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도 안주가 되는 맛깔나는 집

[맛집 멋집] 퓨전주점 <0사中>
낙서도 안주가 되는 맛깔나는 집

스타닭스, 닭과 6펜스, 떡도날드…. 보는 순간 웃음이 터져 나오는 패러디 간판들이다. 튀어야 사는 세상이지만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어디까지 나올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보는 사람 기분 좋아 다시 한번 쳐다보고 직접 찾기까지 하면 일단 성공. 상호와 간판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논현동에 자리한 ‘0사中’은 패러디는 아니지만 튀는 아이디어에 발길이 절로 멈춰지는 곳이다. 서로 손님을 모시려는 화려한 간판들 사이에 ‘0사中 통행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주인백-’라는 문구를 보고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터. 공사현장에나 서 있을 법한 안내문이 간판에 떡하니 붙어 있으니 괜히 흥미가 발동한다.

0사中은 쉽게 말하면 퓨전주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주점들과는 차별되는 점이 꽤 있다. 우선 잡다하게 이것저것 내놓는 안주 종류를 중식과 일식으로 압축했다.

이 일대 대부분의 주점들이 그저 손맛 좋은 주방 아주머니를 쓰지만 0사中은 일식주점인 이자까야에서 영입한 주방장이 따로 있어 맛에 있어서 만큼은 다른 집과의 비교를 불허한다.

매운꽃게볶음이나 해물누룽지탕, 칠리소스새우볶음 등은 중식당에 버금갈 정도로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진다.

안주개념을 벗어나 식사까지 할 수 있도록 푸짐하게 서비스하는 것도 마음에 든다. 그중 매운꽃게볶음이 독특하다.

꽃게하면 먹는 것보다 버리는 게 더 많다고 생각하지만 이 집 꽃게볶음은 껍질까지 먹을 수 있는 영양만점 안주다. 기름에서 빠르게 2번 튀긴 것이 비결.

튀긴 후에 매콤한 소스로 살짝 볶아내면 끝. 살이 통통하게 오른 가을 꽃게를 사용해 다 먹고 난 후에도 서운하지 않다. 매운 정도는 주문 전에 얘기를 하면 기호에 따라 조절을 해주기도 한다고.

수제비짬뽕탕은 손수 개발한 메뉴다. 아무래도 한국인들은 깔끔하고 시원한 국물이 있어야 되는 탓에 식사를 겸할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은 편이다.

해물누룽지탕 역시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푸짐하고 먹음직스럽다. 이 가격에 이래도 되는지 미안할 정도다.

바삭하게 튀긴 누룽지 위에 해물소스를 얹어 먹으면 일류 중식당이 부럽지 않다. 또 모든 안주에는 홍합탕이 기본으로 나와 다시 한번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클럽을 연상케 하는 내부 인테리어. 전석 사장 지인들의 솜씨로, 무척 개성적인 그림들이 벽을 가득 채우고 있다. 까만 벽을 장식한 낙서예술을 감상하는 재미가 꽤 크다.

밤을 새서 영업하는 까닭에 문을 조금 늦게 연다. 직장인들의 퇴근 무렵에 시작을 해 밤을 꼴딱 샌다.

2차, 3차를 외치는 문화가 사라진 요즘 식사까지 겸할 수 있는 편안한 주점이 그립다면 0사中에서 만족스러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메뉴 : 매운꽃게볶음 20,000원, 해물누룽지탕 18,000원, 수제비짬뽕탕 18,000원, 칠리소스새우볶음 18,000원, 닭다리마늘구이 18,000원, 튀김류는 12,000원부터.

찾아가는 길 : 논현역과 강남역 사이, 교보생명 사거리 못 미쳐 행복한약국 골목으로 들어와 우회전. 약 100m 가량 직진하면 왼쪽 1층에 ‘0사中’이라는 간판 보인다.

영업 시간 : 오후 5시~다음 날 새벽까지. 연중무휴. 02-542-7090


서태경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5-10-05 10:59


서태경 자유기고가 shiner96@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