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서 거듭나는 문화역사 유물

국립중앙박물관 '새 둥지 ' 28일 개관
용산서 거듭나는 문화역사 유물

국립중앙박물관이 10월28일 서울 용산구 용산동 6가 168-6에서 다시 태어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역사는 우리 현대사 만큼이나 파란만장하다.

광복과 함께 총독부박물관이 국립박물관으로 바뀌었고, 유물들은 한국전을 피해 부산으로 ‘피난’했다. 그로부터 박물관은 지난 60년 동안 뜨내기 신세를 면치 못했다.

휴전 후에는 남산(1953), 덕수궁 석조전(1954), 국립민속박물관(1972), 중앙청(1986) 등을 거쳤다. 일제잔재 청산이 활발했던 문민 정부시절에는 조선총독부 건물로 사용되던 중앙청이 허물어지면서 경복궁 내 사회교육관(1996) 등을 전전했다. 이번 용산 정착은 이러한 60년에 걸친 방랑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는 셈이다.

먼저 관심을 끄는 것은 박물관의 외모다. 동서로 길게 선 박물관의 길이는 404m, 폭은 186m다. 전시 면적은 8,200여평으로 경복궁에 있던 중앙박물관 규모의 3배에 이른다. 45개 전시관에 15만여점의 유물이 상설 전시된다.

전시물을 관람하는 데만도 11시간이 걸린다. 그도 그럴 것이 건물 규모로는 세계 6대 박물관에 낀다. 건립 비용은 4,000여억원(부지매입비 제외)에 달한다.

수장고가 지상에 설치된 것도 특이하다. 이전에는 수장고가 지하 깊숙이 있을수록 안전한 것으로 인식됐으나, 지하는 환기가 어렵고 수재를 당할 우려가 있어 지상으로 올렸다.

한강이 범람해도 침수가 안 되도록 지반을 평균 3.5m 높였다. 지진에도 유물이 손상되지 않도록 내진 설계(진도 6 대비)를 했을 뿐만 아니라 땅의 진동이나 변형을 흡수하기 위해 면진(免震)장치를 설치했다.

전통 성곽 형상화한 외곽

건물 밖에서 보는 박물관은 웅장함 그 자체다. 전통 성곽의 개념을 도입한 건물 형상에서 역경을 극복하는 강인한 민족성을 느낄 수 있다. 성곽의 개념에 따라 단단한 국산 화강석을 사용했다.

박물관은 출입공간에 해당하는 열린 마당을 중심으로 상설 전시실로 사용되는 동관과 도서관, 어린이 박물관, 교육 시설, 전문 공연장, 식당가, 뮤지엄 숍 등의 편의 시설이 자리잡은 서관으로 구분된다.

열린 마당은 한국 전통 가옥의 공간인 대청의 개념을 적용했다. 지붕은 있지만 벽이 없어, 실내도 실외도 아닌 공간이다. 10월28일 개관식도 이곳에서 열린다.

열린 마당에서 서관으로 들면 역사체험 학습을 위해 찾는 어린이들과 부모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어린이 박물관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주제로 농업, 음악, 전쟁 등의 주제별로 나뉘어 진다.

전시관 입구라고 할 수 있는 으뜸 홀에 들면 그 이름만큼이나 웅장한 홀의 크기에 한번 더 놀라게 된다. 거대한 우주선을 떠올리게 하는 천정이 그 아래에 서는 이들을 숙연케 한다.

모란넝쿨무늬 항아리.

천정을 받치고 선 원형의 거대한 유리창살이 홀 바닥을 화선지 삼아 떨어뜨리는 그림자도 압권이다. 으뜸 홀에서 동쪽으로 깊숙이 난 ‘역사의 길’과 길 양쪽 3개 층으로 길게 늘어선 전시실들을 돌아보는 데는많은시간과노력이요구되지만아이보리색의 내부 마감재(라임스톤)가 연출하는 분위기는 지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역사의 길’의 천정(지붕)은 유리로 시공돼 박물관 내부에서도 옥외 환경을 즐길 수 있다. 계절과 시간별로 태양의 위치를 측정해 최대 자연광을 반사경으로 끌어들이는 채광 시스템의 멋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전시관(동관)은 동선 처리부터 다른 박물관과 차별된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처음부터 끝까지 관람해야만 나갈 수 있는 여느 박물관과는 달리 하나의 전시실을 관람한 후 다음 장소를 자신의 기호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동선이 길지 않아 관람 중 어디서든 ‘역사의 길’로 나와 쉴 수 있다. 곳곳에 마련된 쉼터에는 박물관 내부 구조와 각 전시실 별 현황을 볼 수 있는터치스크린타입의 정보 단말기가 설치돼 있어 관람객들의 감상을 도와준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4개 국어가 가능하다.

신석기시대 토기.

재미있고 편리한 관람 유도

또 모바일 전시안내와 영상패널 등 첨단 시스템으로 관람객들이 보다 편리하고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모바일 안내 시스템은 관람객이 전시품 앞에 서면 자동으로 전시품 정보를 안내해주는장치다. 진열대에 설치된 적외선 송신장치로부터 전시품에 관한 정보를 전달 받아 영상(PDA) 및 음성(MP3)으로 재생해 전시물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특히 영상 안내기(PDA)는 세계 최초로 박물관 네비게이터 기능을 탑재하고 있어, 관람객의 현 위치와 최적 관람동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는 특정 분야를 취사선택해서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으로, ‘명품 100선’‘수학여행 100선’등 모두 12종류의 추천 코스를 내장하고 있다.

상설 전시실에는 개관을 기념해 박물관 뿐 아니라 개인소장가 또는 사립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을 포함해 국보 59건, 보물 79건, 중요 민속문화재 1건 등을 한자리에 모았다.

단일 규모로는 한 곳에서 가장 많은 수의 지정문화재를 관람할 수 있다. 상설 전시실은 역사관, 고고관, 미술1ㆍ2관, 동양관 등 모두 6개 전시실이 ‘역사의 길’을 사이에 두고 좌우 3개 층에 배치됐다.

먼저 전시관에 들게 되면 가장 먼저 ‘역사의 길’ 남쪽에 위치한 고고관이 관람객을 맞는다. 구석기 시대부터 남북국 시대(통일 신라ㆍ발해)에 해당하는 고고학 자료로 꾸며진 공간이다.

도입부는 구석기 신석기 등 모두 11개 실로 이루어져 있고, 그 사이에 휴게실과 영상실이 배치됐다. 이 전시실에서만 국보 13점을 포함해서 모두 2,700여점의 유물이 전시된다.

‘역사의 길’을 중심으로 고고관 맞은 편의 역사관은 신설된 공간으로, 그 동안 적극적으로 전시되지 못했던 기록물과 문헌자료 1,000여점이 선을 보인다.

2층은 서예, 회화, 불교회화, 목칠공예 등 서화류가 전시된다. 3층은 불교조각, 금속공예, 도자공예(청자, 분청사기, 백자) 등 조각과 공예 전시실이다.

다른 나라의 유물들도 적지 않다. 3층 남쪽에는 인도ㆍ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중국, 낙랑, 신안, 일본 등 6개 전시실로 구성된 동양관에 1,200여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동남아시아실은 이 지역 국가들과 문화교류사업의 일환으로 전시품들을 대여 받아 꾸민 것이고, 개관 직후에는 인도네시아의 고고ㆍ미술품도 전시할 예정이다.

이순신 장군 칼 등 첫 공개유물 다수

박물관 개관에 맞춰 처음으로 소개되는 유물들도 많다. 임진왜란 때 왜군을 물리친 것을 기념해 세워진 북관대첩비가 일본으로 반출된 지 100년 만에 돌아와 관람객들을 맞고, 청동기 시대 유물로서 국내 최초로 화살대에 화살촉이 꽂힌 상태로 출토돼 관심을 모았던 강원 천전리의 화살대, 화살촉이 대표적이다.

가야시대 무사복장. <뉴시스>

또 기존의 소장처를 한번도 떠나지 않았던 중요 문화재들도 국립중앙박물관의 개관을 축하하기 위해 어려운 걸음을 했다.

길이 197.5㎝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칼이 아산 현충사에서 용산으로 왔고, 추사 김정희의 30대 필적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인 해인사 중건 상량문이 이번에 새 박물관에서 공개된다.

또 개관일을 전후해서 청소년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국민들과 외국인이 참여하는 사전개관행사와 국제 심포지엄, 교육프로그램 등이 진행되고, 개관일부터 3일 동안 오후 6~9시 축하공연이 벌어진다.

28일 개관일부터 올해 말까지는 무료 개방되며 내년부터는 16∼64세 개인은 2,000원, 7∼18?청소년은 1,000원의 관람료를 내야 한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오후 5시. 지하철 1, 4호선 이촌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정민승 기자


입력시간 : 2005-10-25 19:08


정민승 기자 msj@hk.co.kr