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의 기운 가득한 울릉도 특산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두메부추
동해의 기운 가득한 울릉도 특산

동해의 외딴섬, 울릉도. 끝이 없을 듯 출렁거리며 이어지는 바다를 건너 그 섬에 가면 좁기만 한 우리 영토가 이 한 점 섬으로 인하여 얼마나 넓어졌는가 실감하게 된다.

게다가 옆에 독도까지 있으니. 섬 한바퀴를 천천히 쉬어가며 일주하여도 몇 시간 걸리지 않는 작은 섬이지만, 그 섬을 덮고 있는 숲과 숲을 이루고 있는 식물들을 살펴보면 그러한 기분은 더욱 실감난다.

울릉도에는 참으로 많은 식물들이 자란다. 이러한 식물들은 뭍에서 한참을 떨어져 격리된 채 오랜 시간을 보낸 까닭에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특산 식물들이 되었고, 울릉도 특산이니 당연히 이들 모두는 한국 특산식물이 된다.

두메부추도 울릉도를 대표하는 식물들 가운데 하나다. 이름을 들으면 짐작이 가겠지만 부추와 형제식물이며, 울릉도와 일부 북부지방에서만 자란다.

검은 화산암으로 이어진 바닷가 암벽 틈에 멀리 일렁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무리 지어 피어 나는 두메부추의 모습은 참으로 장관이다.

두메부추는 여느 부추의 종류처럼 백합과에 속하며 파꽃처럼 둥근 꽃차례를 가지지만, 꽃이 많이 달리는 꽃송이의 보라 빛이 너무도 고와 쉽게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울릉도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강원도 바닷가 및 북부지방에서 자란다. 여러해살이 풀이며 다자라면 무릎 높이쯤 된다.

봄이 되면 땅속 알뿌리에서부터 많은 잎이 나온다. 선형의 잎은 살찐 부추잎을 연상하면 된다. 늦은 여름 혹은 가을 초입에서 피기 시작하는 꽃은 둥글게 우산살처럼 일정한 꽃자루의 길이를 가지고 달려 마치 작은 공 같다.

지역에 따라 색감이 다소 달라지기는 하지만 연보라색, 연팥죽색, 혹은 분홍색으로 표현할 수 있다. 작은 꽃송이 하나 하나를 봐도 예쁜데 6장의 꽃잎으로 이루어져 더 예쁘다.

야생화 농가에서는 두메부추에 관심이 매우 높다. 늦은 여름, 군식해 놓은 두메부추가 꽃을 피우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 벌들도 수없이 찾아 들어 뒤늦은 꽃 대궐을 이룰 정도다.

더욱이 이 두메부추의 잎은 아주 두텁고 육질이 많아 특별한 기호식품, 나아가 건강식품이 될 수 있다. 부추가 몸에 아주 좋은 식물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데, 거기에 알로에의 끈적한 젤라틴성분 같은 것까지 많이 나오는 두메부추를 보면 누구나 참으로 좋은 식품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있겠구나 하고 생각한다.

또 잎새뿐 아니라 쪽파 뿌리처럼 생긴 인경 역시 그 맵싸하고도 신선한 맛이 일품이다. 그래서 야생화를 키우는 이들은 마당 한켠에 두메부추를 심어 두고 꽃을 주로 보지만, 때론 쌈을 싸먹을 때 쪽파같이 생긴 두메부추 몇 포기 뽑아 맵싸한 맛을 즐기곤 한다.

한방에서 두메부추, 산부추, 참산부추를 모두 포함하여 일컫는 생약명은 산구(山韭)다. 또 유사한 알리운속(Allium) 식물들에게 혼용되는 용어로 야생하는 마늘이라는 뜻의 야산(野蒜), 작은 마늘이라는 뜻으로 소산(小蒜) 등의 이름이 있기도 하다.

기암괴석이 푸른 바다와 그 경계를 알 수 없는 푸른 하늘과 어울린 신비의 섬 울릉도에는 보라 빛 두메부추가 있어 더욱 좋다. 이제 어느새 익어갈 씨앗이나 가득 받아 더욱 풍성한 꽃 대궐을 만들어 봐야겠다.


이유미 국립 수목원 연구관


입력시간 : 2005-10-25 17:53


이유미 국립 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