된 유물들의 관람으로만 끝낸다면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으니, 여유를 갖고 끝까지 관람하면 좋을 듯하다.

특히 유럽자기박물관 인근에는 한국만화박물관, 수석박물관, 자연생태박물관, 활박물관 등이 위치해 있어 부천 지역 박물관 벨트로 손꼽히는 곳이니 만큼, 겸사겸사 둘러보면 더욱 박물관 문화기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동절기 오후 5시), 설ㆍ추석ㆍ월요일ㆍ공휴일 다음날 휴관

관람요금 어른 1,500원, 중고생 1,000원, 초등학생 이하 700원, 노인ㆍ장애인 무료, 유치원생 미만은 가족 동반시 무료(단체 관람시 초등학생 요금 적용)

문의전화 032-661-0238


고경원 객원기자


입력시간 : 2005-08-29 17:00


고경원 객원기자 aponia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