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기업가들이 지닌 특별한 그 무엇들

[출판] 신화가 된 기업가들
성공한 기업가들이 지닌 특별한 그 무엇들

신화가 된 기업가들/ 우베 장 호이저 외 엮음ㆍ이온화 옮김/ 지식의 숲 발행/ 1만6,000원

기업가들에 대한 평가나 정의는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좋지 않고 모호했던 모양이다. 독일 언론인들이 쓴 이 책은 ‘기업가들이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로 시작한다.

주가가 올라 일반 투자자들도 돈을 벌어 부자가 될 수 있는 경기 호황기에나 영웅 대접을 받는다고 했다. 또 ‘기업가상은 늘 극단적이어서, 검지 않으면 희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혼란스럽고 불분명하다’고 했다.

그런 현상은 이미 그 개념이 정립되던 때부터 시작되었는데, 기업가란 기업의 창립자나 소유주, 또는 고용 사장을 말하는 것일까라고 묻는다.

오늘날 세계를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은 기업이고, 기업을 지배하는 것은 기업가다. 기업가란 도대체 누구인가.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막상 대답하려고 하면 쉽지가 않다.

기업가를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좀 더 잘 기업가 개념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고전적 명제지만, 경제학자 슘페터는 온갖 저항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생산과정을 이루어내거나 새로운 생산품을 만들어 내는, 그리고 창조적인 파괴의 과정을 앞으로 밀고 나가는 사람, 전통적인 상품과 경쟁자들을 밀어내고, 이런 방식으로 성장과 복지를 위한 조건을 만들어 내는 혁신가를 기업가라고 했다.

경제학의 아버지라는 아담 스미스는 자본가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자본가들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복지를 마련해 주기는 하지만 사기도 친다고 생각했다.

과거의 존 피어폰트 모건과 현재의 빌 게이츠처럼, 많은 성공한 기업가들은 두 종류의 인생을 살았다. 회사를 구축하는 단계에서 그들은 가혹했으며, 사업을 하는 내내 가혹했다.

하지만 사업을 일군 다음에는 자선가로 등장해 재단을 설립하고 박물관 대학 제3세계 프로젝트에 수백만 달러를 기부했다. 기업가들은 알 수가 없는 존재다.

이 책은 ‘창조자와 파괴자’(Schoepfer und Zerstoerer)라는 원제가 말하듯, 창조적 파괴에 앞장선 기업가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계 경제를 뒤흔든 기업가들의 위대한 경영 유산’이라는 부제도 이런 맥락에서다. 2003년 독일 일간지 차이트가 이상적인 기업가 상을 찾기 위해 지난 700년간 경제사에 한 획을 그은 유명 기업가들 44명의 성공적인 행동 모델과 다양한 특성들을 취재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저자들은 성공한 기업가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10가지 중요한 특성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남과 다른 생각을 한다.

15세기 상반기 아버지의 은행과 상점을 넘겨받은 코시모 데 메디치는 다른 사람들이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했다.

사업의 분권화를 실천한 것이다. 이는 500년 후 미국에서 그대로 이어받았다. 둘째는 끊임없이 새것을 받아들인다.

1850년 통신을 거래 상품으로 발명한 율리우스 로이터가 대표적인 예다. 셋째는 시대의 흐름을 잘 읽는다.

빌 게이츠는 10대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했는데,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컴퓨터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더욱더 많은 수요가 창출된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이다.

넷째는 신념과 의지가 강하다. 스타벅스를 일으킨 하워드 슐츠가 이에 속한다. 다섯째는 성공을 위해 게임규칙까지 바꾼다.

프로이센의 문장인 독수리를 자신의 상표에 넣은 19세기 초 마리아 클레멘티네 마르틴 수녀를 예로 들고 있다.

여섯째는 기회를 잘 포착한다. 베아테 우제는 2차 세계대전 직후 섹스라는 주제를 불결한 테이블 밑에서 끌어내고 결혼생활 위생을 위한 제품을 만들어 유럽에서 가장 큰 에로틱 재벌의 초석을 놓았다.

일곱째는 경영관이 명확하고 건전하다. 라인하르트 몬의 분명한 경영관이 베텔스만을 유럽 최대의 미디어그룹으로 만들었다.

사장은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 시켜 주기만 하면 되고, 솔선수범과 겸손한 태도에서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덟째는 절약정신이다. 록펠러는 자신과 가족에게는 절약을 규율로 정했다. 아홉째는 무자비할 만큼 냉정하고 엄격하다.

록펠러는 가족 뿐 아니라 경쟁자들에게도 철저하게 가혹했다. 마지막은 자신의 사업을 즐긴다. 사업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명제는 세계적인 ‘버진’ 브랜드 소유자인 리처드 브랜슨의 경영 철학 중의 하나다.

저자들은 기업가들이 언론에 얼마나 이중가치적으로 보이든 상관없으며, 기업가들이 우리에게 호감을 주든 안주든 상관없이 독일은 기업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상호 편집위원


입력시간 : 2005-10-25 17:03


이상호 편집위원 sh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