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유혹에 넘어간 미각, 왕새우 한 입에 양기충전

[주말이 즐겁다] 홍성 남당항 대하축제
가을 유혹에 넘어간 미각, 왕새우 한 입에 양기충전

우리 나라에서 최고의 리아시스식 해안으로 꼽히는 태안반도의 남쪽. 안면도와 충청도 해안선에 안겨있는 천수만은 생명의 원천인 갯벌이 드넓게 펼쳐진 천혜의 어장으로서, 서해에서만 나는 ‘새우의 왕’ 대하(왕새우)의 대표적인 산란지로 꼽힌다.

여기서 부화한 대하는 몸집을 한껏 키운 뒤 안면도를 돌아 서해 큰바다로 나간다. 따라서 가을 대하는 천수만에서 처음으로 잡히고, 근방에서 가장 큰 어항인 홍성의 남당항은 가을만 되면 대하를 맛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해안도로에 빽빽하게 자리잡은 횟집촌

남당항이 가까워지면 제일 먼저 해안가에 늘어선 횟집촌이 눈에 띈다. 해안도로 양쪽으로 무려 1㎞ 넘게 줄지어 있다.

해안 쪽은 비닐을 덮은 간이 포장마차들이고, 육지 쪽은 주차장도 갖춘 일반 횟집촌이다. 어림잡아도 포장마차는 150여개, 횟집은 80여개가 넘는다. 인파를 헤치며 이 길을 걷다보면 새우 굽는 냄새에 혀가 동한다.

남당항이 자연산 대하의 대표적인 집산지이기는 하지만, 횟집에 나온 대하가 모두 자연산은 아니다. 대하는 성질이 급해 그물에 잡히는 순간 바로 죽기 때문에 육지에선 살아있는 자연산을 거의 볼 수 없다.

따라서 수족관에서 헤엄치는 싱싱한 대하는 거의 양식이고, 얼음을 깔아놓은 스티로폼 박스에 담겨있는 대하는 자연산이 많다.

자연산은 대체적으로 흰빛이 돌면서 약간 불그레한 자갈색을 띤다. 반면 양식새우는 검은빛이 많다. 크기도 차이가 있어 자연산은 20㎝ 가까이 되지만, 양식 대하는 좁은 공간에서 대량으로 키우기 때문에 15㎝를 넘지 않는다.

대하를 먹는 방법은 찜ㆍ튀김ㆍ매운탕ㆍ구이, 그리고 날것으로 먹는 회 등등 다양하다. 이중에서도 구수하고 탱탱한 대하의 속살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왕소금구이가 가장 인기 있다.

불 지핀 프라이팬 바닥에 굵은 소금을 깔아놓고 그 위에 대하를 쏟은 후 재빨리 뚜껑을 덮으면 퍼덕거리던 대하가 점점 불그죽죽한 색으로 바뀌며 익어간다. 새우껍질은 노화방지에 좋다는 키토산이 가득하므로 가능하면 껍질도 씹어먹으면 좋다.

반면에 날것인 생대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살아있는 대하 껍질을 벗겨 초장에 찍어먹는다. 머리 부분을 버리지 말고 따로 소금구이를 해먹으면 한번에 두 가지 맛을 모두 볼 수 있어 좋다. 새우의 영양가는 머리에 쏠려 있다고 한다.

자연산과 양식의 맛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횟집에 들어서면 죽은 자연산보다 살아있는 양식 대하가 눈길을 끌지만, 맛과 육질은 탱글탱글한 자연산이 더 뛰어나다.

물론 자연산이라 해도 횟집에서 하룻밤을 묵은 것은 아무래도 싱싱함이 떨어진다. 그래서 양식도 자연산 못지 않고 오히려 양식이 더 맛있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남당항에선 포장마차든 일반 횟집이든 자연산과 양식을 명확히 구분해서 팔기 때문에 속을 염려는 그다지 하지 않아도 괜찮을 듯하다.

10월 초순 현재 대하 가격은 1㎏에 자연산은 3만7,000원, 양식은 3만원 내외. 간이 포장마차보다 횟집은 2~3,000원 정도 더 비싸다.

스티로폼 박스로 포장해 갈 때는 횟집이나 포장마차 모두 1㎏에 2만8,000원 내외. 그러나 날씨 등에 따라 어획량이 변하면 대하 가격도 매일 들쭉날쭉 바뀐다. 대하 1㎏은 어른 두어 명이 적당히 맛볼 수 있는 양이다.

대하는 저지방ㆍ고단백ㆍ저칼로리의 건강식품이다. <본초강목>엔 대하가 양기를 왕성하게 해주는 식품으로서 신장을 강하게 해준다고 기록하고 있다.

성분을 봐도 골다공증이나 골연화증을 예방해 주는 작용을 하는 칼슘의 밀도가 멸치보다 더 높다. 그리고 키토산ㆍ타우린ㆍ베타인ㆍ아르기닌 등의 고급단백질과 비타민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서 피부미용에도 좋다고 하니, 대하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입맛과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일거양득의 제철 음식인 셈이다.

간단한 갯벌 체험과 바다낚시도 가능

지난 9월10일부터 시작된 제10회 남당대하축제는 이달 말까지 무려 50여일 동안 펼쳐진다. 이 기간엔 ‘대하왕 선발대회’, ‘대하까기 및 무게맞추기’, ‘즉석 관광객 노래자랑’, ‘대하춤ㆍ요리 경연대회’, ‘대하잡기 체烏?등의 행사가 벌어지지만 축제의 초점은 아무래도 형식적인 행사보다는 대하 맛을 보는 데 맞춰져 있다.

남당항은 바닷물이 빠졌을 때 간단한 갯벌 체험도 가능하다. 그러나 모래와 펄흙이 뒤섞인 혼합 갯벌이라 매우 질어 장화를 신지 않으면 멀리 나가기 어렵다.

낚시를 좋아한다면 바다 낚시도 해 볼 만하다. 요즘엔 망둥이가 많이 잡힌다. 남당항 방파제 주변이 주요 포인트.

천수만 너머로 떨어지는 남당항 일몰은 홍성팔경에 속할 정도로 아름답다. 서쪽으로 길게 누워있는 안면도 때문에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태양을 볼 수는 없으나, 호수처럼 잔잔한 천수만을 온통 붉게 물들이는 저녁 노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가을 대하의 고소하고 탱글탱글한 육질만큼.

여행정보

교통 :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해서 접근하는 게 가장 빠르다. 홍성 나들목→40번 국도→7㎞→서부면 소재지→8㎞→남당항 횟집촌. 평소엔 홍성 나들목에서 남당항까지 승용차로 20~30분 정도면 충분하지만, 대하축제 기간 중의 주말 저녁 무렵엔 해안도로가 많이 막혀 1시간 넘게 걸릴 때도 있다.

숙식 :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몰리는 것에 비해 숙박시설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포구에 붙어있는 씨월드모텔(041-634-9222)은 밤바다를 감상하기에 좋고, 솔밭천수모텔(041-631-0840)은 남당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이라면 시골풍경펜션(041-631-6607 www.weeklove.com)이 적당하다.


입력시간 : 2005-10-1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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